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체험하는 시간은 오직 현재다. 과거를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이 현재로 가져와서 현재의 맥락 속에서 해석될 때이다. 미래도 마찬가지다. 미래는 누군가가 시간에 앞서가서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현재의 속에서 해석될 때 체험된다. 과거와 미래는 편집된 현재다. 시간에 대한 체험이란 과거와 미래가 현재를 통해서 편집된 것이다.

과거는 현재에 편집되어 현재를 구성하는 날줄이 되고, 미래는 편집되어 씨줄이 된다. 현재라는 시간은 지속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편집을 멈추면 과거에 고착된 삶을 살거나 미래의 꿈만을 쫓는 분절된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미래와 과거를 현재로 가져오는 사람들만 시간을 성찰할 수 있다.

우리가 비전을 상상할 수 있는 것도 과거라는 날줄이 제대로 현재로 편집되어 미래를 편집해서 가져올 현재의 기반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현재로 편집하지 못한 사람들은 미래 비전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과거를 잃어버린 치매 환자에게 미래의 비전을 그려보라고 명하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살아본 과거에 대한 기억이 없는 어린아이에게 미래의 비전을 그려보라고 주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거를 현재로 연결해 편집하지 못하고 과거의 삶에 고착된 사람도 미래의 비전을 그려내지 못한다.

최근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장이 노인 비하 논란에 휘말렸다. “미래가 짧은 분”인 노인들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과도하게 나서지 말고 여명이 많은 청년들이 정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정동영 의원이 총선을 앞두고 "60대,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집에서 쉬셔도 되고"라는 설화가 다시 소환되는 느낌이다. 민주당의 뿌리 깊은 노인들의 아픔에 대한 긍휼감 부재도 문제지만 시간에 대한 초보적 개념도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은 시간을 물리적 시간만으로 체험하는 분이라는 생각이다. 시간에 대한 체험은 앞에서 이야기 했듯이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얼마나 시대에 맞게 편집해내고 실제 이런 편집을 통해 현재에 몰입해 사는 체험된 시간의 문제다. 노인과 청년을 시간을 체험하는 인간 주체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갈라치기 해가며 경쟁시켜서 표를 얻어내야 할 정치공학적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 마음 속에 어느 한 편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이들 마음 속에서 불려와 팔다리가 잘린 불구자들이다. 당연히 손발이 잘려나간 이들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한다.

노인과 청년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협업해야 할 대상이지 갈라치기 해야할 대상은 아니다. 과거의 경험이 없었다면 아무리 영민한 청년들도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과거를 가져와 현재에 맞게 지혜롭게 해석해서 오래된 새길이라는 시대의 날줄을 만들지 못하거나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 의미있는 씨줄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문제다. 노인과 청년은 현재라는 시간의 직조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협업의 주체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라는 시에서 미래를 현재의 씨줄로 가져오고 과거를 현재로 해석해 날줄로 가져오는 시간의 편집을 통해 현재를 제대로 살 수 있는 사람들만 노인 혹은 청년이라는 물리적 나이와 상관없이 시간에 대한 온전한 체험을 하는 청춘을 사는 사람이라고 설명한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나이가 청년이든 노인이든 시간을 현재로 제대로 편집해서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사람들의 절대적 숫자를 늘려야 한다. 이들이 협업의 주체로 나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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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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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한 시기가 아니라

마음가짐을 뜻하나니

장밋빛 볼, 붉은 입술, 부드러운 무릎이 아니라

풍부한 상상력과 왕성한 감수성과 의지력

그리고 인생의 깊은 샘에서 솟아나는 신선함을 뜻하나니

청춘이란 두려움을 물리치는 용기,

안이함을 뿌리치는 모험심,

그 탁월한 정신력을 뜻하나니

때로는 스무 살 청년보다 예순 살 노인이 더 청춘일 수 있네.

누구나 세월만으로 늙어가지 않고

이상을 잃어버릴 때 늙어가나니

세월은 피부의 주름을 늘리지만

열정을 가진 마음을 시들게 하진 못하지.

근심과 두려움, 자신감을 잃는 것이

우리 기백을 죽이고 마음을 시들게 하네.

그대가 젊어 있는 한

예순이건 열여섯이건 가슴 속에는

경이로움을 향한 동경과 아이처럼 왕성한 탐구심과

인생에서 기쁨을 얻고자 하는 열망이 있는 법,

그대와 나의 가슴 속에는 이심전심의 안테나가 있어

사람들과 신으로부터 아름다움과 희망,

기쁨, 용기, 힘의 영감을 받는 한

언제까지나 청춘일 수 있네.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냉소의 눈[雪]에 덮이고

비탄의 얼음[氷]에 갇힐 때

그대는 스무 살이라도 늙은이가 되네

그러나 머리를 높이 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그대는 여든 살이어도 늘 푸른 청춘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