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교수는 이번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도 "아이디어가 더 중요하다" "조씨 작품의 아이디어는 조씨가 냈고, 시장에 예술적 논리를 관철시킨 것도 조씨다. 또 화투 그림을 그리라고 지시한 것도 조씨고, 마지막으로 작품을 확인하고 사인을 한 것도 조씨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작품들은) 명백히 조씨의 원작"이라고 조영남씨를 두둔하고 나섰다.

이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작성 Authenticity이다.

원작성 Authenticity의 조건을 구성하는 것은 다시 두가지이다. 하나는 자신이 그림을 완성하는데 주요한 스토리의 원작자였는지 주체성의 문제이다. 이 부분에서는 진중권씨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감이다. 처음 개념을 내는데에서 시작해서 이렇게 그려달라고 외주를 주는 것 그리고 사인을 붙인 것 내다 판 행위 모든 것을 조영남씨가 주도해다고 보여진다. 자신이 스토리의 작가가 아니고 베껴왔다면 원작성 authenticity은 훼손된다.

문제는 원작성 authenticity를 구성하는 두 번째 조건이다.

진정한 창조적 원작성 authenticity이 성립하려면 작가가 이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한 말과 이 작품을 감상해주는 사람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일관성이 있고 투명하게 통합되어 있어야 한다. 여기에 꾸밈이 들어 있으면 작품의 원조가치가 그만큼 훼손되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에서 생긴 것이다. 조영남씨가 주체적으로 관여한 것은 맞지만 중요한 부분은 자신의 조수를 썼다는 것을 처음부터 투명하게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몰랐기 때문에 사람들은 조영남씨가 직접 자신의 손으로 그린 것으로 단정하고 비싸게 산 것이다. 조수가 그렸다는 것을 인정했다면 사람들은 그 가격에 사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조영남씨는 자신의 독창성에 대해서 시장에 사기를 친 것이다. 사람들이 작품을 사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을 창의적으로 고양시키기 위한 것인데 사기꾼의 작품을 소장하여 자신의 정체성을 오염시키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미술계에서도 이런 논쟁이 끝내기 위해서는 작품에 여러 사람의 공이 들어가면 이 사람들이 어떤 점에서 공헌을 했은지를 공표해가면서 공동저작자로 등록해야 한다. 학계에서는 일반화된 관행이 화단에서는 독창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교조주의적 충성 때문에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예술계의 수치이다. 이런 수치가 수치로 인정되지 않으니 조영남씨 처럼 조수를 고용해서 몸값을 치루면 이 사람의 예술적 노동의 가치도 자신의 것이 되는 것처럼 주장하는 예술의 비윤리적 상업화 행위가 가속된 것이다. 예술의 지나친 상업화가 이런 비윤리적 관행을 독려한 것이다.

시대는 혼자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를 넘어서 예술적 행동도 공동으로 협업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미술계에서만 독창성을 꼭 혼자서 해야 하는 것으로고집하고 이런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쉽다. 심지어는 평론가라는 사람이 이런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고 다닌다는 것이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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