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료 중 지위가치이론 status value theory라는 이론을 만들어 지위가 사람에서 물건으로 물건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사람으로 어떻게 전염되는지를 연구하는 친구가 있다. 즉 유명인이 소장하던 물건을 사람들이 소장하려고 애쓰는 이유는 이 소장이 자신을 유명인과 같은 지위에 도달하게 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유명한 사람과 사진을 찍거나 친분 관계를 과시하고 싶은 이유도 이 사진이나 친분으로 자신의 지위를 높혀보고 싶은 지위전이 의도 때문이라는 것이 이 이론의 핵심이다. 북한에서는 김정은과 찍은 사진만 있으면 공식적으로도 모든 일에서 큰 혜택을 받게 되어 지위가 한 등급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명품으로 치장하고 싶은 이유도 명품을 일상적으로 쓰는 사람의 지위로 자신의 지위를 고양시켜보고 싶은 지위전이 욕망이 반영된 것이다.
이 친구에게 한국에서는 남편이 소장이면 부인이 왜 중장이 되는지에 대해서 물어봤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대개 지위가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전이 될 때는 감가상각이 심각한데, 반대로 감가상각이 아니라 가치가 더 붙어서 전이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친구의 대답은 일반사회에서는 가능하지 않고 조직단위가 완전 닫혀있고, 운영자체가 투명하지 않고, 모든 권력이 최고책임자에게 집중된 조직일 경우라는 것이다. 이런 닫힌 조직을 Total Institution이라고 하는데 대표적 이런 조직으로는 군대, 정신병원, 감옥, 북한을 예로 들었다. 또한 이 정도는 아니지만 비슷한 성향을 보일 수 있는 조직으로 외국에 나가서 주로 자신들끼리 생활하는 외교공무원집단, 무소불의의 검찰, 국정원, 병원에서 외과의사집단 등에서도 이런 닫힌 사회의 면모가 발견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이런 집단에서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비현실적인 현상이 지금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군대가 지금은 많이 개방이 되었지만 아직 이면은 정신병원, 감옥, 북한과 비슷한 국면이 있는 것이다. 군이 열린 사회의 적폐세력으로 낙인찍히기 전에 스스로 개혁해야 할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인은 이 전이된 권력을 이용하여 갑질을 저지른 것인데 갑질은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물건 취급할 때 생기는 것이다. 주인에게 물건으로 수족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사람의 생각을 가지고 주인에게 자신도 사람임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물건으로 생각했던 주인은 황당해서 더 심하게 자신의 힘을 이용하여 물건의 지위를 강요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갑질이다. 상대를 감정과 생각과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만 가져도 갑질의 상당부분은 사라질 것이다.
갑질을 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내면의 성인아이에 대한 긍휼감을 잃어버린 사람들이다. 이 추한 성인아이를 꽁꽁 감추고 자신에게 이런 성인아이가 생긴 것을 외부 탓으로 돌린다. 밖의 사람들을 이유없이 비난하거나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과도하게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혀가며 자신은 성인아이를 가진 미천한 사람이 아니라 엄청나게 존경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것을 과시한다.
갑질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의 문제는 자신이 보기에도 볼품없는 내면의 문제를 어떻게 처치하는 지에 달려 있다.
더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이 부인이 평소에는 이런 갑질을 행사해가면서 주일에는 불교신자들에 대한 죄사함을 위해 교회에 강제적으로 데리고 갔다는 증언은 교조주의적으로 변질된 신앙이 얼마나 잘못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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