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고난은 진실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들에게 큰 축복이다. 고난은 그간 연기로 이중생활 하던 사람들이 고난을 견디지 못해 살기 위해 먼저 커밍아웃하게 만든다. 이들 연기자들이 감추고 있던 진실이 저절로 모습을 드러낸다. 고난은 쭉정이와 알곡을 구별해 누가 연기와 가짜의 삶을 살고 있었는지를 분별하게 만든다. 아니나 다를까 123 계엄으로 인한 일련의 고난사건은 우리 주변의 자칭 타칭 엘리트라는 사람 중 누가 진실의 사람이었는지, 누가 연기자의 이중생활을 하고 있었는지를 극명하게 드러내게 했다. 친구도 진짜 친구와 가짜 친구는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아야 알 수 있듯이 이번 국난을 통해 누가 진정성을 연기하고 살고 있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우리 삶을 구성하는 두 극단적 시나리오는 왕으로 태어났다가 거지로 생을 마감하는 시나리오와 거지로 태어났지만 왕으로 삶을 마감하는 시나리오다.

두 삶의 플롯을 겪었던 사람들의 성공과 실패를 빈도수로 분석한다면 역설적으로 실패와 성공의 평균은 같다. 번성하는 삶을 살았는 지의 문제는 이들 성공과 실패를 어떻게 배열하는지에 달라진다. 실패를 먼저 배열하고 실패를 용기 있게 인정하고 실패를 통해 학습해 어느 시점부터는 실패할 수 없는 사람의 반열에 오르는 사람과 실패를 감추고 남에게 전가하고 자기보호를 위해 자신을 감옥소에 가두고 산다면 아무리 왕으로 태어났어도 거지로 죽을 운명이다.

궁극적 성공은 비록 평범하게 태어났지만 왕으로 삶을 마감하는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릴 수 있는지의 문제다.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드라이버로 삼고 산다. 우하향의 그래프로 삶을 마감하는 사람은 자신을 우상화 시키는 드라이버를 앞에 걸어 놓고 달린다.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는 삶이 진성리더나 진성인이 약속한 삶이다. 반대로 우하향의 그래프를 따라 사는 사람들이 유사리더나 연기자다.

우상향의 그래프를 실현하는 사람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탈로하지 않기 위해 목적에 대한 믿음을 지키는 일에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포기하지 않는 근력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런 진정성의 근력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 가진 것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의 울타리를 만들고 이 울타리 안에서 조용히 우보천리하며 진정성의 근력을 키우는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 전략을 실천한다. 삶의 성공이란 급진거북이가 되어 삶이 종결되는 시점에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인 존재목적의 약속을 얼마나 제대로 실현했는지의 문제다. 존재목적에 대한 진정성을 지키기 위해 쓰러지고 넘어졌던 실패와 실수에 대한 모든 기록은 마지막에 향유할 성공을 위한 전주곡이다.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장발잔은 대표적으로 우상향 그래프의 삶을 산 전형이다.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 조카를 먹이기 위해 빵을 훔친 것이 발각되어 19년을 감옥에서 보낸다. 출소 후 마돈나 수녀의 집에 위탁해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고 살았다. 이 때 수녀들의 긍휼과 용서를 통한 각성사건을 경험한다. 각성사건을 계기로 이름을 장발잔으로 바꾸고 진성리더로서의 길을 시작한다. 코제트를 양딸로 입양해 키우고 종국에는 크게 자수성가한 명망있는 사업가로 다시 태어난다.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는 자베르 경감에게도 긍휼의 사랑을 보여줌을 통해 법과 정의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자베르를 각성시킨다. 장발잔은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해서 후세에게 큰 축복을 남겼다.

4월 4일 헌재의 판결로 우리는 장발잔의 삶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왔던 한 인물의 몰락을 목격했다. 태어날 때부터 신이 대신 뽑아준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어 공부를 잘 할 수 있도록 타고 태어났고 말술을 마실 정도로 건강에 대한 유전자 복권도 타고났다. 자식을 9수까지 시켜가며 고시에 매달리게 할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갖춘 집안을 골라서 태어난 것도 유전자 복권이다. 남들보다 엄청난 유전자 복권을 받고 태어나서 어렸을 때부터 왕으로 군림하는 오만을 배웠다. 왕자를 숨기고 대통령에 당선되었고 자신을 왕으로 생각하지 않는 국민을 계몽시킬 대상으로 삼고 계엄이라는 친위 쿠테타로 십자군 전쟁을 벌이다가 결국 몰락했다.

