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cooperation)과 협업(collaboration)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이 두 가지 기제가 공동체(Community)와 조직(Organization)을 진화시키는 기제로 작동될 경우 어떤 기제가 더 중요한 메카니즘일까?

우리 동료(Yoon, Lawler, Thye)들은 근 20년 간 협동과 협업의 차이를 구별해내기 위해 교환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 20년 전에서부터 협동과 협업의 작동방식을 연구하기 위해 협동을 대변하는 2가지 방식(협상거래, 호혜교환)과 협업을 대변하는 두 가지 교환방식(생산교환, 일반교환)를 비교하는 실험도 진행했다(American Sociological Review 2008).

협동이란 공동의 이해관심이라고 말을 붙이지만 본질은 참가한 개인들의 이해관심을 충족시키는 행위를 의미하고 협업은 개인의 이득을 넘어선 공동의 이익을 실현시키기 위한 교환 행동이다. 협업한다고 개인의 이득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고 먼저 공동의 이익을 실현한 결과를 공정하게 개인에게 분배하는 원칙을 준수한다. 협업은 공동의 목적을 실현함을 전제로 개인의 이익을 실현한다.

공동체적 관점에서 호혜거래(Reciprocal Exchange)는 돌려받을 것이라는 전제를 깔지 않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거래다. 이웃간, 친구간, 동료간 선물을 주고 받거나 필요할 때 도움을 주고 받는 행위다. 일반거래(Generalized Chain Exchange)는 도움이나 선물을 받은 대상에게 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대상에게 Pay Forward하는 방식의 교환이다. 일반 시민이 어떤 시민의 미담에 감동을 받아서 돈줄을 내주었다면 효혜거래지만 이 돈줄로 혼난 사람이 여유가 생겨 다른 미담 대상자를 도왔다면 효혜거래는 일반거래로 확장된다. 일반거래가 협동이 아니라 협업인 이유는 일반거래 참여자는 자신들 개개인을 떠나 자신들이 공존, 공생, 공영을 공유하는 공동운명체의 구성원이라는 믿음 때문에 거래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결사체인 조직의 관점에서 협상거래(Negotiated Exchange)는 협동이고 생산거래(Productive Exchange)는 협업이다. 협상거래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의 가격 협상처럼 서로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절충점을 찾는 협상을 통해 거래를 완성하기 때문에 협상거래라는 이름이 붙었다. 서로에게 오고 가는 이득이 없다면 협상에 참여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협상거래는 개인의 이득을 실현하기 위한 협동이다. 생산적 거래는 개인의 이득을 넘어선 공동의 목표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고유하게 기여할 수 있는 공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협업 방식이다. 생산적 거래를 통해 얻어진 공동의 이득은 형평성이나 공정성 원리에 따라 개인에게도 공정하게 분배된다.

우리가 실험실 연구를 통해 밝혀낸 사실은 간단하지만 놀라웠다.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협동과 협업, 조직에서 일어나는 협동과 협업이 공동체와 조직에 미치는 효과성(번성/생존)은 차이가 있었다. 조직에서는 협동이 아니라 협업이 공동체에서는 협업보다는 협동이 조직이나 공동체 작동에 더 효과적이었다.

공동체의 번성에 실제 기여하는 교환은 자신의 주변에 있는 이웃, 동료, 친구 등 주변에 눈에 띄는 사람들에게 직접 호의를 베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반면 회사는 공동의 목표와 공동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생산적 협업 거래가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한 협상거래보다 구성원이나 조직의 번성과 안녕에 더 큰 기여를 했다.

우리 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축적해서 공동체나 조직이 번성하기 위한 조건으로 <협업 기반 협동 모형>을 제안해왔다. 조직과 공동체 모두가 협동과 협업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공동체의 협업을 위해 운명 공동체를 염두에 두거나 조직의 협업을 위해 공동의 목적을 세우고 협업에 참여하고 협업의 긍정적 결과를 공정하게 분배해 협동하는 분위기를 살려낼 수 있을 때 공동체와 조직은 모두 생존과 번성에 성공한다는 관점이다.

우리가 가장 모범적 협동조합으로 알고 있는 스페인의 몬드라곤(Mondragón Corporation)도 단순한 협동조합이라기보다는 협업조합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강력한 협업기반의 협동조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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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업이 전제 되지 않은 협동이 무서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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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연구 결과에서도 규명되었듯이 공동체에서는 공동 운명체라는 제 삼의 실체를 매개로 한 협업이 작동하지 않아도 큰 문제가 없지만 조직에서는 공동의 목적에 대한 협업이 전제 되지 않은 협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큰 부작용을 산출한다.

조직을 오랫동안 과학적으로 연구한 학자의 입장에서 볼 때 조직에서 강조하는 맹목적 협동(cooperation)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조직에서 협업이 전제되지 못한 협동과 협동을 위한 협동은 조직 정치를 포장하기 위한 이름일 뿐이다.

