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화두인 진정성(Authenticity)의 정의는 자신에게 진실함(True to Oneself)이다. 진정성이란 자신의 내면에게 해주는 말과 도움을 제공해 줄 다른 사람에게 해주는 말이 일치하는지의 문제이다. 정치가일지라도 자신에게는 욕심과 사욕에 찬 욕망을 이야기하고 유권자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멋진 비전을 주로 이야기한다면 진정성이 떨어지는 리더이다.

일상에서의 진정성은 이 리더가 사용하는 단어를 중심으로 판단된다. 예를 들어 어떤 정치가의 슬로건이 청년들을 위한 정의와 공정한 세상의 실현이라면 이 정치가의 진정성이란 이 이야기의 투명성에 있다. 이 정치가가 실제 일반청년에게는 공정성을 이야기해가며 자기 가족 청년의 성공을 위해 내밀하게 모든 연줄과 아빠 엄마찬스를 동원해서 밀었다면 이 정치가의 공정과 정의에 대한 이야기는 진정성이 없는 가짜 이야기가 된다.

진정성이란 어떤 특정한 상황에서 제기된 주장의 진실로 실현될 개연성에 대한 이야기이지 실현된 진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약속이 실현되어 정말 진실로 전환되는지의 문제는 또 다른 문제다. 진정성에서 실현된 진실을 찾는 것은 시대착오적이기도 하고 마녀사냥이기도 하다. 자신의 선언한 진정성이 실현된 진실이 되기 위해서는 선언한 사람의 결기도 필요하지만 운도 있어야 하고 자원도 있어야 하고 시스템도 도와주어야 가능한 문제다.

진정성이란 잠재적 진실이지 실현된 진실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들은 어떤 리더가 진정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때 <상처를 감내할 용기>가 있는 지를 보고 판단한다. 즉 자신이 이미 발화한 스토리가 더 이상 지켜지기 어려운 상황에 도달했을 때 약속을 발화한 사람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를 보고 진정성을 판단한다. 상황이 어려워졌음을 빌미로 말을 바꾼다면 당연히 진정성이 없는 약속을 한 사람이 된다. 반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누가보기에도 지킬 수 없는 자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 스스로가 상처받기까지 해가며 측은하게 버틴다면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 사람의 약속에는 진실의 개연성 즉 진정성이 있었다고 판단한다.

진정성 담론의 본질은 장본인이 이야기한 약속이 처음부터 진실의 씨앗을 품고 있었는지의 문제이지 이 약속이 실현되었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진정성이 입증되면 상황은 반전된다. 이것을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 약속을 실현시키기 위한 협업의 파트너로 나서기 때문이다. 진정성의 핵심은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약속한 진실을 지키기 위해 몸소 상처받을 용기가 있는지다.

386 정치가들의 정치를 내노남불 정치라고 칭하는 이유는 이들이 주창했던 거대한 이데올로기적 담론이 자신들에게 내밀하게 하는 이야기 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정치적 주장이라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멋진 이야기지만 정작 자신들에게는 적용할 용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멋진 진영논리를 가지고 있어도 이 진영논리가 자신 계파의 이득만을 위한 것이면 말 그대로 진정성이 없는 정치논리다. 내노남불이 주는 메시지는 이런 진영논리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정치가들이 386세대라는 사실이다.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이야기에 마음을 주고 열광하는 사람들은 진영논리에 포획된 사람들 즉 빠와 부대에 속해 있는 사람들 뿐이다. 요즈음 MZ 세대는 이런 진정성 없는 정치 수사에 더 이상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작정한 것으로 보인다.

요즈음 MZ세대들에게 반향을 일으키는 드라마는 놀랍게도 전원일기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원일기에는 멋지고 화려한 정치적 수사는 없다. 어떻게 보면 따분한 시골 이야기다. 이런 따분한 시골 이야기에 MZ가 나서서 열광하는 이유는 386의 화려한 진정성 연기에 식상했기 때문이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로 진행하고 있는 지금은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이들의 이야기에는 진정성이 담겨 있다. 이들은 자신만의 소소한 진실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사소한 이것을 입증하기 위해 싸우고 웃는다. 진영논리에 식상해 있던 MZ 세대가 보기에는 이들의 삶 자체가 진정성이다.

레트로가 발굴되는 방식도 바로 이런 진정성에 대한 입증을 통해서 이다. MZ 세대가 경험하지 못한 장면이라도 진정성의 스토리가 내러티브로 담겨 있으면 발굴되어 레트로로 등장한다. 래트로는 진정성 때문에 부활된 과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