이번 비상계엄은 평범한 사람은 한 개도 받기 힘든 유전자 복권을 듬뿍 받아 마치 자신이 왕으로 태어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교만에 찌들어 살다 거지로 몰락하는 비극적 삶에 대한 반면 교사의 교훈을 남겼다. 취임초기 당선의 성취감에 취해 시작된 바이든 날리면과 관련한 논란이 진정성 연기에 균열이 시작된 지점이었다. 결국은 진실이 드러나면 변명하고 연기하고 또 들통나면 또 다시 변명하는 진정성을 연기하는 과정에서 얻은 별명이 입벌구다.

더 중요한 소득은 소위 우리가 아는 엘리트 중 누가 윤석열과 같은 열망을 숨겨가며 진정성을 연기하고 살고 있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가장 낮은 수준의 연기를 한 삼인방이 한덕수, 최상목, 심우정이다. 이들의 진정성 연기는 발연기 수준이다.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국민은 뒷전이고 머리 속으로 자신과 가족은 절대로 손해보지 않기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이 그대로 뻔히 보이게 연기했다. 나경원, 윤상현. 윤한홍, 이철규, 지귀연을 비롯한 권성동, 권영세, 추경호 등 친윤들의 진정성 연기는 이들보다는 낫지만 이들은 자신들이 했던 이전 연기의 대본조차 기억 못하는 초보 연기 수준이었다. 이들의 연기력보다는 조금 나아 보이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이준석, 김종인, 홍준표, 오세훈의 연기력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들보다 더 진정성을 치밀하게 연기했던 사람들은 종교의 옷을 입고 정치했던 전광훈 손현보와 이들을 추종했던 보수교단 사람들이다. 이들의 종교인을 가장한 진정성 연기는 진정 사기꾼 수준이다. 사기꾼은 자신이 진정성이 있는 사람임을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전문 연기자들이다. 이들의 연기와 가스라이팅에 속아 이들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바치면 이들은 충분히 챙길 것 챙기고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고 도망간다. 전광훈은 이전부터 기독교에는 일말의 관심이 없는 사이비 종교 장사꾼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여기에 망둥이로 같이 날뛰다 목사가 아니라 사이비 정치인이었음이 발각된 손현보는 큰 수확이다. 진실된 신앙을 따르는 신도라면 절대로 이런 종교 사기꾼에게 자신의 신앙을 팔지 않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전광훈은 윤석열이 파면이 선고되는 순간에도 발 빼고 도망가기 위해 마지막 헌금을 강요하는 추악한 모습을 보였다. 전광훈과 손현보는 진정성은 종교인 옷을 입고도 연기가 불가능함을 깨우쳐 준 장본인이다.

군인으로 명령을 수행하지만 소극적 가담의 자제력을 보였던 군인들의 진정성도 돋보였다. 소란에 동원된 것에 대해 미안함을 감추지 못해 정중하게 절을 하고 물러났던 특전사 군인의 뒷모습이 이들 군인들의 진정성을 상징한다. 어려운 시기에 드러난 홍장원, 곽종근, 박종훈 대령과 같은 군인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과 대조적으로 박안수, 여인형, 김용현, 김현태 등등이 연출한 진정성이 모두 연기였음을 알게 된 것도 큰 수확이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윤석열의 진정성 연기에 속아서 대통령으로 선출한 뼈아픈 대가를 치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한민국을 이끌 대권주자들의 진정성 연기에 다시 속아 넘어가는 일이 없기를 소망한다.

답이 없는 세상에 답을 제시할 수 있는 리더는 모두 과거의 실수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킨 사람들이다. 이 사람이 진성리더인지 아닌지는 존재목적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실수를 자신을 키우는 동력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지의 문제다. 존재목적에 대한 자신의 약속을 지키키 위해 스스로 과거의 실수를 자복해가며 성장하는 사람인지의 문제다. 진성리더는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죽을 때까지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먼저 자복해가며 학습하는 <학습하는 죄인>이다.

역사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상선약수와 같아서 장애를 만나면 돌아서 가는 경우는 있어도 높은 곳으로 거꾸로 흐르는 법은 없다. 역사의 도도한 물줄기는 항상 낮은 곳으로 흘러 가장 평평한 공간인 바다로 모이게 되어 있다.

다음 대한민국을 이끄는 21대 대통령은 제대로 된 진성리더를 선출해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정이었던 석세션(Succession)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문재인 정부가 실패한 정부로 각인된 이유는 연기에 속아 유사리더를 대통령으로 만든 석세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잘못 끼워진 역사를 고치기 위해 온 국민이 꼬박 3년 세월을 고통스럽게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