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의식에 대한 MZ세대 조사
글로벌과 한국 비교
딜로이트 컨설팅이 2024년 MZ 세대 직장인들의 실태조사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한국 500명을 포함해 44개 국가의 22481명을 작년 말과 24년 초에 걸쳐서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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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에는 MZ 세대의 직업과 직장의 목적의식에 대한 만족도라는 지표가 나온다. 한국의 경우 직업에 대한 목적의식 만족도는 Z세대가 63%, 밀레니얼 세대가 76%로 만족하는 것으로 나왔지만 회사의 목적의식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50%와 47%로 급격하게 떨어진다. 글로벌은 Z세대가 71% M 세대가 72%로 격차가 많이 벌어진다.
이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세 석공의 이야기 속에 그 답이 담겨 있다.
세 명의 석공 이야기는 다 아는 이야기다. 한 석공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었다고 생각하는 석공이다. 틈만 나면 도망 갈 궁리를 한다. 다른 석공은 생계 때문에 일한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석공 만큼이나 일하기 싫지만 생계 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없다. 마지막 석공은 공사장이 성전을 복원하는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은 석공이다. 성전이 복원되면 믿음을 잃었던 사람들이 다시 믿음을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헌신해서 일한다.
이 세 석공의 이야기는 각자 다른 사람일 수도 있지만 한 사람 안에 내재화된 다른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이번 딜로이트 조사를 보면 Z세대 직장인의 경우 일하는 동기의 63%가 세 번째 석공의 내재적 동기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37%를 생계라는 외재적 동기와 습관이 만든 괸성으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M세대는 세 번째 석공의 마음이 좀 더 높아서 76% 정도다.
직장인들은 이해하겠지만 세 번째 석공의 마음이 사라지는 이유는 석공 개인의 철학과 사명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회사가 비즈니스가 성당을 복원하는 공사장이라는 장면을 제공해주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다. 셋째 석공의 마음으로 출근했던 사람들도 회사가 자신들의 생각과는 달리 자신의 동기를 실현할 수 있는 운동장의 역할을 못한다면 점점 시작했을 때 초심으로 가졌던 마음을 잃는다.
그렇다면 세 번째 석공의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의 비율은 어떤가? 언급했듯이 회사의 목적의식에 대한 만족도는 각각 50%와 47%다. 대한민국의 기업 중 적어도 세 번째 석공이 일할 수 있는 목적과 사명의 운동장을 제공해주는 비율이 절반 미만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70% 이상이다. 격차가 크다.
이런 차이가 기업의 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상당히 크다. 장기적 성과의 문제인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절대적이다.
회사에서 자신들이 반드시 비즈니스를 하는 이유와 목적에 대한 성전을 복원하는 스토리가 사라지면 회사의 운동장에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진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던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지면 종업원들은 두려움에 운동장 밑에 정치적 연줄을 엮어가며 각자도생을 위한 토굴을 파기 시작한다. 사명과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진 회사는 알고 보면 운동장 밑에 이런 정치적 연줄로 파인 토굴 투성이다.
이들은 토굴을 파고 토굴이 무너지지 않게 연대하고 보수하는 일을 일이라고 주장해가며 많은 시간을 쏟는다. 이런 일은 일이라기보다는 유사일(Psuedo work)이다. 고객의 고통을 해결해 주는 진실된 가치를 전달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들의 밥그릇 챙기는 가짜 일을 부가가치라 속여가며 고객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회사가 지속가능할 수는 없다.
지속가능성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회사의 공식적 운동장에서 일하는 것과 토굴 속에서 일하는 것이 서로 디커플링 된 회사라는 것을 회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도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자신들의 비즈니스가 고객의 고통을 해결해주는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해가며 설탕 범벅인 감성 광고로 도배한다. 하지만 직원들은 이런 플라스틱 홈페지가 회사에 사명과 목적이 죽어 있음을 감추기 위한 고육지책의 거적이라는 것을 다 안다. 회사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거짓을 일삼는데 직원들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일해가며 회사를 위해 일한다고 거짓말을 해도 막을 방법이 없다. 뱀이 배가 너무 고프면 자신의 꼬리를 먹는 비현실적인 오로보러스 현상이 회사 안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한다.
회사가 목적과 사명이 오랫동안 죽어 있고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습관적으로 경영되면 직원들은 모두 둘째 석공과 셋째 석공으로 전락해서 토굴파기를 시작한다. 전통적으로 토굴파기는 조직행동론에서 Undermining이라는 개념으로 연구되고 있다.
회사의 사명과 목적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은 회사에 알려진 공식적 운동장이 아닌 자신만의 안식처이자 안심지대인 토굴 생활을 하게 된다. 토굴맨이 되면 회사가 자신에게 시키는 일에 점점 부담감이 생기고 이 부담감을 지우기 위해서 토굴파기를 시작한다. 회사의 공식적인 라인이나 상사나 대표에게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가며 항의할 수 없기 때문에 만만한 자신의 부하들이나 동료들에게 은연중에 회사와 상사와 잘 나가는 동료를 폄하하는 뒷담화를 시작한다. 뒷담화는 이들 밑에 몰래 구멍을 파 쓰러트리는 것이 목적이다.
토굴파기는 남들을 매장하고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시도하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은 파놓은 토굴이 제 무덤이 된다. 자신의 죽을 자리를 미리 파 놓았다는 것을 깨달지만 깨달은 시점에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다. 우로보러스의 악순환 고리를 끊지 못한다.
회사가 비즈니스를 하는 존재 목적이 살아 있을 경우 회사는 세 번째 석공의 마음을 가진 구성원을 길러낸다 . 이들은 땀 흘려 일하지만 모두 환한 웃음을 잃지 않고 일한다. 이들의 긍정적 에너지가 다른 구성원에게 전달되면 토굴파기를 시도했던 세력들도 회사의 공식적인 운동장으로 커밍아웃하는 기적이 생긴다. 존재목적을 잃은 회사는 회사 안에 스스로 공멸하는 무덤을 파고 있는 셈이다. 이 무덤파는 일에 월급 줘가며 종업원을 동원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