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학의 Lawler 교수,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Thye 교수와 같이 저술했던 책 『Social Commitments in the Depersonalized World』는 초연결시대 맞춤과 개성화(Individualization)라는 이름을 내세워 사람들을 탈 개성화(Depersonalization)시키고 있는 시대에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개별성(Authentic Individuality)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대는 바야흐로 초연결된 모든 것에 센서가 붙어서 이들의 활동이나 거래가 빅데이터로 축적되는 시대이다. 사람도 예외는 아니다. 사람들에게도 xAPI 데이터가 축적되어 정밀하게 분석된다. 분석방식은 사회적 범주을 중첩시키는 방식이다. 즉 본인인 윤정구를 분석하려면 윤정구가 가진 사회적 범주(성별, 나이, 학력, 직책, 전문성, 가족배경, 결혼유무, 등등)을 크로스 분석해서 윤정구에 해당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 범주에 속한 사람들의 빅테이터 분석을 통해 전형적 행동과 태도와 정서를 찾아낸다. 이런 윤정구에 대한 개별 맞춤형 프로토 타입이 완성되면 다시 이 프로토타입을 윤정구로부터 축적한 개별 데이터와 연결시켜 이들 중 신크로 하는 것이 있으면 이것을 윤정구 개인의 행동과 경험과 태도로 제시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최재한 많은 범주를 찾아내서 윤정구의 프로토타입을 만든다면 윤정구의 개별성을 완전히 사회적 범주로 해체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겉으로 보면 빅테이터를 통한 개인 맞춤형 분석이지만 이 분석이 적용되는 순간 윤정구 개인은 완전히 해체되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윤정구의 개별 아바타가 만들어지는 현상을 우리 저서에서 탈/몰 개성화(Depersonalization)라고 명명하고 있다. 탈/몰 개성화의 심각성은 개인의 개성을 위한다는 이름으로 개인들에게서 영혼을 제거해버린다. 개성화라는 이름으로 개성이 제거된다. 이 덫에 포착되어 영혼이 털리면 AI가 만들어낸 윤정구 아바타가 제시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철저하게 나는 아바타를 통해 이들에게 맞춤형 고객으로 전락한다.

이런 몰개성화 시대에 나의 고유한 정체성을 어떻게 복원해서 나다움을 증명할 수 있을까?

사회적 범주의 한계는 과거성이다. 사회적 범주로 나타나려면 비슷한 과거 패턴이 드러나야한다. 과거의 범주에 포착될 수 없는 새로운 나는 사회적 범주의 포착대상에서 벗어난다. 과거의 데이터인 사회적 범주를 통해서 분석해도 분석되지 못하는 나의 잔여(Residual)가 충분히 남아 있고 이 잔여가 독자적 생명력을 가지고 있는 상태가 진정한 개별성(Authentic Individuality)이다. 이 개별성은 나의 프로토타입에 의해서 설명이 되지 못하기 때문에 나에 관한 특이점(Singularity)을 구성한다. 특이점이 있는 온전한 나는 원조 나(The One and the Only One)이다. 이 원조 나를 가진 사람들만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의 차별성인 존재적 수준에서 차별성을 획득한다. 이들은 이런 차별성을 지뢰대로 사회공동체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결국 미래를 만들어내는 리더로 추대된다. 이들은 현재 사회적 맥락에 대한 문해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차별적 정체성을 통해 미래로 범주를 지속적으로 확장해 새로운 변화의 주체가 된다.

나의 개별성이 해체되어 공중분해되는 죽음의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언제까지 이런 죽음의 외압에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언제까지 원조인간의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우리 저서에서는 이런 각성한 원조인간들이 자신과 사회의 목적을 현재로 불러들여 협업으로 미래를 만들어가는 상태를 사회적 몰입(Social Commitments)라고 규정한다. 사회적 몰입이란 원조인간들이 로봇과 AI의 아바타로 전락하는 것을 거부하고 빅 데이터에 의해 포착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미래를 협업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이다. 본 저서는 2010년 미국사회학회에서 James Coleman 학술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