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2025년 4월 12일) 진성리더십 아카데미 22기 특강을 진행해가며 우리가 잘 모르지만 진성리더로서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 삶에 충실한 삶을 살았던 분으로 진주 남성당 한약국의 김장하 선생과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1946–1965)를 조명했다.

김장하 선생은 문형배 헌법 재판관의 정신적 스승으로 알려진 분이다. 실제 김장하 장학금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문형배 재판관은 역사적 장면에 등장하지 못했을 것이고 대한민국 역사의 물꼬도 달라졌을 것이다. 김장하 선생은 한약국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번 돈 대부분을 장학금과 교육사업에 사용했다. 인터뷰를 보면 김장하 선생이 교육사업에 모든 재산을 헌신하는 이유가 나온다.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서 번 돈을 마치 내 돈처럼 막 쓸 수는 없었다." "돈은 똥과 같아서 모아두면 냄새가 지독하지만, 밭에 뿌리면 향기로운 거름이 된다." 김장하 선생의 돈에 대한 철학이다. 김장하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지금 유명인이든 아니든 하나 같이 진정성을 추구하는 삶을 산다.

김장하 선생이 대한민국에서 존재목적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삶의 추구하는 진성리더로 거론된다면 요기 베라(Yogi Berra)는 최근 트럼프의 허풍과 폭정에 시달리는 미국인들에게 진정성이 있는 삶의 주인공으로 떠오르는 인물이다.

요기 베라는 같은 양키 구단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조 디마지오(1936–1951)보다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금까지 생존한 운동 선수 중 가장 진정성 있는 삶을 살아 온 야구 선수이자 감독이다. 선수로서 10회의 월드시리즈 우승, 3번의 MVP, 18번의 올스타로 선정되었을 뿐 아니라 감독이 되어 양키와 메츠를 월드 시리즈에 진출시켰다. 하지만 그가 이룬 외적 성취는 삶의 진정성이 만들어낸 결과물에 불과하다. 요기의 업적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자기 자신의 몸, 마음, 정신으로 온전하게 살아낸, 즉 ‘진정성’의 결과물이어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잔잔하게 사로잡았다.

이탈리아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요기는 가난한 유년기와 전쟁 참전이라는 거친 경험 속에서도,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 지를 잊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의 노동자 계층 동네 출신이라는 배경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자신의 말투와 사고방식이 세련되지 않다고 조롱 당할 때도 그는 자신을 감추려 들지 않았다. 요기라는 이름은 별명이다. 원래 이름은 로렌스 피터 베라 (Lawrence Peter Berra)였다. 야구 선수가 앉아 있을 벤치가 없던 시절 요기는 요가 자세로 앉아 있곤 했는데 이 모습을 보고 동료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얼굴도 전형적 미국인보다는 인도인 비슷해서 그렇게 부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평범성에도 요기의 진정성 있는 삶에서 나온 말들은 사람들에게 유쾌함과 지혜를 전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진정성에 관한 언급이 필요할 때 먼저 요기를 인용하고 시작한다. 어눌한 표현은 그 자체로 인간적 진실이었고, 꾸밈없는 요기즘(Yogi-ism)이라는 문화로 승화되었다.

탁월한 선수로서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요기는 언제나 낮은 자세로 겸손했고, 생활은 극도로 검소했고, 모든 평범한 사람들을 긍휼의 사랑으로 대했다. 65년 동안 한 사람과 평생을 함께했고, 전쟁 영웅이자 스포츠 스타였음에도, 한 번도 스스로를 특별하게 내세운 적이 없다.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에서 감독으로 일할 때조차 팀원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신뢰와 사랑을 바탕으로 팀을 이끌었다. 요기의 리더십은 전략보다 사람을 중시했고, 말보다는 행동과 삶으로 신념을 증명했다. 자신을 과장하고 우상화 시키는데 여념이 없는 트럼프의 리더십과는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진정성’의 산 증인으로 요기는 지금 트럼프에 의해 초토화 되고 있는 미국에서 진실된 삶을 복원하려는 미국인들에 의해 가장 많이 소환되고 있다. 그는 말과 행동, 명성과 사생활, 승리와 실패 사이에서 일관성을 지켰고, 언제나 ‘자기 자신에게 충실한 사람(Be True to Yourself)’으로 존재했다.

요기 베라는 많은 명언을 남겼지만 요기 삶의 진정성을 가장 극명하게 표현하는 말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이다. 야구에서는 끝났다고 쉽게 포기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면 9회 말의 역전을 노릴 수도 있고 연장전을 통해 승리할 수도 있다. 뛰어난 선수라면 승리를 미리 얻어 놓고 9회 말이든 연장전이든 게임에 충실하게 임해 역전의 드라마를 써야 한다는 선승구전의 전략이다.

삶에서는 반복 게임이 죽는 순간까지 체인으로 연결되어 전개된다. 우리 삶의 게임의 끝나는 지점은 더 이상 개입이 불가능한 죽음의 순간이다. 우리는 죽음의 순간에서만 삶의 게임의 종결을 선언할 수 있다. 게임의 결과를 마지막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점도 개입이 종결되는 죽음의 순간이다. 진성리더로서의 삶은 요기가 증명했듯이 평범하게 시작했으나 목적이라는 끌개를 앞세워 삶의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지점까지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려낸다. 이전 게임에서 얻어진 실패를 학습해가며 목적이 실현된 작은 성공을 만들어내고 이 성공을 지렛대로 삼아 다음 게임을 유리하게 진행한다.

진성리더로서의 성공은 진성리더로 살기 시작한 지점과 삶의 개입이 끝난 지점까지 그려낸 우상향 그래프의 기울기로 결정된다. 이 마지막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는 그냥 사부작 사부작 묵묵히 계단을 오를 뿐이다. 삶에 대한 개입이 끝나는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끝난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다. 삶의 개입이 끝나는 지점에서 중력을 초월한 힘으로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실현한 사람이 되어 스스로에게 자유를 선언할 수 있는지가 성공의 관건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목적을 품고 목적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수도 없이 넘어졌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를 선언하고 다시 일어나는 사람들이다. 목적에 대한 약속을 정산할 때까지 끝난 것이 끝난 것이 아님을 아는 사람들이다. 진성리더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지키고 실현해야 할 서약이 있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