공동의 목표와 목적을 달성함을 통해 생존과 번성을 달성해야 하는 기업에서 협동이 위험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부분 최적화로 인한 전체 최적화를 방해한다.

협동이 존재하는 존재이유는 다른 대상의 존재를 염두에 두지만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종종 서로의 이해관계를 맞추는 방식을 사용하지만 그 이유도 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함이다. 협동은 조직 내 특정 그룹을 중심으로 조직을 부분 최적화하게 만든다. 협동한다는 생각이 역설적으로 조직의 전체 최적화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예를 들어, 한 기업에서 마케팅 팀과 영업 팀이 자신들의 부서 목표를 달성하는 데 집중하면, 조직 전체의 전략과 일관성이 손상될 수 있다. 협동의 패러다임에서는 마케팅, 영업, 생산, 재무, HR 모두가 자신에게 할당한 KPI를 100% 달성해도 조직 전체의 KPI가 100%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각 부서가 자신의 KPI를 모두 달성하면 할 수록 조직 전체의 KPI은 달성되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둘째, 협동 당사자 사이 힘의 불균형 존재할 때 조직 정치의 사일로(Silo)와 역량의 독재가 발생한다.

조직 내에서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경우, 협동은 특정 집단이 다른 집단보다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힘의 불균형이 존재할 경우 협동은 가장 힘이 있는 대상과 부서를 중심으로 한 정치를 만들어내고 이는 사일로(silo) 효과를 만들어 부서 간 장벽을 만들고 정보 공유를 제한한다. 기업에서 R&D 부서와 생산 부서 간의 협동이 이루어진다고 가정할 때, 만약 R&D 부서가 더 강한 발언권을 가진다면 생산 부서는 단순히 그들의 요구를 따르는 역할로 축소될 수 있다. 실제 이 부서의 탁월한 역량을 기반으로 이런 결과가 만들어졌어도 다른 부서의 역량도 레벨링 되지 못한다면 한 부서의 탁월한 역량은 역량의 독재일 뿐이다. 역량의 독재는 조직의 유연성을 떨어뜨리고 혁신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셋째, 이런 사일로가 조직의 경계를 넘어 사회라는 결사체로 퍼진 것이 카르텔이다. 카르텔은 특정 집단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일반의 이익을 줄 세우고 줄의 마지막에 서 있는 대상을 희생시키는 기제다. 대한민국을 지금의 혼동으로 무너트린 힘은 전관으로 형성한 법조 엘리트와 관변 엘리트가 만든 카르텔이다. 힘 센 사람들끼리 자신의 이득을 실현하기 위해 협동하고 돕는 카르텔은 사회의 보이지 않는 암덩어리다.

협업(collaboration)은 단순히 서로를 돕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협업의 핵심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의 목표를 향해 효과적으로 협력하는 데 있다.

협업의 핵심은 자신의 이득을 극대화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을 기여해서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기여분에 대해 공정하게 보상 받는 것이다. 이득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목표를 달성하는 자신들이 가진 전문성의 차별성이 있는지에 데 방점이 있다. 예를 들어, 한 회사에서 엔지니어링 팀과 디자인 팀은 서로 협업하여 혁신적인 전기차를 개발할 경우 협업을 동원한다는 것의 의미는 두 팀은 단순히 서로 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하는 것이다.

협동이 종종 sociability(사회적 친화성)를 기반으로 하는 기제라면, 협업은 더 큰 목표를 중재자로 참여자의 sociability를 달성하는 associability의 기제라고 볼 수 있다.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서로 신뢰하고 친하게 지내는 것이 아니다. 조직이 사교 집단이라면 서로 화합하고 신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을 수 있지만 조직은 이런 화합과 신뢰를 수단으로 삼아 더 큰 목적을 달성하고 긍정적 결과를 산출해 더 큰 신뢰와 화합을 창출해야 한다.

조직을 잘 운영한다는 것은 단순히 화합하는 인간관계인 사회적 친교(sociability)가 목적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잘 실현한 결과 서로에 대해 더 신뢰하고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내는 associability를 달성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적을 실현했기 때문에 신뢰와 화합이라는 sociability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구글(Google)의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가 찾아낸 발견도 같은 기업에서는 프로젝트 기반의 협업이 이루어지면 직원 간 네트워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이는 조직 전체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사실이다. 협업을 성사시켜 협동을 따라오게 한 것이다.

조직에서 협업이 전제되지 않은 단순한 협동은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지만, 힘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사일로 효과를 강화하며 카르텔의 기반을 만들어 조직 전체 최적화를 저해할 위험이 있다. 이에 반해 협업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으로 조직의 효율성을 높인다. 따라서 조직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협동을 넘어 협업을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초뷰카 시대는 협업을 통한 협동의 원리를 촉진하는 리더들만 조직과 공동체에게 번성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