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벨은 신화와 문학에서 전개되는 영웅의 여정의 플롯을 분석하여 모든 영웅들 이야기에는 공동의 서사가 있음을 밝혔다. 모든 영웅은 오두막에 거주하며 오두막 천정을 하늘이라고 믿고 산다. 하지만 어느 순간 오두막의 천정이 하늘이 아니라 진짜 하늘은 따로 있다는 계시를 받고 호기심에 끌려 오두막을 떠난다. 오두막의 문지방은 자신을 초월하는 최초의 경계다. 오두막을 떠나는 순간 집 떠나면 x고생임을 실감하지만 모든 영웅들에게는 극복할 수 없는 호기심(Invincible Curiousity)이 있다. 이런 이길 수 없는 호기심을 없다면 가출을 감행하지도 않고 평생 오두막을 하늘로 알고 산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이 오두막을 정신모형 I이라고 칭한다.

캠벨의 영웅 분석을 보면 죽음을 염두에 둔 전투를 통해 진리를 깨달은 다음 반드시 일상적인 세계, 즉 고향으로 돌아오는 오딧세우스 여정이 있다. 오디세우스는 10년 간의 트로이 전쟁에 승리했음에도 개선장군이 되는데는 험난한 귀환의 여정을 경험해야 했다. 귀환의 여정은 진리를 찾아 나서는 가출의 여정만큼 어려움을 극복해야 완성된다. 금의환양은 그냥 결말만 이야기한 것이지 귀환에서 벌어지는 실제 서사를 묘사한 것은 아니다. 오딧세우스도 귀환과정에서 칼립소 섬에서 억류되기도 했고, 고향인 이타카에 돌아와서도 갖은 수모를 경험해야 했다. 모세의 애급에서의 탈출은 귀환을 위한 디아스포라의 시작이었다. 모세가 그랬듯이 귀환은 자신 세대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영웅이 오두막에서 갇혀지내는 여정은 아포리아의 여정이지만 진리를 획득해서 돌아오는 여정은 디아스포라의 여정이다. 니체의 짜라투스라는 초인의 진리를 깨달았지만 사람들이 사는 고향에 돌아와서 사람들의 무관심과 냉대 때문에 디아스포라의 여정을 마치지 못하고 다시 산으로 돌아갔다. 짜라투스라는 실패한 영웅이다. 진성리더십에서는 이런 진리의 획득과 귀환의 과정을 묘사할 때 정신모형 II의 빌견과 단련이라고 설명한다.

영웅들은 왜 이처럼 귀환에 다시 목숨을 거는 것일까? 영웅이 겪는 귀환의 오디세이는 연어가 산란을 위해 필사적으로 강물을 거슬러 올라 고향으로 돌아가고, 기러기가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 번식지로 회귀하며, 바다거북이 먼 바다를 떠돌다 산란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난 해변으로 돌아오는 자연의 순환적인 움직임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들의 귀환 본능은 단순히 자신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행위를 넘어, 진리의 깨달음을 고향 사람들의 마음에 심고 실현해서 더 나은 삶의 근원적인 질서와 의미를 만들기 위함이다. 여정을 떠난 이유가 자신 개인의 자아 실현을 넘어서 자신과 같은 고통 때문에 오두막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치유하고 주인으로 세우기 위함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깨달은 진리는 자아실현을 위해서도 사용되지만 새로운 생명의 밀알로 삼아 고향 사람들의 마음의 밭에 심어 이들을 치유할 때 더 큰 생명과 번성을 얻을 수 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진리를 전파하기 위한 디아스포라는 다시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이 산을 넘어서야 고향 사람들을 만나서 진리라는 생명의 불로초를 전수할 수 있다.

영웅의 귀환은 획득한 진리를 통해 새로운 세상(플랫폼) 건설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영웅은 자신이 가져온 진리를 돌아온 고향 공동체에 뿌리 내리게 할 수 있을 때 자신의 여정이 완수된다는 것을 안다. 마치 연어가 알을 낳아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기러기가 새끼를 길러 다음 세대로 이어가듯, 영웅은 자신의 경험과 깨달음을 통해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더 나아가 사회의 공진화에 기여한다. 영웅의 이야기는 단순히 한 개인의 영웅담이 아니라, 그가 속한 세계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의미를 갖는다.

더불어 영웅의 귀환은 삶의 순환성과 균형의 회복이라는 심오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가출과 귀환, 시작과 끝은 분리될 수 없는 삶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영웅이 특별한 세계에서의 모험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은, 일탈과 복귀라는 순환적인 과정을 통해 삶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바다거북이 광활한 바다를 탐험하지만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생명의 순환을 이어가듯, 영웅 역시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감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힘을 얻는다. 고향은 영웅에게 단순한 물리적 공간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내면의 평화를 찾는 마지막 장소다. 그곳에서 영웅은 다시 평범한 일상 속에서 고향 사람들의 번성을 위해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수행하며 삶의 조화로운 균형을 유지하다가 자신의 약속을 정산하고 삶을 마감한다. 이들은 "자신의 약속에 대해 다 이루었음을" 선포하고 세상에 대한 책무의 무게를 내려놓고 자유를 체험한다.

영웅의 귀환은 공동체의 전통과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영웅의 이야기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뿌리를 잊지 않고 공동체의 유산을 소중히 여기는 지혜를 우리에게 일깨워 준다.

결론적으로 캠벨의 영웅의 여정에서 영웅이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오디세이는 단순한 이야기의 완결을 넘어, 삶의 순환성, 성장과 공유의 의미, 그리고 변화와 지속성의 조화를 보여주는 심오한 장치다. 연어, 기러기, 바다거북과 같은 자연의 존재들이 본능적으로 자신의 근원지로 회귀하는 것처럼, 영웅 역시 자신의 여정을 통해 얻은 모든 것을 안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옴으로써 개인적인 성장을 넘어 공동체의 발전과 삶의 의미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영웅의 순환은 단순한 무한 반복이 아니라 반복과 순환을 통해 더 좋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메비우스의 띠를 상징한다.

영웅의 이야기가 끝나기 위해서는 가출 뿐 아니라 귀환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가출만 있고 귀환이 없는 짜라투스라 방식의 영웅은 길 잃은 영웅이다. 귀환은 우리에게 삶의 여정은 끊임없는 순환이며, 진정한 번성과 성장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고 다시 돌아가는 디아스포라를 통해 완성된다는 깊은 통찰을 던진다.

모든 리더에게 여정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진성리더가 자신만의 영웅의 내러티브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타카이든 가나안이든 귀환의 산을 성공적으로 넘어야 한다. 고향 사람들에게 진리의 밀알을 전달하는 책무를 완성해야 한다.

리더십 질문:

나는 오두막(정신모형 I)을 벗어날 용기가 있는가?

나는 죽음과 싸워 얻어낸 진리(정신모형 II)가 있는가?

진리를 앞세워 귀환의 산과 사막을 건널 디아스포라 근력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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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여기에 있는 내용은 2025년 4월 30일에 진행된 #진성리더십아카데미 22기 6회 차 세미나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