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복권으로 천재성을 타고난 사람들 중에는 아인쉬타인 같이 인류에 불멸의 족적을 남긴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전락하는 불운의 삶을 산다. 현대적 인물 중에는 엔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신이 특정한 인간에게 특별한 천재성의 다른 이름인 카리스마(Charisma)라는 유전자 복권을 대신 뽑아줄 때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방기하고 유전자 복권당첨금을 모두 사적으로 착복하기 시작할 태 사단이 발생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대선 선거 운동 때 케타민과 엑스터시 등 마약을 포함해 다량의 약물을 복용한 것 보도되었다 (뉴욕타임스(NYT) 5월 30일). 머스크는 각성제인 애더럴을 포함해 약 20정의 알약이 든 약상자를 항상 가지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선거 기간 중 전기톱 퍼포먼스와 승리를 자축하는 나찌식 경례도 과도한 약물의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화성 이주와 전기차 혁명을 이끄는 천재의 비전에 열광하던 이들조차 이제는 그의 예측 불가능한 언행과 리더십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최근에는 극단적 나르시즘 성향의 트럼프와도 충돌해 테슬라의 주가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카리스마라는 천재성을 유전자 복권으로 받고 태어난 머스크는 과연 혁신가의 여정을 걷고 있는가? 아니면 우리 시대 가장 성공한 '독성 리더'의 길을 가고 있는가?

머스크의 독성 리더십에 대한 이해는 뇌과학을 동원해야 그 실마리가 잡힌다. 뇌과학에 따르면 인간 뇌를 상징하는 전전두엽이 제대로 기능을 못할 때 동물뇌인 편도체가 전전두엽을 장악한다. 인간의 뇌인 전전두엽이 동물의 뇌인 편도체에 의해 장악되면 천재는 동물의 욕망을 숨긴 무서운 무기가 된다. 독성리더는 전전두엽과 편도체 사이에 벌어지는 뇌 안의 전쟁에서 편도체가 승리한 결과다.

훈련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본질적으로 천재는 유전자 복권의 산물이다. 운좋게 유전자 복권으로 천재의 뇌를 타고 날 경우 전전두엽은 평범한 사람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능력을 행사한다. 이런 천재적 능력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삶의 목적이 이입되고 목적을 통해 사회에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게 제어된다. 전전두엽이 제대로 기능을 할 때 천재성은 사회적 자산이 된다. 하지만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학대를 받거나 사회적 고립을 경험할 경우 전전두엽에 존재목적이 제대로 각인되지 못한다. 일련의 사건으로 '유전자 복권의 힘'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목적'이 전전두엽에 이입되지 못하고 성인이 되면 문제가 생긴다. 전전두엽이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자충우돌 해가며 혼란을 겪는 틈을 타고 동물의 뇌인 편도체가 개입한다. 동물의 뇌인 편도체가 인간의 뇌인 전전두엽을 완전히 장악하면 천재는 천재성을 교묘하게 이용해 주변 사람들을 학대하는 사이코 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전락한다.

핵심은 공의로운 목적을 상실한 전두엽이 유전자 복권의 막강한 힘을 제어하지 못할 때 삶의 고삐를 원시적 편도체에게 넘겨준다.

일론 머스크의 천재성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뇌의 CEO, 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의 막강한 '근력(cognitive horsepower)'에서 나온다. 수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로켓을 구상하고, 전 지구적 통신망을 설계하는 그의 두뇌는 보통의 한계를 뛰어넘는 최고 성능의 엔진과 같다. 이 압도적인 '전두엽의 근력'이 바로 그가 받은 유전자 복권이자, 세상을 매료시킨 카리스마의 원천이다.

문제는 이 강력한 엔진에 '방향키'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전두엽의 막강한 인지적 문제해결 능력은 그 자체로 선하지 않다. 그 힘이 인류애,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 윤리적 가치와 같은 공의로운 존재 목적에 의해 통제될 때 비로소 인류를 위한 혁신으로 발현된다. 이 목적의식이란, 자신의 행동이 타인과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리는 공감 능력과 사회적 책임감이며, 전두엽의 가장 고차원적 기능 중 하나다.

머스크의 행보를 보면 전전두엽에 이 '공의로운 닻'이 작동하지 않는다. 그의 결정은 인류라는 거대 담론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눈앞의 직원, 비판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과 배려는 결여된 채 오직 '목표 달성'이라는 단 하나의 변수만을 향해 질주한다. 이처럼 강력한 전두엽의 힘이 공의로운 목적에 의해 통제되지 못할 때, 그 힘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며 가장 원초적인 욕망의 노예가 된다.

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전전두엽을 편도체가 장악하면 편도체는 천재성을 조정해가며 천재를 사이코 패스나 소시오패스로 만든다.

