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초인의 원리를 깨닫고 어느 날 산에서 하산한다. 산에서 내려와 시장통에 모인 군중들에게 자신의 고귀한 깨달음을 설교하지만 이미 세속화될대로 세속화된 사람들은 아무도 짜라투스라의 고상한 깨달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시장 사람들은 짜라투스트라의 고귀한 이야기보다는 옆에서 벌어진 광대의 줄타기에 더 관심을 보이고 그쪽으로 몰려간다. 실망한 짜라투스트라는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짜라투스트라는 현자였을까? 본인이 생각하기에 짜라투스라는 명석한 성찰적 두뇌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으로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헛똑똑이였다. 헛똑똑이는 깨달은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차이인 지행격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진 사람들을 지칭한다.

진정한 현자는 고귀한 깨달음을 얻었다면 사회정서적 지능을 발휘해 대중에게 자신의 깨달음을 전파해 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진정한 현자만이 깨달을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근원적 변화에 성공한다. 마찬가지로 모든 종교에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은 신의 존재에 대한 깨달음으로 자신과 가족을 구제하는 것으로는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레거시 종교든 구원이란 자신의 깨달음을 통해 자신과 가족을 넘어 주변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변화를 체험하게 만들었는지가 핵심이다.

2024년 8월 호에 Nature의 자매지인 Nature Communications에 현자, 헛똑똑이, 바보를 구별해주는 사회심리학 논문이 출간되었다. 논문 제목이 "다섯 대륙, 12개 국가를 통해 본 현자의 두 차원(Dimensions of wisdom perception across twelve countries on five continents)"이다. 연구 대상은 대학생과 일반인이고 동양에서는 한국과 일본도 연구 샘플에 포함되어 있다.

이 연구가 발견한 현자의 두 차원은 성찰적 인지능력 (Reflective Orientation)과 사회정서지능 (Socio-Emotional Awareness)다. 성찰적 인지능력을 결정해주는 지표는 논리적으로 생각하는지,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지, 화를 참을 수 있는지 등등이고, 사회정서지능 척도는 다른 사람들 감정을 고려하고 이에 맞춰 행동하는지, 인격적 겸허함이 있는지, 타자의 정서를 읽는 능력이 있는지,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지,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지 등이다. 연구에 참가한 대상들은 성찰인지능력만 높은 사람들을 철학적 현자(Theoretical Wisdom)로 생각하고 사회정서지능만 높은 사람들을 실천적 현자(Practical Wisdom)로 보았다.

둘째로,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인지적 성찰지능을 현자의 필요조건이자 날줄로, 사회정서지능을 충분조건이자 씨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모든 대륙에 걸쳐 현명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부류는 성찰능력은 기본적으로 뛰어나고 여기에 금상첨화로 사회정서능력도 높은 사람이다. 가장 현명하지 못한 부류로 지각된 사람들은 인지적 성찰지능과 사회정서지능이 모두 낮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인지적 성찰지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사회정서지능을 자신의 가족과 내집단에게만 배타적으로 발휘하는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욕심만 앞서는 사람으로 인지했다.

셋째, 연구에 참여한 보통 사람들은 자신을 평가할 때 평균적으로 인지적 성찰지능은 현자들에 비해 떨어지지만 사회정서지능은 현자들에 버금가는 것으로 부풀려서 평가하는 성향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짜라투스트라로 돌아가서, 짜라투스트라는 성찰적 인지능력이 탁월하지만 대중의 마음을 읽지 못한 이론적 현자(Theoritical Wiser)였다. 유튜브나 SNS 매체를 보면 우리 시대도 인문학이나 철학적 통찰이 뛰어난 사람들은 넘치지만 이들의 운명은 실패한 짜라투스라다. 심하게 말하면 헛똑똑이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숫자만큼 지행격차는 더 극심해지고 세상의 변화는 말 잔치로 끝난다.

세상에는 짜라투스트라처럼 깨달음의 경지를 얻었지만 깨달음의 밀알을 중생에게 나눠주어 세상의 변화를 일으키는데 실패한 구도자들이 넘친다. 세상의 근원적 변화가 더디어진 이유는 이들 종교의 지행격차 때문이다. 말만 앞선 구도자의 실패를 아무 반성 없이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혐오와 편견을 부추이고 사랑을 배타적으로 자신의 종교집단에만 적용한다. 이런 실패한 구도자들 주변에는 오랫동안 신실하게 신앙 생활과 자기개발을 위한 공부에 매진했어도 실상에서는 일말의 변화도 경험하지 못하는 신도와 학습 추종자들이 넘친다. 빈곤의 악순환이다.

대한민국은 자신이 현자임을 주장하지만 가짜 현자나 헛똑똑이들에 의해 현자의 시장이 주도되는 형국이어서 지금의 극심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본 연구의 기준에 따르면 윤석열은 인지적 성찰능력도 떨어지고 자신의 지지층에게만 사회정서지능을 보여준 현자의 급에서 최하위 등급에 속해있다. 윤석열보다는 쪼금 낫지만 지귀연의 비현자 지수도 만만치 않다. 아직도 윤석열이라는 달 그림자를 쫓는 골수 지지자들의 비현자 점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들은 잘못된 믿음에 가스라이팅 당해 상황 판단 능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지금 가장 높은 수준의 현자 점수는 이번에 헌법재판관에서 퇴임한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 정도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에서 전통적인 진보는 이론적 현자를 지향했고 보수는 실천적 현자를 지향했지만 실제는 모두 실패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두 차원이 직조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권이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보수로 시계추처럼 바뀌어왔지만 이들이 세상의 변화에 기여한 바는 미미하다. 이들이 서로를 지금처럼 적으로 삼고 서로를 배제하기 위해 싸우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또 다른 실패를 담보하고 있다. 진성리더십의 #급진거북이(#잉걸북스 2024)에서 제안한 전략대로 서로를 스파링 파트너로 삼아 서로가 서로의 씨줄과 날줄이 되어 현능함의 태피스트리를 만들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회장 이창준)는 세상을 더 나은 세상으로 바꾸는 사회, 조직, 인간의 개발을 연구하고 전파하는 사명을 수행한다. 학회의 중심모듈에는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와 <춤추는 짜라투스트라>가 있다.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는 진성리더로의 성찰적 깨달음을 배우는 과정이고 춤추는 짜라투스트라는 긍휼감을 발휘해 진성리더로 자신의 깨달음을 자신과 가족을 넘어 전파하는 과정이다. 학회의 <춤추는 짜라투스트라>는 진성리더들의 짜라투스트라 구하기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