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영자들이 조직을 설계하는 것을 조직도를 그리는 것쯤으로 오해한다. 조직을 제대로 설계한다는 것은 조직의 목적을 먼저 세우고 이 목적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을 확립하고 이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도출하고 이 역할을 평가하기 위해 원래 설정된 목적이 KPI의 드라이브로 치환되어 제시된다 (목적-> 기능 -> 역할 -> 목적이 driver로 작용하는 KPI). 과업을 통해 목적이 driver로 동작하는 KPI의 달성이 구성원의 책무가 된다. 이 모든 설계 과정에 녹아 있는 것은 고객들의 아품을 내 아픔으로 내재화 해서 더 혁신적으로 풀어나가는 의지이다.

예를 들어 낙하산과 로켓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 로켓은 정해진 시간에 빨리 올려보내야기 때문에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기능은 강력한 엔진과 고도로 농축된 연료장치일 것이다. 하지만 낙하산의 목적은 최대한 속도를 늦춰서 목표물을 지상에 안착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가끔 경영자들이 조직을 설계하는 것을 보면 낙하산에다 강력한 엔진을 달거나 로켓에다가 속도를 늦추는 장치를 기능으로 설치하는 우를 범한다. 이들은 조직을 설계할 때 목적까지 생각하지 못하고 전략적 목표만을 염두에 두고 이 전략적 목표를 일사분란하게 달성할 수 있는 조직도를 그리고 이 조직도에 맞춰 자신들이 직원들에게 직책을 부여하고 이 직책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결과중심의 KPI를 붙인다(전략 -> 부서 및 조직도 -> 직책 -> 결과중심의 KPI). 열심히는 하지만 해도 잘 안 되는 조직들의 주먹구구식 조직설계의 모습이다.

이런 논리적 조직설계의 가장 큰 함정은 KPI를 조직의 목적과 비전에서 도출했지만 구성원들이 조직의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지 못한다면 구성원들은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KPI를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목적으로 환치한다. 조직목적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KPI를 채운다. 조직이 설정한 고유한 목적이 없거나 있더라도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믿음이 없다면 무슨 세련된 최첨단의 설계기법을 동원해도 결국 경영진이 생각하는 조직설계 의도를 좌절시킨다. 지금까지 최첨단의 세련된 많은 조직설계가 실패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조직설계가 구성원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다.

최근 한 네트워크 마게팅 회사의 조직설계를 컨설팅해주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직설계에 대한 설계도를 아래처럼 담아봤다. 첫번째 설계도가 내가 새롭게 제시한 조직설계의 골격이다. 두 번째 그림은 대표적 글로벌 IT회사들의 조직풍토를 풍자하기 위해 제시된 것이다.

두 번째 조직도를 보면 각 회사가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경영자의 의도가 보인다. 아마존은 온라인 유통의 창고인 클라우드로 세상의 표준을 빨리 장악하기 위해 베조스의 영도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한 조직도를 가지고 있다. 전통적 카리스마에 기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미래의 방향을 제대로 알고 있는 통찰력이 넘치는 경영자들만이 시도할 수 있는 위험하기 짝이 없는 조직도이다. 이 조직도의 위험성을 베조스도 잘 알고 있어서 조직 내부에는 구성원들의 지독한 실험과 실패를 통한 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가장 최악의 조직도를 가진 회사가 MS였다. MS는 서로 잘난 부서간 경쟁과 총질이 난무하던 각자도생의 조직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인도출신 CEO 나탤라가 등장한 이후로 조직의 설계가 전문가들의 놀이터 형태로 바꿨다.

본인이 이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에 제시한 조직설계도의 핵심은 세 가지다.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의 본질에 맞게 외곽은 페이스북처럼 네트워크로 고객과 끊임없이 소통과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만든다. 고객과 진정성 있게 지속적으로 소통을 광고가 아니라 이런 네트워크로 짜여진 리좀 생태계가 담당한다. 고객을 수동적 소비자에서 생산과 유통을 담당하는 주체로 끌어들여가며 소통하고 외연을 확대한다. 둘째는 이 네트워크 연결을 기반으로 애플처럼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어서 싸움과 경쟁을 일삼던 부서들을 같은 공동의 사명을 추구하는 가족으로 통합시킨다. 사명의 울타리는 실제 회사의 조직구조 설계와 인센티브 구조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기업이 목적과 사명과 철학을 가지고 이것을 토대로 구성원에게 울타리를 제공할 수 있는지에 관한 경영진의 진정성과 회사 문화의 문제다. 조직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는 이런 사명을 기반으로 한 심리적 울타리가 없다면 조직이 전략을 실현하기 위해 KPI를 도출하고 강력한 인센티브를 걸어도 구성원은 우리에서 풀린 코브라로 다른 구성원들을 공격해가며 자신의 KPI를 채운다. 마지막 파트는 사명의 울타리 안에 전문가의 놀이터를 설계해내는 작업이다. 구성원들은 사명의 울타리로 둘러 쌓인 플랫폼의 운동장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신나게 뛰어 놀아가면서 자신의 전문성을 신장시킨다. 전문가의 놀이터는 사명도 달성하고 전문성도 신장시키는 협업의 운동장이다.

이 회사의 설계에서도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통합된 구성원들은 구글에서 처럼 서로의 장점을 이용해서 최대의 협업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이런 조언이 가능한 이유는 최고경영자가 자신 회사의 사명의 울타리를 만드는 목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이 믿음으로 진솔하게 소통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최고의 조직설계는 잘되는 회사의 조직도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 시키는 조직의 목적을 제대로 각성하고 이 각성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 구성원과 참여 파트너의 마음을 훔칠 수 있도록 설계할 때이다.

초연결디지털 혁명시대에 성공하는 기업들의 조직설계는 가치체인을 분석해서 공진화하는 생태계를 찾아내는 것에서 시작한다. 자연에서 시작해서 우리에게 재료를 공급하는 후방가치체인과 대리점을비롯해서 고객에게 전달되는 전방의 가치체인을 분석하고 이들 모두를 회사와 운명을 같이 하는 공진화의 생태계로 규정한다. 이런 공진화하는 ECOSYSTEM 관점이 지금까지 자신 조직만의 효율성을 강조하는 EGO SYSTEM을 벗어난 조직설계를 통해 번성의 기반을 마련해준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 초유량기업을 지향하고 있는 기업에게 사명의 줄거리는 <남들의 성공을 돕은 일에서 크게 성공한다>이다. 이런 이야기의 오디언스는 기업의 생태계 속에서 후방과 전방을 구성하는 모든 파트너들이다. 우리 회사의 조직이 이런 공진화하는 생태계의 관점에서 회사의 목적과 사명에 따라 제대로 설계되어 있는지를 검검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