전전두엽이 목적을 잃고 표류하는 시점에 뇌의 원시적 경보 시스템, 편도체(Amygdala)가 전면에 나선다. 공의로운 목적이라는 상위 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상태에서, 뇌는 비판, 장애물, 위협과 같은 자극에 직면했을 때 기댈 곳이 없다. 이때 가장 강력하고 원초적인 감정인 '생존 본능'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뇌의 통제권을 장악해 버린다. 이를 '편도체 납치(Amygdala Hijack)'라고 한다.

머스크의 경우, 이 납치는 최악의 형태로 나타난다. 그의 막강한 전두엽이 편도체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도체의 '싸우거나 도망가라(Fight-or-Flight)'는 원시적 명령을 가장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충실한 집행 도구'로 전락하고 만다.

편도체가 머스크에게 싸우라고 명령하면 다음과 같은 반응들이 나온다. 비판적인 언론 기사, 공매도 세력의 공격, 심지어 자신을 조롱하는 소셜 미디어 게시물까지, 그는 이를 '문제 해결'의 대상이 아닌 '나에 대한 인신공격'이자 '생존을 위협하는 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그의 편도체는 경보를 울리고, 그는 즉각적으로 공격적인 트윗을 날리거나, 내부 직원을 해고하거나, 자신을 비판한 인사를 조롱하는 방식으로 반격한다. 태국 동굴소년 구조 영웅에게 '소아성애자'라는 낙인을 찍은 사건은 편도체가 이성을 완벽하게 장악했을 때 어떤 파국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다.

편도체가 머스크에게 도망가라는 명령을 내릴 때도 기상천외한 반응이 나온다. 때로 그의 충동적인 결정은 문제로부터의 '도피'로 나타난다. 트위터(현 X)의 무모한 인수와 이후의 혼란스러운 정책 변경은 심사숙고한 전략이라기보다, 복잡한 현실과 규제로부터 벗어나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려는 충동적 도피 행각처럼 비친다. 이는 현실의 제약을 무시하고 자신만의 규칙을 세우려는 극단적인 회피 기제일 수 있다.

이러한 뇌의 작동 방식, 즉 '공감 능력이 결여된 채 목표 지향적이고 계산적인 전두엽'과 '충동적으로 폭주하는 편도체'의 결합은 우리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에게서 관찰하는 전형적인 특성과 맞닿아 있다.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는 편도체와 천재성이 연합한 전쟁의 극단적 승리를 위해 마약에 의존한다. 이들이 필연적으로 마약 중독자가 되는 이유는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에 마약은 도파민 스파이크와 엔돌핀 스파이크를 동시에 일으켜 순간적으로 자신이 신의 지위에 도달했다는 환각을 주기 때문이다.

타인을 목표달성을 위한 도구로 여기는 태도, 공감 능력의 부재, 과대망상적인 자기애, 사회적 규범이나 타인의 고통에 대한 무감각, 이 모든 것이 공의를 잃은 전두엽이 편도체의 충동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줄 때 나타나는 '독성 리더십'의 특징이다. 이는 임상적 진단이 아닌, 그의 행동 패턴에서 드러나는 뇌과학적 경향성에 대한 분석이다. 그의 리더십 아래서 직원들은 혁신의 동반자가 아닌, 언제든 교체될 수 있는 부품으로 전락하며 조직 전체는 그의 감정 변화에 따라 흔들리는 불안정한 시스템이 된다.

결론적으로, 일론 머스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섬뜩한 질문을 던진다. 한 개인의 '전두엽 근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그것이 '공의로운 목적'에 의해 통제되지 않을 때, 그 힘은 인류의 진보가 아닌, 한 사람의 충동을 만족시키는 사회를 파괴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안타깝지만 신이 자신에게 카리스마를 부여한 이유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하여 자신의 뇌를 편도체에 의해 납치 당한 천재들이 있어야 할 곳은 정신병원이다.

===============

머스크처럼 극단적인 경우는 아니지만 비슷한 유사독성리더(Pseudo Toxic Leader) 성향이 공부 좀 할 수 있는 머리를 유전자 복권으로 당첨받은 사람들에게도 나타난다. 이들이 공부 머리로 좋은 학교 나와 좋은 지위에 오르면 직책이 주는 힘 때문에 뇌는 도파민 엔돌핀 스파이크를 일으키고 결국 전전두엽이 편도체를 제어하지 못한다. 이번 내란에서 모습을 드러낸 서울법대 출신들과 이준석에게서도 이런 징조가 목격되었다. 유전자 복권은 존재목적과 철학에 의해서 규제되지 못하면 비극의 씨앗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