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이나 제사장이 신에게 제사를 지낼 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목욕재계(沐浴齋戒) 하는 일이다. 문제는 몸의 때를 닦고 제사를 지냈다고 마음의 때나 정신에 끼어 있는 먼지가 저절로 닦아지지는 않는다. 목욕재계는 그냥, 몸, 마음, 정신을 모두 닦아낸다는 상징적 의미다. 신에게 제사 지내고 예배의 의례를 치른다고 마음과 정신의 때가 저절로 닦아지는 것은 아니다.

제사와 예배를 떠나 마음과 정신의 때를 실질적으로 벗겨내는 방식이 있을까?

신진대사 활동 때문에 몸에서 분비된 노폐물이 때라면 밖에서 불순물이 들어와 내려 앉은 것이 먼지다. 때는 Inside Out의 결과물이라면 먼지는 Outside In의 결과물이다.

유기체인 한 인간의 생물학적 피부를 경계로 할 때 몸을 더럽히는 것은 때이라면 영혼을 더럽히는 것은 먼지로 표현된다. 몸의 때는 안에서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라면 영혼은 밖에서 우리 정신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한자로도 영혼(靈魂 Soul)은 살아 있는 사람의 정신(Spirit)이자 의식(Consciounsness)이 준비한 제단(‘巫)에 비 내림을 뜻하는 영(‘霝')이 결합된 한자다. 영혼의 원천은 영이 찾아와 혼을 깨우고 정신에 쌓인 먼지를 씻어주는 비내림이다. 비는 내리기 전에 천둥번개를 몰고 온다. 정신을 먼저 깨우는 것은 천둥번개다. 우리는 살면서 천둥번개가 찾아와도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연히 비가 찾아와도 나가서 비를 예비하지 못한다. 정신의 제단에 오랫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먼지가 쌓여 있다면 영혼은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의식이 있어도 여기에 영이 담겨 흐르지 못하면 영혼이 없는 식물인간이다.

그렇다면 마음을 더럽히는 것은 때일까 먼지일까?

마음은 밖에서 들어오는 영혼과 몸 안에서 일어나는 느낌이 겹쳐지는 영역이기 때문에 영혼에 생긴 먼지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고 몸이 만든 때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먼지와 때가 합쳐져 만든 마음의 얼룩은 그만큼 복잡다단하다.

편의 상 정신에 쌓인 것을 먼지로, 몸에 쌓인 것을 때로, 마음을 흐리게 하는 것을 때일 수도 먼지일 수도 있는 얼룩이라고 정해보자. 몸의 때는 목욕탕에서 닦고 벗기면 되지만 마음 속 얼룩도 목욕탕에서 닦아 낼 수 있을까? 실제 몸을 위한 목욕탕이 있는 것처럼 마음을 위한 다양한 목욕탕도 존재한다.

마음은 인지와 정서를 관장하는 뇌의 영역이어서 최근의 뇌과학 연구는 마음의 때를 벗기고 먼지를 털어내는 과학적 목욕법을 쏟아내고 있다. 뇌과학 용어로 마음의 때는 뇌가 낮 동안에 활동하다가 남긴 단백질 찌꺼기다. 이 단백질 찌꺼기는 밤에 숙면을 취하면 뇌 청소부가 나와서 대부분 깨끗하게 청소한다. 뇌과학의 입장에서는 숙면이 최고의 목욕법이다. 숙면만 제대로 취할 수 있다면 굳이 나서서 마음을 목욕식빌 필요조차도 없다. 마음챙김(Mindfulness)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명상이나 마음 비움 등을 통해 낮에도 마음의 때를 벗기는 목욕이 필요하다 주장한다. 뇌과학의 입장에서 명상과 마음챙김은 낮에 하는 가숙면인 셈이다.

동양의 주자학도 마음 목욕술을 가르치고 있다. 주자학에서는 마음이 목욕재계해 깨끗해진 상태를 양심(良心)’이라고 부른다. 양심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맹자로 보이는데 맹자는 사람이 태어나면서는 깨끗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목욕을 게을리해 방심할 경우 마음에 때가 생긴다고 설명한다. 맹자는 양심의 때를 벗기는 방법으로 측은지심(compassion; 남을 긍휼하게 여기는 마음), 수오지심(guilt; 죄를 부끄러워하는 모습), 사양지심(humbleness/humility; 자신을 낮추는 마음), 시비지심(righteousness;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사단(四端)’을 제시하고 있다.

