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원주민들에게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원주민과 선교사가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달려가는데 갑자기 원주민이 달리던 것을 멈췄다. 궁금한 선교사가 묻는다. 왜 갑자기 달리는 것을 멈췄나요? 무슨 일이 있나요? 원주민이 답한다. 우리가 너무 빨리 달려와서 영혼이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기다렸다 데리고 가야겠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선교사가 이 사실을 먼저 알아차려야 했는데 오히려 원주민이 먼저 인지했다는 점이다.

우리는 죽음을 목적지로 정해 놓고 달리는 경주를 하고 있다. 파국은 죽음에 임박해서 바통의 역할을 해주는 영혼을 데리고 오지 못했다는 점을 깨달았을 때 찾아온다. 영혼 의 스토리가 담긴 바통을 넘겨주고 부활의 티켓을 얻어야 했음해도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죽음이 그냥 죽음으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영혼이라는 바통을 잃어버리고 살았다는 회한 때문에 결국 눈을 감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영혼이나 마음이나 몸은 정신을 차리고 있지 않으면 시시때때로 가출한다. 영혼이 가출해서 영혼 없는 삶을 살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이 가출해서 조바심에 점령 당한 삶을 살기도 하고, 오랫동안 몸을 제대로 환대하지 않아서 비만과 근력이 소실된 어린이 근력을 가지고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기도 한다.

영혼, 마음, 몸이 가출한 이유는 이들을 따뜻하게 돌봐줄 수 있는 집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혹은 집은 있었음에도 영혼, 마음, 몸을 이들 집의 주인으로 환대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들이 오랫동안 상처 받고 있었음에도 치유를 게을리해서 버림 받은 자식이라는 생각 때문에 가출했을 수도 있다.

영혼은 의식이라는 에너지가 흐르는 현상이다. 영혼의 집은 존재목적이다. 존재 목적은 모두가 연결되어 있는 운명공동체인 리좀 생태계라는 울림판 위에 세워진 집이다. 존재목적이라는 집은 다른 사람들의 영혼에 기대어 사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공동체 집이다. 남을 희생해가며 세울 수 있는 존재목적의 집은 없다. 존재목적이 있다는 것은 다른 존재목적을 가진 사람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시민들을 위해 지어진 집이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지만 자신의 존재의 대체불가능성을 설명해주는 집이다. 영혼은 존재목적의 집에서 살 때 자신의 고유성을 드러내고 주인됨을 찾는다. 존재목적이 없다는 것은 영혼을 초대해 주인으로 세울 집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의 집은 자신의 고통조차도 자신으로 받아들여 사랑해주는 긍휼의 집이다. 긍휼한 마음으로 마음을 사랑해줄 수 있을 때 마음은 자신이 주인으로 대접 받는다는 것을 체감한다. 자신이 삶의 주인으로 대접 받는다는 것을 느낀 마음만 단단한 마음의 근력을 형성하고 어려운 상황에 도달해도 자신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힘을 만들어낸다. 소위 회복 탄력성이라는 마음의 근력은 마음에게 긍휼의 집을 지어주었을 때에만 생성된다..

몸은 세상의 자극에 대한 안테나 역할을 한다. 몸은 오감이라는 안테나로 세상에서 들어오는 모든 자극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도 하고 자신의 장기하고도 소통하는 통로다. 몸의 집은 건강이다. 건강을 잃는다는 것은 세상과의 소통을 통해 감각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을 잃거나 내부 장기와의 소통이 끊어져 기능을 적절히 규제하고 통제할 능력을 잃는다. 소통이 끊어질 때 몸은 균형을 잃고 비만에 시달리거나 빼빼 마른 몸이 되어 생물학적으로나 화학적으로 시들어 간다. 주인으로 취급받지 못한 몸은 점점 근력도 사라져 춤추거나 마음대로 걷지 못하는 굳은 몸으로 죽어 간다.

영혼에게 존재목적이라는 집이 제공되고, 마음에게 긍휼의 집이 제공되고, 몸에게 소통이 원활한 건강이라는 집이 제공될 때 이들의 주임됨은 바로 세워져 정렬된다. 이들의 주인됨이 정렬되면 삶은 생물학적이나 화학적으로 강철도 뚫을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하는 레이저 빔으로 전환된다. 목적의 집에 머무는 영혼은 필요할 때마다 마음에 따뜻한 스파크를 만들어 마음의 난로를 따뜻하게 데우고 따뜻하게 데워진 마음은 몸을 태워 근력을 생성한다.

우리에게 생기는 모든 병은 따지고 보면 영혼, 마음, 몸이 모두 가출해서 차가운 바깥을 헤매고 있는 상태에서 생긴다. 영혼, 마음, 몸이 가출해 오랫동안 연락과 소통이 끊어진 상태가 지속되어서 소통을 통해 만들어야 하는 에너지가 만들어지지 못해 만든 결과가 병이다.

소통이 끊어지면 이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통로에 결석이 발생하고 이 결석이 결국 에너지의 소통을 막아서 결국은 병으로 전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