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건강한 조직으로 개발한다는 것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암묵적 정신모형(Implicit Mental Model)의 실체를 파악하여 이것을 드러내고 다시 설계함을 통해 암묵적 정신모형이 조직이 명시적으로 드러내는 정신모형(Explicit Mental Model)과 충돌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작업이다. 암묵적 정신모형은 조직이 숨기고 있는 모든 공포의 실체다. 암묵적 정신모형은 자신이 인지하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가지고 자신을 조종하는 큰 힘이기 때문에 큰 공포의 대상이다.

조직개발이란 이런 공포를 극복해 조직을 공포 없는 조직으로 재설계하는 과정이다. 암묵적 정신모형이 묵직한 중력을 동반한 공포의 원흉이 아니라 명시적 정신모형의 부력으로 작동하게 만드는 작업이다.

암묵적 정신모형이 장악한 조직은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의 공포에 시달린다.

1)우로보러스 공포 2) 토굴 공포 3) 치와와 공포 4) 물귀신 공포 5) 코끼리 공포

첫째, 사라진 성전 때문에 생긴 우로보러스의 공포다. 각자 조직은 세상에 자신들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설명하는 목적에 대한 약속을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런 목적에 대한 믿음이 작동되어야 조직은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대체불가능한 조직으로 살아남는다. 하지만 조직은 돈 버는 것에 취해 목적에 대한 약속을 잃어버리고 이런 약속은 홈페이지에만 향기없는 조화로 존재한다. 화려한 조화로 꾸며진 홈페이지는 목적의 무덤인 셈이다. 목적의 성전이 사라지고 홈페이지 무덤에 묻혔다. 목적에 대한 성전이 무너진 상태에서 경기가 어려워지면 우로보러스 현상이 생긴다. 뱀이 배가 고파지면 살기 위해서 자신의 꼬리를 먹는 현상이다. 농부가 배가 고프면 자신이 숨겨 놓았던 종자씨를 먹는 현상이다. 조직이 우로보러스 현상을 경험할 때 구성원은 점점 다가오는 죽음 그림자를 느낀다. 엄청난 공포다.

둘째 공포는 조직 내 토굴 세력이 만든 배제의 공포다. 조직이 목적을 상실한 상태에서 지내게 되면 힘 있는 사람들이 먼저 살기 위해 조직 내에 정치적 카르텔을 규합해 토굴을 구축하고 토굴과 토굴이 협상하며 생존을 모색한다. 토굴 세력은 자신의 사일로를 지키기 위해 각자도생을 위한 싸움에 매진한다. 밖의 경쟁자에 대응하기도 힘든 판에 안의 싸움에 힘을 소진해 조직은 점점 쇠약해진다. 밖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포용조직을 만들어도 힘든판에 조직이 죽던 말던 소수의 힘있는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권모술수를 통한 배제의 공포가 넘쳐난다. 조직의 대부분 구성원은 토굴 세력이 행사하는 배제를 통한 보복의 두려움 때문에 조직의 운동장에 공개적으로 나서서 공식적 선수로 뛰기를 꺼려한다.

셋째, 목적의 울타리가 사라진 조직은 조직 속에 공포에 떠는 치와와 한 마리를 키우는 형상이다. 치와와는 조직의 편도체를 상징한다. 편도체는 파충류의 뇌에 해당한다. 편도체는 자신보다 약한 대상이 나타나면 잡아먹어서 영양을 섭취하고 강한 대상이 나타나면 도망가 살아 남는 전략의 고수다. 편도체 전략은 어떤 일에도 생존의 문제를 앞세워 세상에 대한 불신과 경계를 강화한다. 치와와는 불확실성의 세상에 대한 경계병이다. 치와와는 자신을 위협하는 대상이 나타나면 공포 때문에 과도하게 반응한다. 구성원이 모두 치와와가 되면 정신증과 노이로제와 화병으로 조직에는 부정적 정서가 만연해진다. 자신들이 내는 화, 스트레스, 우울증 때문에 결국 번번히 좋은 기회를 놓치고 서서히 죽어간다. 치와와가 짖는 소리는 더욱 심각해진다. 치와와라는 편도체를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조직이 지켜야 할 사명과 가치의 울타리를 둘러서 심리적 안정공간을 만들어주어야 하지만 이미 울타리가 무너져서 달리 방법이 없다.

넷째 공포는 물귀신 공포다. 과거에 성공했던 경험이 물귀신으로 작용하는 공포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함에도 변화한 세상에 맞게 비즈니스 모형이나 돈 버는 것에 대한 가정을 업데이트 하지 못한 것이 생성하는 공포다. 과거의 성공에 기반한 가정은 어느 순간 새로운 것을 시도하면 물귀신으로 작용해서 공포를 조장하기 시작한다. 물귀신은 어떤 일이든 하면 안되는 이유의 편을 드는 단단한 방호기제로 작용해 조직에 찾아오는 모든 기회를 차단한다.

마지막 공포가 사무실의 코끼리 공포다. 앞에 열거한 공포들이 해결되지 못한 종합적 트라우마인 사무실에 코끼리가 되어 침입했다. 코끼리는 무서운 동물이어서 머리를 맞대고 코끼리를 어떻게 퇴치할 것인지를 숙의해야 함에도 무슨 일인지 사무실에 모인 사람들은 코끼리를 먼저 보지 못한척한다. 코끼리는 조직에서 이야기 해서는 공개적으로 이야기 해서는 안될 트라우마를 간직했다. 이전에 누군가가 이야기를 꺼냈다 큰 분란이 생겨서 모두가 암묵적 합의 아래 거적으로 덮어 놓은 상처다. 거적을 덮어놓은 상처에는 구더기가 생겨서 상처를 갈아 먹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거적을 들춰서 상처를 바라볼 용기를 상실했다.

조직개발이 실패하는 이유도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단편적 생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다섯가지 구멍으로 출몰하는 각 두더지를 잡기 위해 싸우는 형국이다. 하지만 이 다섯 두더지와의 싸움은 가장 근원적 한 마리의 두더지를 놓쳐서 해결되지 않은 것이다.

이 모든 공포의 시작은 조직이 자신들이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존재해야만 하는 이유인 존재목적의 상실에서 시작된다.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성전과 울타리와 운동장이 복원되면 운동장 구석에 토굴을 파는 세력도 사라지고, 조직의 편도체도 울타리 안에서 안정을 찾고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물귀신도 미래와 화해하기 위해 커밍아웃하고 조직의 상처도 긍휼의 사랑으로 치유되기 시작한다.

조직이 살아 있는지를 진단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이 살아서 지켜지고 있는지로 판별해볼 수 있다. 존재목적이 사라진 조직은 몸만 살아 있는 식물조직이고 이 식물조직의 구성원들은 죽음의 공포에 오염되어 좀비로 전락한다. 이 모든 단서는 홈페이지에 담겨 있다. 홈페이지가 존재목적을 장사지낸 무덤을 꾸민 것인지 살아 있는 존재목적의 성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조직이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의 단서가 있는 셈이다. 결국 조직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가장 큰 공포는 이대로 살면 죽음에 조직이 도달하고 자신도 같이 줄을 수 밖에 없다는 죽음에 대한 공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