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와 가스라이팅 하는 리더의 차이는 소통, 의사결정, 동기화, 성과관리, 변화관리 등의 스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스킬을 이용해서 어떤 의도(意圖) 를 실현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지에 달려 있다. 진성리더는 자신과 구성원에게 약속한 공유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리더십 스킬을 사용하는 반면 가스라이터는 자신의 숨겨진 욕망 즉 저의를 실현하는데 리더십 스킬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아마도 리더십 스킬에서의 숙련도는 진성리더보다 가스라이터가 한 수 위일 개연성이 높다. 가스라이터 리더는 이런 현란한 리더십 스킬을 이용해서 구성원을 자신을 영구적 노예로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진성리더는 구성원과 함께 공유된 목적을 실현하는 스튜어드십을 발휘하지만 우상화된 리더는 대부분 가스라이터다.

의도(意圖)는 공동의 목적을 전달하는 전령사인 반면 저의(底意)는 리더가 공개적으로 밝히지 못하는 숨은 의도를 말한다. 이 숨은 의도는 리더의 꿍꿍이 속셈으로 자신의 이득과 가족 혹은 자신의 정치적 이해 집단의 이득을 챙기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 개인적 욕심의 숨겨진 모습인 저의를 가진 리더들은 공개적인 장소에서는 조직의 비전과 미션에 대해 침이 마르도록 설파하나 이들의 미션와 비전에 관한 설파는 자신의 저의를 감추기 위한 연기이다. 조직에 연기하는 리더들이 창궐하는 이유는 이런 리더들이 자신의 저의를 숨겨가며 자신의 밥그릇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 저의를 숨기기 위해 가스라이터 리더는 연기를 넘어 거짓을 밥먹듯한다. 가스라이터 리더를 따르는 구성원들은 거짓의 옹호자로 전락하지만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한다.

의도(意圖)는 한자의 뜻이 표현하듯 리더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지도이자 리더가 약속한 목적에 이르게 하는 정신모형이다. 이 의도가 상황 속에 제대로 뿌리를 내릴 때 상황은 비옥한 맥락이라는 새로운 토양으로 바뀐다. 리더의 의도는 개념화 작업을 통해 미래에 대한 비전과 약속으로 공개된다. 또한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리더가 약속을 처절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일 때 지켜보는 사람들 마음 속에 리더의 의도와 약속의 진정성이 받아 들여져 뿌리를 내린다. 이런 뿌리내림이 자발적 영향력의 준거다. 리더의 신뢰는 리더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약속한 목적을 실현하려는 처절한 노력을 보일 때 구성원은 목적에 대한 진정성이 받아 들여진다. 신뢰는 리더의 진정성이 받아 들여진 정도를 의미한다. 저의를 가진 리더가 자신을 믿어 달라고 호소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자신의 진정성을 증명해 보일 방법이 없다. 자신이 주장하는 진정성의 근거가 숨겨진 의도이기 때문이다. 정치가들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들이 남발하는 목적에 대한 약속에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바뀌어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약속을 폐기 처분한다. 약속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저의가 이들을 움직이는 동인이기 때문이다.

전략이 현란하게 만들어져도 실현하는데 실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아무리 현란하게 경영학 최고의 기법을 동원해서 전략을 만들어도 이 전략에 선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결여되면 실현하기 위해 과도한 인센티브를 동원해야 한다. 결여된 의도가 인센티브로 채워지면 구성원들은 진정성 있게 전략을 실현하는 일에 헌신하지 않는다. 의도가 없는 현란한 전략은 또 다른 이름의 가스라이팅일 뿐이다. 선한 의도가 없는 전략의 지행격차는 필연적이다. 대부분의 현란한 전략이 그냥 전략을 위한 전략으로 끝나는 이유다. 전략의 존재이유는 전략적 의도에 의해서 결정된다. 초뷰카시대 경영전략을 믿지 않는 이유는 전략적 의도의 상실로 전략이 진정성을 잃고 껍데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저의를 가진 리더들이 정치적으로 득세해서 회사의 분위기가 이미 산성화된 토양으로 오염되어 있을 때가 문제이다. 이 상황을 전환시키기 위해 목적을 담은 의도를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전달할 경우 결국 계란으로 바위 치는 상황이 연출된다. 받아 적기만 하고 왜라는 질문을 던져가며 의도를 물어보지 않는 언론도 이런 가스라이터 리더십에 일조한다. 이런 언론은 가스라이터가 발표하는 내용을 미담기사로 쏟아내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회의 청문회의 난장판은 현 대통령이 후보 토론회에서 숨기고 있던 저의였던 왕 자를 보면 이유가 분명해진다. 민주공화정 국가에 대통령이 아닌 왕이라는 글자를 손바닥에 쓰고 나온 저의를 파악하면 지금의 모든 논란, 거짓, 연기의 의미가 이해된다. 모든 국민이 왕을 위해 존재하는 왕정 국가에서는 이태원에 모인 젊은이보다는 장관이, 일개 병사보다는 장군이 자신 개인적 저의를 실현하는데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을 것이다.

사실 우리 대부분은 진성리더보다는 가스라이팅 하는 리더의 영향권에 속해 있고, 대부분은 자신이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지를 인지하지 못하고 유사노예처럼 지속적으로 암암리에 가랑비에 비 젖듯 착취 당하는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리더의 숨겨진 저의를 파악하지 못한 형벌이자 비극이다. 가스라이팅 당하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 우리는 가스라이팅 리더와 함께 조직과 사회와 국가에 토굴을 파고 사는 토굴 세력으로 전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