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러(Alfred Adler)는 모든 인간은 살아가면서 미숙함 때문에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에 대한 고통을 품고 산다고 전제했다. 이 미제사건의 고통을 해결하는 과정을 인간의 성장과정의 문제로 정하고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에 대응한 새 심리학을 세워 탐구했다.
우리가 삶을 통해 해결하지 못한 미제사건들이 모여서 복잡한 꼬임이 만들어진다. 아들러는 이 꼬임을 컴플랙스 (Complex)라고 불렀다. 문제를 풀지 못한 책임을 혼자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컴플랙스를 위인화 해서 성인아이(Adult Child)라는 이름으로 관리했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한 꼬임이 발생할 때마다 성인아이에게 책임을 귀인하는 방식으로 쪼그라드는 자존심을 관리해왔다. 문제는 성인아이는 모든 비난을 희생적으로 감내해가며 수동적 상태로 머물지 않는다는 데서 생긴다. 새롭게 풀어야 할 문제가 있을 때마다 등장해 자아에 찬물을 끼얹는다. 이전에도 이런 문제는 풀지 못했고 네가 가진 능력으로는 지금 문제도 풀 수 없다고 속삭여가며 물귀신이 되어 포기를 종용한다. 성인아이는 자아가 문제를 풀려 시도할 때마다 등장해 공포와 불안을 자극한다.
성인아이는 유전자 복권 덕택에 칭찬 받고 자란 자아에 대한 편애(self-serving-bias) 때문에 생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머리와 재능과 건강을 가지고 태어났어도 이런 유전자 복권을 통해 세상의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풀리지 않기 시작할 때 유전자 복권을 이용해 나름 잘 살아온 자신을 더욱 편애하고 문제를 풀지 못한 책임을 성인아이에게 돌려 비난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올 때 쯤이면 유전자 복권 당첨금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점점 많아지고 성인아이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먹고 자란다. 성인아이는 자신의 감옥 안에 숨겨가며 키운 미운 오리새끼다.
유전자 복권 덕에 우월감으로 살아 온 자아는 골리앗이고 미운 오리 새끼의 열등감으로 살아온 성인아이는 미숙한 다윗이다. 결국 우리 내면에는 우월감으로 가득한 골리앗과 열등감으로 가득한 다윗이 동거해가며 싸우고 있는 셈이다. 성인아이도 자신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 성인아이와의 화해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온전한 성인으로 성숙하는 과정은 큰 장애가 있다.
아들러에 따르면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에게 부과된 미제사건의 집합체인 컴플랙스을 극복하고 이 성인아이를 청년 다윗으로 키우는지의 문제다. 성인아이와 화해하고 이 아이를 다윗으로 키워 미제사건을 주체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근력을 만들 수 있는 사람만 온전한 성인으로 성장한다. 유전자 복권에 대한 편애를 극복하고 문제해결을 위한 주체적 근력을 만들어가고 이 근력을 통해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목적으로 기여하는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 미운오리 새끼인 성인아이를 제대로 키워 춤추는 백조로 성장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다.
열등감으로 울고 있는 성인아이를 춤추는 아이로 키우는 시작은 편애에 대한 각성을 통해서다. 유전자 복권으로 문제를 잘 해결해서 칭찬만 받고 살아온 골리앗에 대한 편애를 극복하는 문제다. 편애를 극복하고 성인아이도 자신으로 받아들이고 성인아이의 아픔도 사랑하는 자기 긍휼 문제다. 자기긍휼의 사랑이란 성인아이가 감내해왔던 그간의 고통조차 자신의 고통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그대로 사랑함이다. 자기긍휼은 감춰왔던 성인아이의 고통을 들춰내고 성인아이가 혼자 감내해왔던 환부에 생긴 구더기를 직면할 수 있는 용기에서 시작된다. 기시미 이치로는 이 용기를 <미움 받을 용기>라고 명명해서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었다.
자신에 대한 편애가 아닌 자아 긍휼의 사랑은 성인아이를 찌르고 있는 가시를 따듯하게 녹여 치유한다. 가시가 긍휼의 사랑으로 녹여져 치유되면 성인아이는 비로서 삶의 주인으로서 일으켜 세워진다. 주인으로 세워지는 성인아이가 존재목적을 각성하면 성인아이는 춤추는 아이가 된다. 목적을 중재로 춤추는 아이는 지금까지 유전자 복권에 의해서 편하게 살았던 골리앗 자아와도 화해한다. 골리앗과 다윗이 목적을 중재로 화해하면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문제들이 근원의 수준에서 재정의되고 기적처럼 술술 풀린다. 번성의 삶을 구가하기 시작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입장에서 보면 삶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꼬인 컴플랙스가 주는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본질이다. 유전자 복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성인으로 활동하는 사이에 점점 늘어나 고통을 더 부가한다. 유전자 복권에 대한 편애가 크면 클수록 고통은 더 커진다. 고통은 회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아직은 생명이 살아 있다는 증거다. 고통에 거적을 덮어놓고 숨기기보다는 거적을 열고 여기서 생긴 고통의 구더기를 직면해서 보는 용기가 성인아이를 춤추는 아이로 키우는 첫걸음이다.
성인아이가 겪고 있는 고통을 용기 있게 직면할 수 있는 자기긍휼의 사랑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영구 미제 사건의 악몽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자신의 아픔조차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고 치유해 춤추는 아이로 세우는 지극한 사랑이 자기긍휼이다. 유전자 복권에 대한 자기편애를 극복한 사랑이 자기긍휼이다.
지금까지 나의 나에 대한 사랑은 특급 사랑인 자기_긍휼이었을까?
아니면 가장 저급 사랑인 자기_편애에 불과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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