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주미래디자인포럼을 주관하시는 강민창 이사장과 만나서 차담을 나누다 <교육>에서 가르침만 있고 배움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식은 가르침을 통해 전수될 수 있는지 모르지만 진실에 도달하는 것은 가르침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다. 지식은 자신을 스스로 가르치거나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을지 몰라도 지식을 기반으로 진리에 이르게 하는 것은 가르침을 통해서가 아니라 주체적 배움을 통해서 탄생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가르침과 달리 배움이란 산모가 되어 고통을 통해 아이의 출산을 경험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진리란 자신의 산고를 통해 낳은 자기 아이와 같아서 남들이 대신 낳아 줄 수 없다.

각 대학을 상징하는 문양에도 대부분 진리(Veritas)를 탐구한다고 적혀있지만 정작 지식을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수준에 끝나서 상아탑이 더는 진리탐구의 장으로서의 지위를 잃었다. 지식은 우리를 지속적으로 지식의 감옥에 가두지만 어떤 사람들은 지식을 진리로 전환해서 지식의 지하 감옥을 탈출한다. 지식을 진리로 전환한 사람들만 진정한 자유를 향유한다. 진리에 대한 배움을 잃은 대학은 우리를 지식의 어두컴컴한 지하 감옥에 계속 머물러 있으라고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우연히도 지식과 진리, 가르침과 배움에 대한 차이는 저녁에 있었던 박사과정 학생들과의 <이론 구성(Theory Construction)> 세미나에서 아인쉬타인의 창의적 문제해결력 이슈로 다시 소환되었다.

우리 역사에 현존하는 학자 중 가장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 아인쉬타인은 문제는 문제와 같은 수준에서는 풀 수 없다고 가르친다. 문제가 발생한 수준보다 더 깊이 내려가 원인을 찾아 문제를 근원적으로 이해하고 문제를 즉흥적으로 해결한 결과보다 더 높은 곳에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때 모두가 열망하는 창의적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가르쳤다. 아인쉬타인은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은 문제의 원인과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정의하는데 주어진 시간의 대부분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실제 문제가 근원의 수준에서 제대로 정의되면 해법은 생각보다 쉽게 따라온다. 아인쉬타인은 문제가 발생한 수준과 같은 수준에서의 고식적이고 반창고 붙이는 해법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서 올라서서 결과를 볼 수 있게 만드는 거인의 어깨를 주문한다.

아인쉬타인이 언급하는 거인의 어깨는 세상을 보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신모형을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문제해결력이 탁월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높은 정신모형의 사다리를 세우고 이 사다리를 거인의 어깨로 삼아서 세상을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의 정신모형은 지금 전개되는 삶의 지평과 맞닿아 있는 수준이다. 난장이의 어깨에 올라가서 문제가 발생한 수준과 같은 수준에서 근시안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셈이다.

지금 세상이 돌아가는 지평과 같은 수준에서 세상을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서지만 이 지평에 올라서서 자신을 거인으로 만들고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보게 만드는 것은 자신이 가진 정신모형이 주는 진리에 대한 통찰력을 통해서다. 이 진리에 대한 통찰력은 삶의 존재 목적을 염두에 두고 지식을 체화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지식을 체화한다는 것은 지식을 자신에게 맥락화해서 자신의 살과 뼈로 만들어 자신에게 거인의 어깨를 제공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진리는 존재목적을 염두에 두고 이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서 본 세상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 세상을 업데이트할 수 있는 지도를 정신모형 1로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 만든 지도를 정신모형 2라고 구별한다. 정신모형 1은 새로운 지식과 지형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 업데이트할 수 있지만 정신모형 2는 존재목적으로 스스로를 줄탁동시해서 알에서 깨어나는 탄생과 발생이라는 배움의 사건을 통해서 탄생한다.

아인쉬타인의 비유를 인용하면 업데이트 된 정신모형 1은 거인이 발 딛고 서 있는 단단한 땅이고 거인은 정신모형 2이다. 정신모형 2가 있는 사람들만 거인의 어깨에 올라 세상의 진실을 분별한다.

지식을 통해 세상의 지평을 업데이트 하는 것이 정신모형 1이라면 진리란 정신모형 2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라가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세상을 보게 되는 깨달음이다. 거인이 발 딛고 서 있는 단단한 땅은 지식에 대한 가르침을 통해 얻을 수 있지만 거인의 어깨에 올라서 본 세상에 대한 깨달음은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지식을 지속적으로 체화 했을 때 주체적 사건으로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