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개인주의(Hyper-Individualism) 시대의 비극
몰인간화(Depersonalization)된 인조인간
초뷰카(Hyper VUCA) 상황은 현상이 잘 드러나지 않는 플랫폼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디지털 전쟁을 묘사한다(The Laboratory of Sustainability for a Hyper VUCA Era By Jeongkoo Yoon). 플랫폼 생태계에서 각자 플랫폼이 전함이라면 이 전함에는 사용자의 클라우드 데이터가 축적이 되고 다양한 빅데이터는 분석 알고리즘인 어낼리틱스가 가동되어 분석된다.
디지털에 데이터로 흔적을 남긴 개별적 사용자의 외면과 내면이 모두 초개인으로 분석되고 분해된다. 어낼리틱스는 개인들이 공유하고 있는 범주 (나이, 학교, 지역, 성, 등등)의 분석을 통해 범주를 공유하고 있는 개인의 외면을 파악하고 파악된 개인의 삶에서 태도, 행동, 말, 생각을 시계열적으로 분석해 내면을 파악한다. 공동의 범주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분석해서 외면을 파악하는 것을 Between Subject Analysis라고 하고 각 개인의 시계열적 과거를 파악하는 것을 Within Subject Analysis라고 칭한다.
개인의 외면과 내면에 대한 모든 분석이 끝나서 한 개인 외면 내면이 모두 파악되면 AI 알고리즘은 정체성 시험을 제안한다. 정체성 시험이란 알고리즘이 파악해서 만들어낸 아바타와 실제 개인 중 누가 정말 자신과 더 가까운 지에 대한 시험이다. 과거의 기억을 편집해서 살고 있는 인간이 과거의 모든 것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AI 알고리즘에 대항해서 정체성 시험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
정체성 시험에서 탈락하면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삶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무슨 커피를 마시고 무슨 치약을 쓰고, 어떤 유튜브를 시청하고, 무슨 뉴스를 봐야 하는지 등등 모든 일거수 일투족이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것을 벗어나지 못한다. 플랫폼 소유주들은 초개인화된 개인들을 광고주에게 팔아 넘기기 전에 강화 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통해 개인들이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완전히 제거한 상태로 만들어 팔아 넘긴다.
우리의 삶의 모든 것이 알고리즘에 의해서 파악되는 초개인화의 종착역은 인간으로서의 고유성인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는 상태다. 본인과 연구진(Yoon, Lawer, Thye)는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인간 상태를 몰인간화(Depersonalized)라고 규정했다(Social Commitment in a Depersonalized World).
자신 정체성의 대본을 스스로 써 나갈 수 없는 몰인간화의 비극의 본질은 생각할 수 있는 힘의 거세다. 인간임에도 주체적으로 생각할 사고력을 상실한 에이전트들이다. 인간이 휴대폰이 나오는 바람에 전화번호를 암기할 근력을 잃었고, 계산기가 나옴을 통해 산수할 능력을 잃었고, 네비게이션이 나옴에 따라 지도술사의 능력을 상실한 것처럼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고리즘이 나오면서 인간은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사고능력을 잃어버렸다. 초개인화의 종착역은 사고할 수 있는 인간 능력이 실종된 몰인간화다. 뇌는 있지만 사고력을 잃은 무뇌인간이다.
초뷰카 시대에 사람들은 겉으로는 맞춤형 혹은 초개인화라는 멋진 이름이 붙여졌지만 속은 인간으로서의 고유성을 알고리즘에게 맡긴 사고능력을 상실한 인간이다. 사고능력을 상실한 몰인간은 사고할 수 없는 아이와 같다. 아이가 배가 고프거나 불편해서 울면 알고리즘은 이미 분석한 프로그램을 가동해 사탕을 주거나 먹을 것을 주거나 기저기를 갈아 주는 방식으로 달랜다. 알고리즘은 몰인간화된 사람들에게 진화론의 이념을 주입시킨다. 모든 개인의 자연 상태가 각자가 알아서 살아야 하는 약육강식과 각자도생 상태이고 세상에 믿을 것은 알고리즘인 자신 뿐이라는 점을 주기적으로 가스라이팅 시킨다.
알고리즘에 의해 지배되는 초개인의 삶은 사막의 모래알과 같은 삶이다. 알고리즘은 초개인화된 인간과의 관계를 쪼개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알고리즘의 중계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조작한다. 알고리즘의 진화론 전략은 로마의 지배 전략인 분열시키고 지배하라(Divide & Conquer) 전략과 유사하다. 대상이 나라가 아니라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 개개인일 뿐이다. 우리 연구진이 초개인주의 시대의 가장 큰 비극으로 지적하고 있는 현상은 분열과 지배를 넘어 서로 연대해 가며 살아가는 공동체의 상실이다 (Social Commitments in a Depersonalized World).
초뷰카시대 알고리즘은 충분히 훈련되어 인간으로 독자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빼앗은 인간을 광고주에게 팔아넘긴다. 광고주 중에는 물건과 서비스를 파는 광고주도 있지만 초뷰카 시대 가장 큰 광고주들은 종교의 탈을 쓰고 정치적 이득을 챙기는 극우주의자들이거나, 일베집단의 후원자들이거나, 과학적 논리를 거세하고 음모론을 퍼트리는 사람들이다.
알고리즘에 의해 완벽하게 인간의 몰개성화의 작업이 끝나면 삶은 사무엘 바케트의 희극인 <오, 행복한 날>에 출연하는 여배우의 삶으로 전락한다. 여배우는 디지털 광고주가 시키는 대로 소비하고 잘 때마다 오, 오늘도 행복했어요! 라고 외치지만 현실은 이런 것들이 축적되어 사막의 모래 구덩이에 매일 조금씩 더 파묻혀 죽어가는 신세다. 알고리즘에 의해 가축화된 인간의 말로다.
이런 초개인화되어 인간이 알고리즘의 대리인으로 전락한 시대는 오래전에 매트릭스 영화가 상상하고 예측했던 현실이다. 매트릭스 영화는 경쟁우위는 모두 알고리즘이 장악했지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간다운 인간을 존재우위를 가진 인간이라고 묘사한다. 매트릭스는 인간은 이런 존재우위를 씨줄로 알고리즘이 제시한 경쟁우위를 날줄로 삼아 새로운 세상을 직조할 수 있을 때 인간공동체 속에서 인간으로서 살아 남을 수 있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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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초뷰카 시대 알고리즘은 사회적 직책이 있는 엘리트나 전문성이 있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을 교화시킬 때 파급효과가 크다는 것을 안다. 이런 점에서 검사라는 전문성도 있고 대통령이라는 직책도 있었던 윤석열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낚아 몰인간으로 전환시킨 상징적 인물이다. 몰인간으로 전락한 모든 인간처럼 윤석열에게 볼 수 없는 것은 상식적 사고력이다. 윤석열의 변론이나 연설을 들어보면 말 자체는 고급용어를 사용해 세련되게 하는 것 같지만 전혀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치 인공지능이 시키는 대로 일방적으로 말을 쏱아 내는 느낌이다. 인간만이 가진 존재우위인 사고력을 상실하면 직책이 높아도 아무리 전문성이 뛰어나도 더 이상 인간은 아니다. 세련된 인조인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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