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성 #100년_기업

#구성주의 #진화론

진화론은 결정론이다. 극히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돌연변이를 제외하고 답은 자연이 가지고 있고 생물은 이 자연이 가지고 있는 비밀 코드를 알고 이에 순응할 경우 적자생존으로 살아남고 이 코드에 어긋날 경우 사멸한다고 믿는다. 구성주의는 인간은 생태계의 압력에 대해서 자발적 의도를 가지고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답을 구성해낼 수 있다는 가정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인류를 지속가능하게 만든 원리로 주장하는 원리는 진화론적 구성주의이다. 진화론적 구성주의는 진화론의 주장을 생존의 필요조건으로 구성주의 주장을 충분조건으로 받아들여 재구성한 모형이다.

진화론은 지금까지 수억 년 동안 살아남은 생물들의 적자생존에 대한 풍부한 검증된 모형을 제공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은 생물체 중에서 가장 탁월하게 주체적으로 살아남은 생물은 뭐니 뭐니 해도 인간이다. 인간이 가진 능력 중 다른 동물과 다른 능력이 바로 자신이 주체가 되어 상상하고 구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상상하고 선택하고 선택한 것을 실행할 수 있는 구성주의 능력은 적자생존 원리를 터득한 생물들이 가진 어떤 능력보다 탁월한 능력이다. 하지만 인간도 생태계 속에서 살아가는 입장에서는 진화론적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진화론적 구성주의는 인간이 조직을 설계하거나 삶을 설계할 때 생태적 조건은 필요조건으로 생각하고 이 생태적 조건이 주는 제약과 기회 중 제약을 벗어나 기회의 요소를 살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충분조건으로 생각한다. 밈(Meme)이란 이런 구성주의 능력을 통해 만들어낸 생물학적 유전자와 대비되는 문화적 유전자이다. 즉 밈(Meme)이란 생물학적 유전자에 대비되는 세대를 넘어서 전파되는 믿음의 단위를 말한다. 인류가 여태껏 살아남은 이유는 탁월한 유전자와 탁월한 밈을 디자인해서 문화를 전파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화적 유전자는 유리한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고 이 의도적 환경에서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생물학적 유전자가 선택되어 이어지도록 유전압력으로 작용한다.

진화론적 구성주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유전자를 보유하게 된 상황을 특정 시점의 동물과 같던 유전자 at T1에서 지금 시점의 유전자 at T2로 이어지는 진화의 계보에 문화적 구성주의가 조절변수로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유전자 구조를 공진화 시킨 이유는 문화적 유전자가 조절변수로 생물학적 유전자에 다른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문화적 구성주의를 가능하게 한 인간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동물과 다른 차별적 중복성(Redundancy)이다. 자연 생태계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는데 중복성이 왜 그렇게 중요한 요소일까?

물고기 중 수 억 년을 살아남은 라이어테일이라는 열대 물고기가 있다. 이 물고기는 떼로 돌아다니는데 수놈이 한 마리이고 나머지는 다 암컷이다. 열대 심해에서 가끔 수놈이 더 큰 물고기에 의해서 잡혀 먹는 일이 발생한다. 수놈이 사라지면 결국 생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종이 사라진다. 하지만 라이어테일에게는 기적이 발생한다. 암놈 중 제일 우두머리 암놈이 성변환을 하는 것이다. 수놈이 잡혀먹은 수 시간 만에 우두머리 암놈은 수놈처럼 부리가 검게 변하고 고환도 생긴다. 종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서 암놈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포기한 것이다. 아무리 수놈이 잡혀먹어도 암놈 중 우두머리가 성 변환을 하니 종족보존을 위한 수놈의 숫자는 중복성을 충족한 것이다. 라이어테일은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DNA의 중복성이다.

식물 중 가장 오래된 식물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식물이 유타주에 있는 판도 사시나무 숲이다. 이 숲을 구성하는 나무의 나이는 100년 200년이지만 이 숲 자체의 나이는 9만년이다. 불이 나 숲이 전소한 기록도 있지만 숲이 살아남은 이유는 이 숲을 구성하는 나무들의 뿌리가 모두 연결된 리좀 뿌리로 중복성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나무가 생태계의 영향 때문에 죽어가고 있으면 연결된 뿌리를 이용해서 강한 나무가 이 나무에 필요한 영양과 물을 보내 살려낸다. 연결된 리좀 뿌리가 나무를 살려내기 위한 사회적 자본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사회적 자본은 내가 어려울 때 내 자본처럼 빌려 쓸 수 있는 중복된 자본이다.

다음은 인간은 유타 판도 사시나무나 라이어 테일과 다른 어떤 중복성을 통해 지금과 같은 상태를 만들었는지의 이슈다. 인간은 동물과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 중복성의 요소를 가지고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을 도출하기 위해 100년 기업을 꿈꾸고 있는 인간과 조직에 다음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어제 밤에 회사의 공장에 불이 나서 공장이 다 불에 전소되었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다. 이 공장은 살아남을까? 당연히 살아남는다. 직원들과 사장님의 머릿속에 공장이 어떻게 설계되어 있고 어떻게 운영되는지의 마스터 설계도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사장님과 직원들의 머릿속에 설계도의 복사본이 여분으로 남아 있는 한 누가 몇 번을 불태워도 공장은 되살아난다.

