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은 리더십의 존재와 본질에 관한 질문에서 실존철학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본질의 차이를 최초로 사유한 철학자이고 하이데거는 본질에 근거를 둔 도구성에 대해 규명했고 니체는 인간이 존재를 증명하는 존재이유(목적)에 대해 규명했다.

사르트르는 "존재는 본질에 앞선다"는 명제로 인간이 사물과 태생부터가 다름을 구별했다.

의자나 책상 등 사물은 세상에 존재로 태어나기 전에 자신의 본질인 목적이 정해진 상태로 태어난다. 즉 책상이라는 사물은 목공의 머리 속에 책상을 어디에 써야 한다는 본질적 목적이 정해진 다음 책상이 만들어진다. 본질이 존재에 앞서는 것이다. 인간은 반대이다. 어머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자신의 세상에 태어난 본질적 목적을 정해놓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몸이 존재로 먼저 던져지고 자신이 태어난 본질적 목적과 이유를 찾아가며 사는 것이다

사물과 인간의 차이를 각성한 세기적 극작가 마크 트웨인은 삶에서 가장 중요한 두 날을 꼽으라는 요청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답한다.

"내가 태어난 날과 내가 왜 태어났는지를 알게 된 날이다."

자신이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를 아는 날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자신이 정의한 본질이 채워지기 시작하는 첫날이다. 이날부터 인간은 자신의 존재의 본질에 대해 약속하고 죽는 날까지 존재의 빈 배에 이 약속을 실현한 것을 채우는 여정을 떠난다. 새롭게 태어난다는 것은 부모와 선생님이 써준 삶의 대본을 벗어버리고 자신에 고유한 삶의 대본을 스스로 쓰는 일인칭 작가가 됨을 의미한다. 일인칭 작가가 되어 쓴 대본대로 살 것임을 약속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죽음 순간에 존재의 배에 채워진 실현된 약속을 정산해 유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유산은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를 질문하는 후세의 질문 속에서 이들의 날줄로 다시 부활한다. 유산이 후세의 기억 속에서 날줄로 부활하는 순간 유산을 남긴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새 생명을 준 사람의 지위를 획득한다.

어떤 사람들은 살면서 자신이 이 세상에 왜 태어났은지의 이유를 깨달고 유레카를 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죽을 때까지 그 이유를 못찾아 이를 찾기 위해 죽는 순간에도 눈을 제대로 감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물에게는 본질이나 목적이 존재에 앞서는 반면, 인간에게는 목적이나 본질보다 존재가 앞서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결국 삶이란 자신이 이 세상에 왜 태어났는지의 이유인 목적과 본질을 찾고 고유한 이유를 발견한 사람이 앞서서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자신의 고유한 존재이유를 찾아서 존재목적으로 실현시킨 사람이 인간존재의 온전함을 맛보는 존재우위를 가진 사람이다.

하이데거는 본질과 존재가 한 몸인 사물의 도구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본질이 이미 정의된 도구가 자신의 정해진 목적대로 사용될 때는 역설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도구인 망치가 제대로 못을 박고 있을 때 사용자는 망치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망치가 못이 아니라 손등을 찍었거나 전용되어 살인 무기로 사용되는 순간 망치는 자신의 모습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리더십이 갑질로 번지는 이유도 도구에 불과한 리더십이 본질에 맞게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스스로 존재를 드러내는 리더십은 갑질을 리더십으로 오해한 것이다.

자신의 모습의 주체성을 마음껏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존재이유를 각성한 인간 뿐이다. 자신이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의 이유를 발견한 사람의 삶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의 삶에 대한 패러다임은 천지차이이다. 자신의 이유를 발견해서 존재와 본질을 결합시킨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을 물건의 지위에서 온전한 존재우위를 가진 인간의 지위로 해방시켰음을 의미한다.

나자신의 정체성을 규명해주는 나만의 이유를 발견하기전까지 세상은 나를 대할 때 내 정체성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성별, 역량, 가치, 경험, 지식이라는 Human Capital의 가치를 계산해 시장가로 대한다. 도구에 불과한 Human capital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회사에 취직하고 회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도 다른 사람들이 가진 시장가보다 나의 Human Capital의 가성비가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보다 가성비가 높은 Human capital이 나타난다면 나는 언제든지 교체가능한 대상이다. 결국 세상이 나를 물건으로 대하게 만든 원동력은 내가 존재우위를 행사하는 인간의 지위보다는 물건으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신이 왜 태어났는지를 통해 나의 목적과 정체성을 명확하게 규명하기전까지 나는 다른 사람과 똑 같고 시장에서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물건일 뿐이다. 지금처럼 경쟁우위만 존재하는 세상에서 AG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이 Human capital이라는 경쟁우위를 대체하면 인간은 세상에 살 가치를 상실한다. AI에 의해 대체되는 초뷰카 세상은 경쟁우위만 추구하다 기계에 의해 대체되어 좀비화된 사람과 존재우위가 있어서 대체불가능한 진짜 인간으로 인간의 계층적 지위가 나눠진다.