동양의 4단은 서양에서도 윤리적 정서(moral emotion)이란 개념으로 오랫동안 연구된 개념이다. 서양철학에서도 칸트가 실천이성 비판에서 마음 속에 떠 있는 가장 밝은 별로 정리한 개념이다. 퇴계선생이 평생연구했던 경(敬)도 마음을 목욕시키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무조건 마음을 강제로 목욕시킬 것이 아니라 마음의 때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자기인식(self awareness)이라는 거울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쁜 일상에서 매일 목욕하는 것이 불가능한 리더들의 경우 거울을 준비하고 평소 이 거울을 깨끗하게 닦아 놓아야 자신이 지금 목욕을 할 시점인지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리더십에서 거울을 닦는 것을 피드포워드(Feed Forward)와 피드백(Feed Back)을 주고 받는 것으로 설명한다. 남을 때를 닦아주는 행위가 피드 포워드인 반면 남들이 자신의 때를 닦아주는 행위가 피드백이다. 피드백이나 피드포워드가 원활할 때는 결과적으로 모두가 깨끗한 거울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때가 있는지는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서도 알지만 서로가 거울이 되어줌을 통해서도 안다.

마음과 몸은 자신에 맞는 목욕법을 선택해서 닦아낼 수 있지만 영혼에 먼지는 어떻게 털어낼 수 있을까? 영혼도 마음과 몸처럼 목욕시킬 수 있는 것인가?

살다가 행운으로 영혼의 목욕술사인 맨토를 만나거나 영혼을 살려내는 소나기를 만나지 못하는 경우에도 우리 힘으로 영혼의 먼지를 털어내는 방법이 있을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이 고전을 읽고 여기서 얻은 내용을 자신에게 적용한 일인칭 내러티브를 쓰는 훈련이다. 고전의 세계는 맨토의 박물관이자 영혼의 목욕을 위해 마련된 공중목욕탕이다.

문제는 고전에 출현하는 맨토가 나의 삶의 맥락에서 만들어진 때를 직접 닦아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고전이라는 목욕탕에서 들어가서도 자신의 정신에 쌓인 때를 자신이 닦아내는 수고가 가미되지 않는다면 고전은 그냥 고전일 뿐이다. 이런 고전 읽기는 때를 벗겨내는 목욕이 아니라 먼지를 털어내는 샤워다. 고전을 그냥 읽고 이해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적용해가며 일인칭 내러티브로 전환할 수 있을 때 먼지를 털어내는 샤워를 넘어 본격적인 목욕술이 전개된다.

영혼의 때를 목욕시키는 목욕술 중 더 심각한 방법은 왜 자신의 몸, 정신, 마음으로 주인이 되어 살아야 하는지의 이유를 찾아서 Why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Why는 생각보다 강력한 때밀이 타월이다. Why에 대한 질문은 항상 진북(true north)의 울림을 찾아내 먼지와 때를 닦아준다. Why에 대한 기도와 응답은 소명(calling)이 되어 잠자는 영혼을 흔들어 깨워가며 일어나서 사워할 시간이라고 외치기도 하고, 때가 심각할 때는 직접 사명이라는 때밀이를 임명하기도 한다.

마음과 몸과 정신에 먼지와 때가 제거되어 이들 사이의 경계가 걷히고 삼위일체가 되어 어우러질 때 우리는 가장 빛나는 발광체가 된다. 발광한다는 것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치닫던 빛의 입자들이 한 곳으로 모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와 먼지가 벗겨져 몸이 발하던 빛과 마음이 발하던 빛과 정신이 발하던 빛이 삼위일체로 모아진 모습이 사람들에게 풍겨져 나오는 풍모이자 아우라다. 아우라는 몸, 마음, 정신이 자신의 존재이유를 중심으로 협업한 모습이다. 누구는 아우라를 빛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발광체가 된다는 것은 때와 먼지가 벗겨져 아우라(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을 의미한다. 역으로 몸, 마음, 정신이 자신의 탐욕을 위해 한 곳으로 모아지면 아무리 치장을 해도 빛이 아니라 어두운 기운이 넘치는 사람이 된다.

젊었을 때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의 원천이었던 맨토가 어느 시점에서 사라지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이해할 수 없는 언어를 쏟아내는 경우가 종종 보인다. 맨토가 오랫동안 영혼과 마음의 목욕을 게을리한 경우다. 방심하면 오랫동안 목욕을 게을리해 냄새를 풍기는 사람들이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 맨토를 자칭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어른이란 청년들 영혼과 마음에 쌓인 때를 닦을 수 있는 목욕술사인 셈이다. 소크라테스가 시대를 초월해 어른 대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는 청년들에게 "네 자신의 마음과 영혼에 때가 끼어 있다는 것을 알라" "네 마음과 정신에 끼인 때를 닦아내어 네 자신을 돌보라"고 외쳐가며 청년들을 목욕탕으로 불러들였다는 이유로 사형을 당했다. 소크라테스는 역사에 존재했던 최고의 목욕술사이자 빛의 아우라가 넘치는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