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코로나 봉쇄와 지난해 홍수로 극심한 식량난을 겪고 있고 한국과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최근 끊었던 통신선을 복원한 것도 결국 식량난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 시점에서 북한을 도와주어야 할까? 아니면 그간의 괘씸한 행태를 핑게로 눈을 감아야 할까?
이 이슈는 어떤 거래가 뇌물인지 선물인지의 문제다. 뇌물과 선물과의 경계는 한 끗 차이다. 선물은 둘 사이의 관계가 신뢰로운 친구관계로 발전했을 때 이 신뢰잔고가 쌓이는 것을 감사히 여기는 증표로서로가 서로에게 무엇을 주고받는 것을 의미한다.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신뢰잔고에 대한 감사 이외에 상대에게 무엇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조건이 붙는 순간 선물은 뇌물로 전락한다. 또한 뇌물은 공여자와 받는자가 남에게 손해를 끼쳐가며 서로의 개인적 이득을 극대화 하는 거래이기 때문에 남들에게 알려져서는 않된다. 비밀유지가 핵심이다.
아무 생각없이 그래도 핏줄을 나눈 형제가 어려움에 처해있으니 도와 준다면 선물이다. 지금의 국민적 정서로는 선물로 북한을 도와주는 것을 찬성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원수에게 다른 빰을 내주는 불명예라고 해석할 것이다. 국민들 모르게 정부차원에서 북한과 모종의 거래를 하고 이 거래의 일부로 식량을 제공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뇌물이다. 과거에는 통용되었는지 모르지만 이런 뇌물행위를 찬성하는 국민도 없다.
다행히 뇌물과 선물 사이에도 다른 많은 거래행위의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거래행위는 협상적 거래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들이 제품과 가격을 놓고 흥정하는 거래다. 일반적 시장거래는 모두 협상적 거래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주고 받아가며 적정한 (가격)합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양보하는 거래다.
정부의 대응은 선물이나 뇌물을 넘어 협상적 거래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들도 상대에게 요구하는 조건과 상대로 부터 받는 것의 조건들이 명확하게 공개되어야 한다. 협상적 거래에서 핵심은 거래의 합의가 지켜지는지의 문제다. 북한의 지금까지 행태를 볼 때 북한은 약속된 합의를 지키지 않는 대표적 국가이다. 따라서 이번 협상에서는 이런 과거의 전력을 거론해가며 받기만 하고 합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대는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도 협상의 조건에 명확히 포함시켜야 한다. 합의를 강제할 수 있는 합의가 필수적이다.
햇빛정책은 신뢰의 잔고가 남아 있을 때 가능한 거래형태이다. 햇빛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북한에 준 대부분 선물은 결국 뇌물로 판명났다. 북한에 대한 신뢰잔고를 모든 국민들이 알고 있는 지금 북한에 적용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북한처럼 신뢰잔고가 없는 대상과의 거래에는 이런 협상적 시장거래와 합의의 강제 대한 합의가 필수적이지만 신뢰의 관계 잔고를 가진 신뢰로운 사람들끼리의 거래는 대부분이 선물 거래가 지배적이다.
친구인 상대가 곤경에 처하면 큰 조건 붙이지 않고 도와준다. 반대로 내가 곤경에 처했을 때는 친구가 나서서 도와준다. 여태까지 서로가 투자해온 신뢰의 잔고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신뢰 잔고의 의미를 아는 사람들은 사는 것이 굳이 오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오늘 협상에서 이기고 내일을 손해본다면 신뢰의 잔고는 점점 비어가고 결국 삶은 부분 최적화된 삶으로 귀결된다. 선물거래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수 있는 신뢰의 잔고를 키워준다. 선물거래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투자행위이고 장기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스마트한 사람들이 가장 선호한다.
우리 사회의 문제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할 수 있도록 신뢰잔고를 키우는 선물거래가 사라지고 모든 거래행위가 뇌물이나 합의가 이행이 안되 법에 의지해야만 하는 협상적 시장거래로 전락한 것에 있다. 대한민국이 시민사회로 되었다는 것은 선물거래가 거래의 지배적 행태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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