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에서도 트레이더조스(Trader Joe's)의 시장 바구니인 에코백 열풍이 알파세대, Z세대를 넘어 밀레니얼까지 점령하고 있다. 트레이더조스에서 한정판으로 2.99불(4천원)에 팔리던 것이 옥션 중고마켓에서 499달러(65만원)에 팔리고 있다. 미국 트레이더조스 매장에서 한정판으로 파는 트레이더조스의 에코백을 사기 위해 밤새 줄 서 있는 장면도 목격된다.

회사의 브랜드 파워는 이 회사가 공식적으로 파는 가격을 기준점으로 얼마까지 가격을 올려도 제품의 가치를 믿고 같은 여전히 구매하는지의 가격 저항선으로 계산한다. 옥션에서 팔리는 65만원에서 공식적 판매가 4천원을 빼면 64만 6천원이 회사가 제공하는 가치다. 무려 공식가 4천원의 161배다. 엄청난 브랜드 파워다. 비율로 계산하면 심지어 애플의 스마트 폰이나 어떤 명품도 따라 올 수 없는 브랜드 가치의 절대 강자다.

트레이더조스는 젊은이들에게 어떻게 이런 브랜드 파워를 형성했을까? Trader Joe's는 Costco와 더불어 유통에 관련된 주제가 거론될 때마다 반드시 거론되는 회사다. 코스트코는 가성비가 보장된 제품을 대량 번들로 판매하는 반면 트레이더 조스는 일반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적으로 개성화된 알록달록하고 파스텔 톤으로 채색한 실용적 상품을 합리적 가격으로판다. 애코백 열풍이 설명하듯 개성과 실용성이 넘치는 제품을 자사의 PB 상품으로 보증해 판매한다. 코스트코가 화려함을 없애고 가성비를 중시하는 밀레이얼과 X세대(MX 세대)의 감성을 두드리고 있다면. 트레이더 조스는 돈은 풍족하지 않지만 개성을 강조하는 알파세대와 Z세대의 감성을 두드리고 있다.

매장의 레이아웃도 코스트코는 공장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근무복도 안정성과 일관성을 추구하지만 트레이더 조스의 분위기는 젊은이들이 신나게 놀며 인생을 배우는 놀이터같다. 직원들을 크루라고 부르는데 아버지, 어머니, 동생, 누가, 친구가 같이 가족 여행을 떠나온 분위기다. 트레이더조 매장의 분위기는 안정성이 아니라 변화와 실험이다. 매장 레이아웃도 계절마다 바뀐다. 여름에는 하와이를 연출하고 직원들도 하와이 관광객의 옷을 입고 근무한다.

트레이더조스는 가성비를 넘어 알파, Z세대에게 자신들의 경영철학인 가족, 미래, 개성과 창의성, 유쾌함이 담긴 문화적 체험을 판다.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서 체험을 파는 회사다. 트레이더조스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경제적 한계 내에서 자유로운 쇼핑 체험을 제공한다. 시즌 한정 상품, 참신한 레시피 아이템, 이색 간식 등등을 지속적으로 출시한다. Everything But the Bagel Seasoning, Pumpkin Joe-Joe’s, Unexpected Cheddar, 한국의 누군가가 제안했을 냉동김치 김밥 등은 SNS에서 밈처럼 공유되며 Z세대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제품 라벨, 포장 디자인, 상품명, 매장 인테리어 등 모든 면에서 재치 있고 톡톡 튀고 유쾌한 가족 여행객의 감성을 체험하게 한다. 또한 모든 제품에 걸쳐 윤리적 소비와 친환경 가치로 무장한 PB 제품들을 소싱해서 판매한다. 자신의 고객은 대부분 윤리적 소비자임을 가정한다. 트레이더조 로컬 매장 어디를 가도 로컬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공동체를 체험할 수 있다. 체인임에도 매장마다 손그림 안내판, 지역 특색과 정보, 이웃과 같은 친근한 직원 응대 등으로 ‘동네 가게’ 느낌이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맛볼 수 없는 커뮤니티 기반의 정서적 친밀감을 체험할 수 있다.

트레이더조의 상품 컨텐츠는 TikTok, Instagram, YouTube 등에서 인기 있는 단골메뉴다. "Trader Joe’s 하울 영상", "추천템 Top 10", "조합 레시피 영상" 등 콘텐츠 소비와 쇼핑이 긴밀히 연결돼 있어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콘텐츠 친화형 브랜드로 인식된다.

브랜드 파워가 있다는 것은 가성비로 제공한 가격선보다 가격을 얼마나 올려도 여전히 충성된 고객으로 남아 있는지의 플러스 가격저항선이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가격과 가격저항선의 차이가 이 회사의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다. 가격을 넘어 가치를 파는 회사 대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회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에 회사의 철학을 녹여 회사 철학에 대한 체험을 팔 수 있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에 가성비를 파는 것은 그냥 상수일 뿐이다. 초뷰카 시대에 자신의 정체성인 철학을 체험으로 팔 수 없다면 장사를 하는 수준인 것이지 비지니스인 사업을 하는 수준은 아니다. 가격과 가성비에 대한 신용을 지켜 좋은 장사꾼이 될 수 있는지는 몰라도 사업가가 되지는 못한다.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과 가치를 자신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녹여내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대체가능한 존재일 뿐이다.

초뷰카 시대는 기업 뿐 아니라 누구라도 자신을 통해서만 체험할 수 있는 정체성을 판매하고 소비하는 시대이다. 트레이더조 에코백 열풍은 이런 정체성 체험에 대한 실험을 돈이 궁한 알파 세대와 Z세대가 이끌고 있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