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교도들에게 공통으로 아브라함은 믿음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아브라함은 어떻게 서로에게 이교도일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똑같이 믿음의 아버지로 환대받을 수 있었을까?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통해 믿음을 전파 시키는 사역을 맡기기 전에 시험을 보게 했다. 최초의 시험은 아브라함에게 백세에 얻은 자식 이삭을 바치라는 명령으로 전달되었다. 백세에 얻은 자식 이삭은 아브라함 가족을 번성시킬 생물학적 씨앗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을 번제의 제물로 바치지 않기로 작정한다면 생물학적 DNA가 하나님의 언약에 대한 믿음을 이긴 것이다. 이 시험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생물학적 가족을 넘어설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지금처럼 도덕 수준이 높아진 시대에 이 시험을 보면 많는 사람들이 통과하겠지만 가족이 삶의 전부였던 청동기 시대에 이런 수준 높은 시험에 통과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아마도 아브라함이 이 시험을 통과한 최초의 사람으로 보인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의 사후에도 이런 시험를 통해 믿음을 전파시킬 후계자를 정했다.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을 이스라엘이라고 명명하고 이들에게 말씀의 전파 임무를 맡겼다.

나는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도반들과 소크라테스 클럽에서 타자와 환대의 철학자인 레비나스, 데리다, 아랜트를 읽다가 아브라함이 치룬 시험이 믿음의 강도를 판단하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험은 믿음의 강도에 대한 시험이 아니라 믿음을 공진화 시킬 능력이 있는 지에 대한 시험이다.

아브라함은 75세가 되던 해 어느 날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고향으로 삼고 살던 메스포타미아의 어느 지역을 떠나 가나안으로의 디아스포라를 시작한다. 자신의 고향을 떠나 실향민이 되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디아스포라의 경험을 통해 아브라함이 획득한 정체성은 이방인이다. 자신만의 고향과 공간에 포획되기를 거부해가며 디아스포라를 성공적으로 감내하는 사람들은 두 가지 근력이 있다. 걸어서 다음 기착지에 성공적으로 도착할 수 있는 튼튼한 다리 근육과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신이 정한 방향 즉 진북을 잃지 않는 마음의 근육이다. 마음의 근육의 핵심은 믿음의 강도가 아니라 밈음의 공진화에 위해 정해진다.

디아스포라를 통해 하나님이 훈련시킨 것은 살아 있는 믿음이었다. 살아 있는 믿음에서는 강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믿음의 강도가 너무 강하면 믿음은 부러진다. 부러진 믿음은 죽은 믿음이다. 믿음은 나침반과 같다. 살아 있는 믿음은 살아 있는 나침반처럼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서 떨림을 통해 북쪽을 찾아낸다. 나침반의 강도가 너무 강해 진북과 너무 벗어나 있으면 나침반은 떨림을 멈추고 부러진다. 아무리 강하더라도 부러진 나침반은 죽은 나침반이다. 우리는 주변에서 젊었을 때는 살아있는 나침반으로 많은 선한 영향력을 만들어낸 분들이 어느 순간 믿음의 강도만을 강조하다 자신의 나침반을 부러트리고 추한 인물로 추락하는 현상을 목격한다. 믿음도 마찬가지다. 낮선 이방인과 만나 환대의 떨림을 유지하는 믿음만이 살아 있는 나침반이다. 서로에게 환대의 공명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죽은 믿음이다.

아브라함을 믿음의 아버지라고 추앙하는 이유는 아브라함이 보여준 믿음이 강해서가 아니라 환대의 떨림이 있는 살아있는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이 지닌 나침반의 비밀을 이해하자 강도가 아니라 변화해가는 세상에 사람들에게 환대의 떨림으로 공명을 만들 수 있는 믿음인지에 눈이 가기 시작했다. 개신교가 수축되어가는 것은 믿음의 강도만을 강요하다 나침반을 부러트린 것이 이유이다. 교회에서는 여전히 성경에 나왔다는 이유로 현실적으로 믿지 못할 일을 들이대며 이것을 믿는지를 가지고 믿음을 강도를 측정한다. 이런 세속적인 행태가 지금과 같은 초연결 디지털 세상에 얼마나 위험한 행태인지를 이해하게 되었다.

일반 세속교회에서 교회에 등록했는지를 절대적 신자의 기준으로 삼은 것도 문제다.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명에 따라 자신만의 나침반을 만들어가며 이방인이 되어 고향을 등지고 디아스포라를 감행했던 훈련과 어굿난다. 분당우리교회가 30개의 교회로 분리해서 각자의 디아스포라를 시작한다는 뉴스에 눈이 갔다. 믿음의 강도를 강조해가며 성전을 키우고 신도수를 늘리는 신자유주의 이념에 오염된 교회를 벗어나 아브라함이 되어 자신을 비우고 성전의 디아스포라를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떨림이 살아 있는 믿음을 증거한 것이다.

자신의 성전과 공간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자신을 낮춰가며 낮설게 디아스포라 하는 삶이 기독교의 본질이다. 나침반이 떨림을 유지하게 만들라는 가르침은 예수의 "다시 태어나라"는 명령과도 일치할 것이다. 세상에 맞춰 믿음을 공진화 시켜 죽어가는 믿음을 부활시키라는 명령이기 때문이다. 예수가 이 시점에 다시 부활해서 세속적인 교리에 따라 운영되는 교회에 봉사하기 위해 목사안수 시험을 치룬다면 과연 시험에 통과할 수 있었을까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부러진 믿음의 나침반이 시험의 기준이 된다면 당연히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