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5-03-12 11:25
[N.Learning] 급진거북이가 올라야 할 두 개의 산 매슬로우 산과 진성리더의 산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797  

급진거북이가 올라야 할 두 개의 산
매슬로우 산과 진성리더의 산
오두막을 벗어나보지 못한 사람들은 집 천장을 하늘이라고 믿지만 오두막 밖에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은 온전한 하늘을 보며 산다. 많은 사람들이 교과서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은 욕구의 오두막 이론이다. 행동하는 진성리더인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가 오두막을 탈출해서 본 욕구의 하늘은 다르다. 오두막을 탈출한 급진거북이는 매슬로우 욕구의 오두막 천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더 높고 숭고한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경외감을 느낀다.
매슬로우가 심리학이라는 개인주의 오두막에 살면서 욕구이론을 만들 때 결정적으로 놓친 것들이 있다.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욕구 만족을 통해 얻는 쾌락(Pleasure)를 전제로 이론을 만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오손도손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살 때 느끼는 더 높은 차원의 희열(Joy)이 있음을 놓쳤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설을 믿을수록 욕구에 대한 갈증이 더 심각해진다. 매슬로우의 욕구단계론을 극복하지 못하면 현대인은 초개인주의 함정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매슬로우가 자신이 설정한 욕구단계를 정복하면 던져주는 돈, 권력, 명예, 자아실현은 초개인주의 사막에서 자극적인 탄산수여서 일단 마시기 시작하면 심각한 갈증을 벗어나지 못한다.
매슬로우의 개인주의 욕구의 산을 정복한 사람들의 운명은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희곡 《오 행복한 날들》에 나오는 50대 아내 위니와 60대 남편 윌리의 삶에 잘 묘사되어 있다. 1막에서 아내 위니는 매슬로우 욕구의 산 정상에 올라 허리까지 사막화되어가는 정상의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 2막에서는 뜨거운 욕망의 햇빛 때문에 점점 사막화 된 정상에서 양산을 쓰고 목까지 묻힌다. 사막화된 모래는 초개인주의로 전락한 세상을 의미한다. 위니는 결국 모래 속에 파묻혀 생명을 마감할 운명이다. 극중 간간히 남편이 왔다 갔다 하지만 둘 사이에 대화는 거의 없다. 모래에 파묻혀 죽어가는 와중에도 위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화장을 한다. 그리고 하루 종일 의미 없는 대사를 쏟아 놓는다. 모래는 그녀가 평생을 매슬로우 욕구의 산을 정복해 축적해 놓은 재산과 명예와 욕망에 대한 기억을 상징한다. 위니는 매슬로우 산의 정상에서 자신의 현실을 외면하고 끊임없이 주문을 외운다. “오늘도 행복한 날이 될 거예요. 오늘도 행복했어요.”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주문처럼 자신에게 “오늘도 행복했어요.”라고 외치지만 그녀에게 행복은 여전히 신기루다. 그녀는 평생을 쌓아온 부와 명예와 욕망의 모래 구덩이에 파묻혀 서서히 죽는다. 이 희극은 매슬로우가 지시한 대로 돈‧명예‧권력 등 신기루 행복을 추구하다 서서히 죽음을 당하는 초개인주의자 현대인들의 비극을 풍자했다.
사실 내 주변에도 돈, 명예, 권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데도 이것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 행복이라고 믿고 더 강렬한 햇빛을 동원하여 삶을 사막화시키고 이 사막화된 모래구덩이에 빠져 사는 친구도 있고 친지도 있다. 이분들과 대화를 하면 무슨 대화든 대화가 돈, 명에, 권력, 자식에 대한 자기 자랑으로 드라이해져 5분 이상 대화를 지속할 수 없다.
진성리더십을 따르는 급진거북이들은 매슬로우 욕구의 산을 정복한 초개인주의자들에게 더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는 기쁨(Joy)의 산이 있음을 설파한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제 2의 산을 반영해 시대와 맥락에 맞는 욕구 7단계 이론을 정립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면서 부모의 몸을 빌려 태어났고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의 힘을 빌려서 일어 설 수 있었다. 먹고 살 수 있는 재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부모에게 빚졌다.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풍광도, 공기도, 물도 대부분 공짜로 향유하며 자연에 빚지고 살아왔다. 사회에 나가서 밥 벌어 먹고 살 정도가 될 때까지 맨토, 상사, 동료, 친구들에게도 큰 빚을 지고 살았다. 물론 자신이 열심히 노력한 공도 있지만 나를 둘러싼 자연, 공동체, 가족 등이 온 힘으로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지금 향유하는 삶의 절반도 도달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빚진자임을 인정하고 사는지 아니면 자신이 지금 향유하는 모든 것이 자신이 특별이 잘나기도 했고 스스로 노력해 자신의 힘으로 만든 것이라고 믿는 자기 자만에 갇혀 지내는 지에 따라 두 부류로 변별된다. 매슬로우는 빚진자의 삶을 배격하고 살던 오두막 사람들의 욕구단계를 5단계로 만든 것이다. 진성리더십의 욕구 7단계는 빚진자의 삶과 이 빚을 온전하게 갚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욕구까지 포함해 우리가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올라야 할 또 다른 신성한 욕구의 산이 있음을 설파한다.
