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 #공동체

판교에 있는 게임회사인 스마일게이트의 D&I 실의 초대로 이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일반인처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을 만드는 접근성(Accessibility) 프로젝트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실제로 이 회사의 D&I 실에서는 시각 장애인이나 청각 장애인들을 초대해서 회사가 개발한 게임을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팀 멤버로 전 장애인 수영 국가대표인 김세진씨를 만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을 포함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포용하여 이들을 삶의 주체로 세우는 울타리를 마련하는 D&I(Diversity & Inclusion) 프로젝트가 실제로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산업은 신기하게도 일반 기업이 아니라 게임 산업이었다.

글로벌 기업에서 D&I에 신경을 쓰는 이유는 다양해지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도 있지만 더 중요한 이슈는 공동체의 복원이다. 다양한 배경의 구성원들을 회사라는 한 가족의 경계 안에 포함시켜 심리적 안정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공동체를 통해 구성원들을 자발적으로 회사에 몰입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지속가능성은 구호로 끝나기 때문이다. 구성원이 한 가족임을 체험하는 공동체 체험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숨은 에너지의 원천이다. D&I의 핵심은 채용된 다양한 구성원들이 프로세스 손실 없이 협업할 수 있게 회사의 심리적 울타리를 구성해 주는 일이다. 이 울타리 안에서 구성원이 서로를 중요한 주체로 대우하고 회사가 정한 사명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업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울타리는 회사가 정한 사명과 가치를 구성원이 내면화한 상태로 일을 하고 있는지의 문제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을 빙산에 비유하면 공식적 명시적 비즈니스가 빙산의 윗부분이라면 구성원이 체험하는 공동체는 빙산의 보이지 않는 아랫부분이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기업이라는 배가 떠 있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라는 중력의 힘을 떠 받칠 수 있는 공동체라는 부력이 존재해야 한다는 원리다. 한국의 기업들은 비즈니스에 비해 보이지 않는 빙산의 밑둥이라는 이유로 공동체가 하는 역할을 놓치고 있다. 공동체의 부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비즈니스 중력만 늘어나면 빙산은 어느 순간 침몰한다. 비즈니스만 존재하고 공동체가 없는 기업의 구성원들은 무슨 일을 하던지 먼저 계산기를 두드린다. 계산기만 두드리고 매번 현금을 요구하는 구성원이나 경영진을 통해 회사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든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같다.

비즈니스만 커져 있고 공동체가 사라진 한국 기업들은 이런 점에서 침몰하는 배다. 회사에 사라진 공동체를 부활시키는 프로젝트는 목적과 사명과 가치에 대한 자기진실성을 검증하는 일로 경영진의 헌신과 노력이 요구되지만 큰 돈이 드는 일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