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회가 얼마나 이 사명을 잘 구현하는 지를 판별해보려면 법원과 학교가 움직이는 것을 보면된다. 한국 법정에서의 판결을 보면에서는 기회가 특정인에게 집중되고 죄를 지어도 유전무죄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AMA과는 이미 거리가 멀다.

한국이 기회와 약속의 땅(AMA)에서 멀어져간 더 근본적 원인은 AMA의 또 다른 한 축인 공교육이 무너진데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의 근원은 무너진 학교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를 보지 못하고 문제를 엉뚱한 곳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학교현장이 중요한 이유는 학교는 기회와 약속(AMA)을 지켜주는 최후의 보루이고 근원이기 때문이다.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 지의 척도는 학교가 얼마나 AMA의 사명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달려있다.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운영하는 최악의 학교는 부모의 계층을 그대로 대이음시켜주는 학교다. AMA이 무너져 능력이나 재능과 무관하게 부모의 계층이 자식에게 대이음 될 때 사회는 동맥경화 상태가 되고 급속하게 창의성이 고갈된다. 건강한 사회의 건강한 학교는 부모의 계층사다리와 상관없이 자신의 재능에 따라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서 부모의 운명과는 독립적으로 자수성가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부여받는 터전이 된다. 이런 사명을 부여받은 학교는 사회가 동맥경화되는 것을 막아주는 신성한 성소이다.

어떻게 하다 한국의 학교는 부모의 지위와 상관없이 용을 찾아서 길러내는 개천의 역할을 빼앗겼을까? 학생들을 제대로 길러내는 기능을 빼앗겼을 뿐 아니라 학교는 학원에서 가르쳐준 것을 그냥 공식적으로 확인하고 공인해주는 시험 성적인증기관으로 전락했다. 가르치는 무기조차도 학원에 빼앗긴 선생님들은 그냥 성적표에 확인도장을 찍어주는 행정 공무원의 역할만 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 교육부 공무원들은 자신의 밥그릇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공교육의 사교육에 교육의 기능을 빼앗기는 현장을 방관해왔다.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혼자 손해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사교육에 무리하게 돈을 써가면서 공교육이 무너지는 것에 일조했다.

성전 자체가 무너진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신도가 줄었다고 성직자를 해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AMA을 제대로 실천해내지 못하는 공교육 자체가 무너진 현상을 직시하지 못하고 초등교사의 임용축소를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설사 수급의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된다고 문제가 해결될까?

교육에 대한 사명만 제대로 서 있다면 설사 학생수가 줄어도 남는 교사인원들에게 대학원 과정을 밟게 하던지, 창의적 교과과정 발굴이라든지, 인성교육 과정을 심화시키든지, 학생대 교사수를 두 배로 늘려 학생들이 보다 심화된 교육을 받게 해 학원으로부터 교육을 다시 되찾아오던지 등등 더 질적으로 심화된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내도록 하는 임무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백년대계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이 정도의 투자는 당연히 오래 전에 했어야 할 문제이다. 문제는 선생님들이다. 모든 선생님들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선생님들이 학생 모두를 용으로 길러내는 개천의 역할을 포기하고 지금처럼 학원에서 배운 것을 시험점수로 확인해 공식화시켜주는 공무원의 역할에 만족한다면 지금의 교사수도 반은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되는 이유가 사명 때문이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이기 때문에 교직을 선택한 교사로 채워졌다면 지금 숫자도 구조조정해야 할 것이다.

문제의 본질은 교육이 제대로된 사명을 수행하지 못하고 무너진 것에 있다. 학교선생님 뿐 아니라 우리 학부모들도 교육의 비전을 상실하고 교육성전을 무너트린 장본인이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다. 교육에 대한 비전이 복원되지 못한 상태에서 지금 교사수급의 문제를 경제적 논리로 해결했다하더라도 이 해결은 모래위에 쌓아올린 성일 뿐이다. 임용인원의 수를 축소하기보다는 이 잉여자원을 새로운 사회를 대비해 새로운 교육의 플랫폼을 마련하는데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의 부재가 더 큰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