회사와 종업원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존경받는 글로벌 회사의 CEO가 요즈음 Z 세대의 구성원이 입사하면 입버릇처럼 강조하는 말이 있다. "회사를 위해 충성하려 하지 말고 회사를 이용해서 여러분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는지를 증명해달라"고 주문한다. 회사라는 플랫폼은 그냥 도구일 뿐이고 이 도구를 이용해 회사라는 맥락 안에서 자신이 왜 대체불가능한 인재인지 존재이유를 증명해달라는 주문이다. 구성원이 회사라는 맥락을 염두에 두고 자신의 존재이유를 규명하는 행동들이 연합해 회사도 종업원도 모두 번성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내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각성한 사람들만 회사 본질도 실현하고 자신의 존재이유도 실현할 수 있는 두 꼭지점을 정렬시킨다. 인간만이 회사의 본질을 구현할 수 있는 자유의지를 가지기 때문에 종업원의 존재목적을 드라이브로 앞에 걸 수 없다면 종업원과 회사의 파트너십은 허구일 뿐이다. 회사에 충성하라는 이야기는 종업원의 존재이유를 부정하는 계약이다.

존재이유가 없는 사람이 AI나 로봇에 의해 대체되어 회사가 자신을 해고해도 물건으로 전락한 자신이 나서서 욕할 이유가 없다. 내가 가졌던 Human capital의 경쟁우위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지위를 한번도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도 물건으로 가치가 없다면 버려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인게이지먼트란 회사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본질이 정해져 있는 회사와 삶의 이유를 깨달은 내가 파트너십을 형성해서 정렬된 이유를 실현시키기 위해서 동행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돈 버는 것 말고 존재해야하는 이유를 가지지 못한 회사가 종업원에게 인게이지먼트를 요구하는 것은 지독한 모순일 뿐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다.

Green Peak & Cornell 대학 연구들에 따르면 글로벌에서는 CEO을 충원할 때 이 사람의 Human capital의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 온전한 인간인지를 가장 중요한 잣대로 생각한다. 온전한 인간이 아닌 사물에게 글로벌 회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질문으로 돌아와서 세상과 회사는 왜 나를 물건 취급하는 것일까? 인간으로 존재우위를 각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존재우위를 통해 경쟁우위를 직조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대체불가능성한 존재임을 스스로 증명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존재우위란 자신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를 깨닫는 제 2의 탄생에서 시작하지만 자신의 존재목적을 깨닫는 수준은 갓 태어난 피덩이 아기 수준이다. 아이가 에베르스트 산을 오르겠다고 약속해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존재우위가 있다는 것은 존재목적의 에베르스트 산을 정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력이 있음을 뜻한다.

존재우위의 근력은 다양하게 확인된다. 첫째,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을 넘어 존재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쓰러지고 넘어져도 존재에 대한 진실한 믿음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일어설 수 있는 근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둘째,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과 존재목적을 향한 근력을 근거로 삶에 대한 개입이 종결되는 죽음의 순간에는 약속한 목적을 정산할 수 있는 근원적 자신감을 드러낼 수 있음을 뜻한다. 셋째, 존재목적의 근력이 있는 사람은 존재목적을 실현하는 일에서는 아무리 작은 일에서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운전대를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정신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존재우위가 있다는 것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포기하지 않을 사명과 가치의 울타리가 있어서 뇌의 편도체가 과도하게 활성화 되는 것을 조절할 수 있는 정서적, 심리적, 정신적, 평안의 상태를 향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은 존재우위에 대한 어린이 근력을 가진 사람이다.

경쟁우위에 자신의 존재우위를 직조할 수 있는 사람들은 깨달음을 넘어 존재이유를 실현할 수 있는 온전한 근력(태피스트리)이 있음을 의미한다. 직조한 태피스트리가 있다는 것은 나를 증명할 고유한 지문과 문양이 있음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