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Y, SAP, HP, IBM 등 글로벌 기업에서 선도적 성과를 보이고 있는 신경증 다양성 운동은 분절된 자신이 아니라 정신, 몸, 마음이 통합된 온전한 자신(Whole Self, Fully Yourself, Identity Wholesomeness)을 세우는 운동이다.

글로벌 기업은 종업원들이 회사에 일하러 올 때 마음과 정신은 온전하지 못한 상태에서 출근하는 경우가 가져오는 폐해를 깨달았다. 몸만 가지고 와서 9 to 5로 일하는 상태가 문제를 덮는 것을 넘어서서 기업의 생산성에 치명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연구를 통해 8시간을 몸만 가지고 와서 일하기보다는 1시간을 일하더라도 온전한 자신을 가지고 와서 일할 수 있을 때 성과에 더 긍정적이라는 것을 이해했다. 회사의 입장에서 코로나의 여파로 재택 근무자가 많아진 상황에서 물리적 시간으로 일을 통제하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이런 연구들을 더 전향적으로 받아들이는 회사는 온전성으로 일하는 주당 근무 일을 3-4일로 줄이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실험하고 있다.

신경증 다양성 운동을 받아들이는 회사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몸, 마음, 정신 중 뇌와 관련된 정신적 징후들이다. 현대인들은 회사에서 부과하는 다양한 과제를 수행하지 못해서 생긴 스트레스와 고통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서 나름의 정신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회사의 HR에서는 50-60년 전 정신질환을 진단할 때 설정한 평균으로 이들을 진단하고 분류하고 있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런 기준에 의해서 종업원을 전수 조사하면 상당히 많은 종업원이 정신질환증 환자로 분류된다. 실제로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종업원들은 개인적으로 정신과를 통해 진단을 받지만 이런 사실을 회사에 숨긴다. 심각한 증세로 전환된 사람들이 숨기고 일할 때 동료들은 신경증에 전염된다. 회사가 이런 문제를 인지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종업원들로 채워졌던 회사도 시간이 지나면 오염된 좀비회사로 전락한다.

기업의 신경증 다양성 연구는 신경증 성향은 회사에서 높은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심할 개연성이 크다. 지금까지 이들에게 부과했던 문제가 일반 직원들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이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장 상처 받았을 개연성이 큰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또한 이들이 이런 직책에 오르기까지 치뤘던 수퍼치킨게임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들이 직책은 임원이어도 이들이 감내한 상처의 크기는 누구보다 크다고 본다. 상사가 자신의 상처를 인정하지 않고 투사시키는 행위가 결국 상사에 의한 갑질로 번졌다. 이 갑질은 다시 사회로 번져 사회에 갑질을 만연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신경증 다양성 연구들은 이들이 직책을 이용해서 상처가 없는 듯이 연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고 보고한다.

신경증 다양성 연구는 선천적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운동과는 거리가 있다. 직장 생활을 하는 동안 얻은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숨기고 사는 일반적 직장인을 찾아내 진단하고 이들이 자신의 아픔을 치유하고 다시 설 수 있도록 지지의 울타리를 제공하는 운동이다. 예를 들어 선천적 자폐도 있을 수 있지만 신경다양성 운동은 이들이 아니라 회사를 다니는 동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생긴 정신적 상처를 숨기고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연기하며 사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천적 자폐증을 지적한다. 이 후천성 자폐증은 사이코 패스나 소시오패스로 전환된 심각한 몇몇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서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으로 편재한 문제로 본다. MBTI가 극단적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들을 동료로 받아들이게 하는데 공헌했다면 신경다양성 운동도 비슷한 제안을 하고 있는 셈이다. 다양한 신경정신증의 종류와 차이를 분별해내고 이들을 다양성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치유하자는 운동이다.

이런 신경증 다양성 운동이 한국에서는 더 시급한 운동으로 보인다. 한국은 IMF로 신자유주의가 유입된 이후 3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경제적 가치라는 한 가지 가치를 위해 초단기적 수퍼치킨 게임을 치뤘다. 심지어 어떤 회사는 종업원에게 정신은 출근할 때 문에 걸어놓고 몸만 가지고 와서 시키는대로 일하고 정신은 퇴근할 때 잊지 말고 찾아가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로 경제적 선진국에 도달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결과로 국민 전체가 마음과 정신의 상처를 입었고 이 입은 상처가 드러나는 순간 수퍼치킨게임 레이스에서 탈락하기 때문에 상처를 감추고 연기하며 살아왔다. 30여년을 이런 환경에서 버텨온 직장인들은 따지고 보면 다 신경증 다양성 환자들이다. 지금 높은 성취를 이룬 사람일수록 더 심각한 정신질환을 숨기고 있을 개연성이 높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가정에서 아이들을 숙주로 전염시켰고 이 아이들이 학교에서 선생님을 전염시키는 과정에서 강남초등학교의 선생님과 같은 비극이 초래했다. 강남초등학교 선생님의 문제는 사고가 아니라 신자유주의를 견뎌낸 대한민국의 환부와 관련된 사건이다.

우리나라에서 오은영 박사가 붐을 일으키고 코칭산업이 커진 것도 우리가 숨기고 있는 환부에 대해 비난하는 것을 넘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질문을 하는 환대의 방식을 채용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우리 모두는 환자임을 인정하게 하고 환대하고 치유하는 역할을 시대에 맞게 수행했다.

본인의 진단으로는 대한민국은 이런 환부를 단순한 코칭이나 개인기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환자가 되어 자신의 고통을 남들에게 투사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용기있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런 용기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울타리를 마련해주고 서로를 지지해가며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치유하는 것이 급선무다.

거리에서 대한민국 사람의 표정을 보면 마치 앵그리 버드 처럼 모두가 화난 표정이다. 우리가 화난 표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도 자신이 간직하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한 아픔 때문일 것이다. 아픈 사람이 자연스럽게 웃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우리가 짓고 있는 표정은 화난 표정이 아니라 아픈 표정이었다. 경쟁과 성과를 넘어서 아파서 쓰러져 누워있는 우리의 아픔에 대해 받아들이고 환대와 치유를 통해 일어설 수 있는 근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