더 황당한 상황을 시뮬레이션해보자. 자고 일어나 봤더니 외계인이 와서 사장님과 직원들을 모두 화성으로 납치해 가버렸다. 일개 말단 직원이었던 내가 아침에 출근해보니 사장님을 비롯해서 아무도 없다. 공장은 멀쩡하다. 내가 공장을 살릴 수 있을까? 사장님은 공장의 설계도와 어떻게 운영을 해야 하는 지를 비밀로 자신의 머릿속에만 한부 보관하고 있어서 설계도를 알 길이 없다. 직원들이라도 남아 있으면 이들이 알고 있는 부분 부분의 설계도를 조합해서 전체 설계도의 코드를 알아볼 텐데 외계인들이 직원들도 데리고 납치해버려서 그럴 수도 없다.

인간의 중복성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뛰어나게 최신식으로 공장을 설계했고 이 공장을 최신의 경영비법으로 운영하고 있었어도 사장님이 사라지고 직원들이 사라지는 환경변화가 생기면 이 공장은 살아남지 못한다. 조직이 갑자기 치매에 걸린 상황과 비슷한 상황이 전개된다.

공장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장님이 공장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던 설계도를 직원들과 같이 공유해서 직원들이 사장님과 똑 같은 설계도를 가지고 자신의 일을 할 수 있을 때이다. 이렇다면 설사 사장님이 유고시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불날 것을 대비해 제 2의 똑 같은 공장을 지어 놓는다고 중복성의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다. 사장님이 가진 밈을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심어 놓을 수 있을 때 중복성의 문제는 해결되고 이런 회사들만이 환경의 예측 불가능한 위기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백년기업으로 탄생한다.

인간과 동물이 다른 것은 뛰어난 유전자에 대한 중복성을 넘어서 같은 배를 탄 운명 공동체 사람들의 정신모형으로 공유된 문화적 유전자인 밈에 대한 중복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클라우드 산업은 중복성을 극대화 해서 만든 사업이다. 클라우드 생태계가 완성되어서 우리 각자는 자신의 메모리를 동기화를 통해 자신의 노트북과 셀폰에 저장할 뿐 아니라 클라우드에도 저장한다.

축구를 잘 하는 팀에서는 공격수가 공격만 잘하지 않는다. 수비수가 문제가 있을 때는 공격수가 중복된 수비수로 역할을 수행한다. 모든 선수의 머리 속에 이기는 팀의 정신모형과 역할들에 대해 복사본이 되도록 중복성을 훈련 받는다. 동료가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중복성을 습득하고 한 발 더 가주는 행동을 조직행동론에서는 조직시민행동이라고 부른다. 조직시민행동이 없다면 아무리 전문성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어도 갈등에 따른 마찰을 극복하지 못한다.

중복성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공유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협업이 불가능해진다. 본인이 컨설팅해주고 있는 회사에서 이런 중복성을 <대책없는 오지랍>이라고 명명해 격려한다. 3M에서 실시했던 15% 룰이나 30% 룰도 다 중복성 slack과 버퍼를 창출해서 생존하려는 원리의 일환이다.

전략을 마련할 때는 성공전략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실패했을 경우에 대한 Bottomline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여기에 보험을 들어둔다. 이런 전략적 보험도 중복성 전략이다. 회사에 역할에 대한 승계나 CEO에 대한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중복성 전략이다.

가장 뛰어난 중복성 전략이 집행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은 구성원 모두가 공유하는 현재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지도인 정신모형 1과 같은 배를 타고 미래의 공동목적지로 향하는 길에 대한 지도인 정신모형 II을 공유하는 일이다. 직원 모두가 CEO의 정신모형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전문성을 공동목적을 위해 중복시킬 수 있는지가 경영의 본질이다. 중복성을 거꾸로 이해해 자신의 직급보다 더 부분 최적화된 상태를 위해 일하는 대리급 사장, 대리급 임원, 대리급 팀장, 대리급 과장이 정리되어야 할 대상이다.

생산적 중복성은 조직의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협업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이런 정신모형 기반 중복성이 제대로 설계되고 집행되면 회사의 목적, 전략, 성과가 서로 정렬되어 문화를 만들고 이런 문화는 회사의 브랜드가 되어 이런 브랜드의 생물학적 DNA를 가진 구성원을 핵심인재로 이입해 백년기업의 과업을 달성한다.

자신의 삶의 목적을 기반으로 만든 정신모형 II와 정신모형 I이 없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이고 무엇이 불필요한 것에 대한 개념이 서지 않는다.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일과 관련된 전문성과 역할이다. 이것을 제외하고 필요 없는 것을 털어내지 못한다면 잘못된 중복성의 갑옷을 입고 전쟁에 뛰어든 상황이 된다. 젊은이들이 목적을 상실했을 때 필요 없는 스팩의 대마왕으로 전락하는 것을 목격한다. 이들은 필요 없는 칼과 갑옷을 중복성이라는 미명으로 끌고 다니며 전투를 벌이는 골리앗이다. 이런 중복성으로 지금과 같은 초뷰카 세상의 싸움에 뛰어든다는 것은 자살행위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