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각, 홀로 야산에서 길을 잃었다고 상상해보자. 지도는 무용지물이 되고, 스마트폰의 불빛도 닿지 않는 어둠이 사방을 집어삼킨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안다. 이 자리에서 꼼짝 않고 밤을 새우면, 큰 위험은 없다는 것은 상식적 지식이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바람 소리에 흔들리는 풀잎 소리에 무장해제 당한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 하나에도 심장은 요동치고, 머릿속에는 온갖 섬뜩한 상상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공포는 거대한 괴물로 우리를 덮쳐오고, 우리는 이성적인 판단을 잃은 채 무작정 달음질치다 더 큰 위험에 빠진다.

이처럼 공포 앞에서 '안전할 것'이라는 지식은 불확실성을 극복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불확실성을 앞세워 공격하는 공포에 대한 두려움은 보통 인간의 힘으로 감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머리로 '괜찮아'를 되뇌어도, 심장이 쿵쾅거리고 온몸이 경직되는 본능적인 두려움이 주는 공포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이 거대한 불확실성을 상징하는 밤이라는 공포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두려움의 공포를 이길 수 있을까?

구약 사시기에 등장하는 기드온의 이야기는 두려움을 이길 수 있는 방식에 대한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기드온의 싸움

미디안과 아말렉 연합군이 이스라엘을 침략했을 때, 이스라엘은 수적으로나 군사력으로나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 백성들은 미디안의 약탈로 인해 동굴에 숨어 살아야 할 정도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하나님께서는 기드온을 통해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겠다고 약속하셨지만, 기드온의 병사 수는 고작 300명에 불과했다. 반면 적군은 13만 5천 명에 달하는 대군이었다. 병사 1명이 적군 450명과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상식적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하나님께서는 미디안과 아말렉 연합군에게 없는 것이 믿음이라는 점을 간파하고 기드온에게 병사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게 한다. 각각 나팔과 횃불을 감춘 항아리를 들게 하라고 명하신다. 그리고 밤에 적진을 포위하고 일제히 나팔을 불며 항아리를 깨뜨려 횃불을 드러내라고 지시한다.

자신들의 압도적 숫자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정작 이들에게는 불확실성이 주는 극심한 공포를 이길 수 있는 믿음이 없다는 것을 역으로 통찰한 전략이다. 믿음이 없던 적군의 입장에서는 칠흑 같은 밤에 사방에서 울려 퍼지는 나팔 소리와 깨지는 항아리 소리, 그리고 갑자기 드러나는 수많은 횃불들을 보며 엄청난 대군이 자신들을 포위했다고 착각한다. '어둠'이라는 불확실성은 적들에게 '공포'를 증폭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었다. 기드온은 이 어둠의 공포를 역이용했다. 공포로 혼비백산한 미디안 군대는 서로를 공격하며 자멸했다. 이스라엘 군대는 단 한 번의 직접적인 전투도 없이 대승을 거두었다.

기드온의 승리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극복할 수 있는 창과 방패는 오직 신실한 믿음이었음을 가르친다. 기드온의 승리는 단순한 전술적 승리가 아니다. 이는 불확실성 앞에서 '안전할 것'이라는 지식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가르쳐준다. 공포를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힘이 바로 '신실한 믿음'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기드온도 300명으로 13만 5천 명을 이길 수 없다는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공의로운 싸움에 '신께서 함께하시며 반드시 승리하게 하실 것'이라는 선승구전의 '믿음'으로 그 공포를 넘어섰다. 역으로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신에 대한 믿음이 전혀 없었던 적의 알킬레스건인 공포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예상치 못한 어려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그리고 알 수 없는 상황이 주는 불확실성은 우리에게 깊은 공포를 안겨준다. 이럴 때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괜찮아', '걱정할 필요 없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깊숙이 자리 잡은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마치 야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안전하다는 지식이 어둠 속 작은 소리에도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진정으로 우리를 안전하게 지키고, 불확실성이라는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하는 것은 이성적인 지식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지키시고 인도하실 것'이라는 흔들림 없는 신실한 믿음이 우리를 공포로부터 자유롭게 하며, 나아가 그 공포를 극복하는 힘을 준다.

기드온처럼, 우리는 때로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 속에서 오직 공의로운 믿음으로 담대하게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비로소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공포가 극복되고 기

다리던 미래가 기적처럼 찾아오는 것을 경험한다.

미래에 대한 공포가 쓰나미처럼 밀려올 때 우리는 오직 신실하고 공의로운 믿음이 지식을 이긴다는 것을 경험한다. 공의로운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면 모든 불확실성과의 싸움이 이겨놓고 싸우는 선승구전이 된다. 공의에 대한 믿음은 시시각각으로 밀려오는 미래에 대한 공포와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신이 주신 창과 방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