매슬로우에 따라 초개인적 성장에 방점을 둔 사람들은 자아실현이 배고픔과 갈증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진성리더십을 따르는 급진거북이는 자신의 성장을 넘어서서 공동체와 생태계를 번성시키는 책무를 수행하는 또 다른 산이 있고 이 산에 올라 자신의 진 빚을 갚고 떠날 때 우리는 삶에서 가장 큰 희열(Joy)과 생명이 영원히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진성리더는 개인적 자아를 실현한 후 빚 지고 살았고 이 빚을 갚고 떠나야함에 대한 더 큰 배고픔을 느낀다. 자신과 혈연적 가족만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매슬로우의 인도에 따라 자아실현의 오두막에서 죽을 때까지 안락하게 지낼 것이지만 진성리더는 이들 오두막을 탈출하여 빚을 갚을 방법을 찾아 급진거북이 여정을 떠난 사람들이다. 급진거북이들에게는 경제, 사회적으로 성공해 남들 간섭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자아실현 단계는 배고픔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시작이다. 진성리더십으로 행동하는 급진거북이는 매슬로우 정상이 온전한 정상이 아님을 자각한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배고픔을 느껴가면서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 즉 존재목적에 대해 배고픔을 각성한다. 자신 삶의 목적에 대해 각성하고 이 각성으로 오두막에 안주하는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그간 소원해졌던 이들도 여정에 초대해 도반으로 여정을 떠난다. 자신의 목적을 공유된 목적으로 세우고 이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사람들과 협업으로 더 평평하고 공의로운 공동체를 플랫폼 운동장으로 세운다. 급진거북이가 되어 진성리더가 오른 두 번째 산의 정상에서 실제 약속한 목적이 실현되어 더 높은 곳에 공의의 운동장이 마련되었음을 선언한다. 두 번째 정상에 올라야 진성리더는 삶에 대해 배고픔에서 더 이상 시달리지 않는 온전한 자유를 만끽한다. 진성리더의 삶을 열망하는 사람들도 리더 때문에 자신들이 더 행복하고 건강하고 깨끗하게 살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자유는 빚을 다 갚은 자로서 언제든 세상을 하직할 수 있는 자유다. 이 세상에 와서 빚을 다 갚고 이자까지 남긴 사람들만 이룰 것은 다 이루었다고 선언하는 자의 자유를 만끽한다. 이런 자유를 선언할 수 있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이 Joy다.
이런 온전한 자유를 체험한 사람들이 세상을 하직하면 남은 사람들은 이 리더의 부재에 대해 배고픔을 느낀다. 리더의 부재에 대해 배고픔을 느끼고 이 리더를 자주 회상한다. 어느 순간 세상을 떠난 리더가 남긴 배고픔의 유산을 이어받아 더 높은 차원에서 해결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나선다. 이들은 리더가 만들어 놓은 세상을 날줄로 자신들이 새롭게 세우는 세상을 씨줄로 새로운 태피스트리를 만든다. 이들의 협업에 의해 세상은 다시 더 나은 세상으로 끊임없이 공진화한다.
실제로 진실한 인간의 품격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온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는 매슬로우 산을 정복한 사람들이 다시 올라야 할 산을 <두 번째 산(The Second Mountain)>이라고 비유한다. 두 번째 산은 매슬로우의 욕구가 가이드하는대로 성취한 개인적인 성공을 넘어 공동체, 헌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는 진성리더가 급진거북이가 되어 오르는 산이다. 두 번째 산은 헌신, 사랑, 공동체, 봉사, 존재이유, 생명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오른다. 첫째 산의 정상에 오른 사람들은 초개인주의 사막에서 더 큰 갈증에 시달리지만 두 번째 산을 오른 사람들은 사막에서 관계에 대한 생명의 오아시스를 발견한다. 둘째 산을 오르는 사람의 철학은 헌신이다. 이들은 혈연적 가족을 넘어서는 보편적 가족의 개념에 대해 헌신하고, 자신이 하는 직업에 대한 소명을 찾아서 헌신하고, 철학과 믿음에 기반한 영성에 헌신하고, 나눔의 공동체에 헌신한다.
진성리더십에서는 두 산에 대한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첫 번째 산을 오른 근력이 있는 사람들만이 두 번째 산을 오를 수 있고 두 번째 산을 오르기를 열망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실제 급진거북이 책에서 제시한 베이스 캠프는 첫 번째 산을 의미한다. 급진거북이가 베이스 캠프를 높은 곳에 설정하는 이유는 진성리더가 올라야 할 진정한 에베르스트에 도달하는 근력을 얻기 위함이다. 진성리더십에서 첫 번째 산을 정신모형 I을 따르는 삶으로 두 번째 산을 정신모형 II를 따르는 삶으로 규정한다.
이런 철학은 우리가 부르는 아리랑에도 담겨있다. 아리랑의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라는 구절이다. 빚진자의 책무를 이행하고 온전하게 자유를 향유하는 진성리더가 도달하는 7단계를 실현해야 하는 책무를 버리고 자아실현이라는 욕망을 찾아 도망가는 자아는 결국 자아실현이라는 도파민 중독으로 온전하게 살 수 없음을 경고한다. 우리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초개인주의 현실이다.
다른 사람과 같이 향유하는 진정한 희열을 열망하는 사람들은 매슬로우의 개인주의 산을 올랐다면 진성리더가 올라야 할 두 번째 산이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매슬로우의 욕구의 산이 초개인화를 이끄는 죽음의 산이라면 진성리더의 욕구의 산은 공동체의 플랫폼 속에서 모두가 주인으로 협업하는 희열을 분출하는 생명의 산이다. 급진거북이가 되어 진성리더의 두 번째 산을 오를 때까지 우리는 개인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서서히 함몰시키는 초개인주의 함정을 벗어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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