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더위 때문에 짜증 나는 일도 많고 화낼 일도 많다. 이런 상황은 부부 관계나 연인 관계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날씨는 사랑의 기상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서로 온기를 나눠주는 것을 촉진하는 추운 날씨에 비해 더운 날씨는 날씨 자체로 관계적 자본을 깎아 먹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실제
관계의 기상도를 연구해온 대표적 학자는 Barbara Fredrickson과 John Guttman이다. Fredrickson은 2009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정상적인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평소 진행하는 담화에서 최소한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가 표출되는 비율이 최소한 3:1은 되어야 함을 밝혀냈다. 기본적으로 생물로 살아가려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다가오는 위험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두려움 공포 같은 부정적 정서가 보내는 정보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프레드릭슨은 이런 부정적 정서가 1이라면 긍정적 정서가 3 정도는 유지되어야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2:1정도 되면 간신히 물 밖으로 목을 내밀고 숨 쉬고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조만간 관계가 침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부정적인 말을 한 번 했다면 적어도 3번 이상의 긍정적인 말을 할 수 있어야 정상적 관계가 유지된다고 본 것이다.
프레드릭슨이 밝혀내지는 않았지만 긍정적 정서와 부정적 정서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은 것도 문제다. 현실적 낙관주의를 넘어 맹목적 낙관주의자가 되어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매일 매일 햇빛에 노출된다면 관계도 사막화 된다. 극단적으로 긍정성이 높은 사람이 자살하는 확률이 높은 이유는 이런 사막화로 삶의 의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내일도 행복할 거라는 주문을 외우고 살지만 현실은 이들이 생각과는 너무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이런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을 감행한다.
John Guttmann도 결혼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런 이들이 평소 말을 섞는 과정에서 긍정과 부정의 비율을 분석했다. 이 비율에 대한 수학적 모형을 통해 관계가 번성할 것인지 아니면 파국을 맺을 것인 지를 연구해왔다. 최근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대부분은 프레드릭슨 연구를 다시 확증하는 것이지만 새로운 발견도 있다.
서로 싸우는 논쟁과 갈등 상황에서 말을 어떻게 서로 주고 받는 지에 관한 발견이다. 건강한 커플은 적어도 5:1의 비율을 유지하지만 이혼하기 직전의 커플은 이 비율이 0.8:1이었다.
서로 주고 받는 긍정 혹은 부정의 말이 쌓이고 쌓여서 건강한 커플은 좋은 쪽으로 이혼 직전의 커플은 나쁜 쪽으로 증폭된다. 따라서 이혼하기 직전의 커플은 더 악화되기 전에 초기에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해야 관계를 개선시킬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관계 개선은 어려운 문제가 된다.
또 하나의 발견은 건강한 커플이나 이혼 직전의 커플 모두 남성보다 여성이 더 긍정적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점이다. 특히 건강한 관계에서 긍정적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은 여성이었다.
결론은 어떤 커플이든 싸움을 피해갈 수 있는 커플은 없다. 다만 건강한 커플일 경우는 긍정 대 부정의 비율을 프레드릭슨이 발견한 3: 1을 넘어서 5: 1로 높여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다. 이혼하기 직전의 커플은 갈등이나 논쟁과 같은 상황에 처하면 기본적으로 유지해야 할 3:1도 달성하지 못하고 평균 1: 1 수준에 머문다.
지금같이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은 부부 관계나 사랑하는 관계에서 갈등 상황과 같은 적색 경보가 발령된 것이다. 평소 날씨가 정상적일 때 3:1 정도의 긍정 부정 언어를 섞어서 썼다면 지금과 같은 폭염 상황에서는 이 비율을 적어도 5: 1 이상으로 높여야 관계를 지킬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한다. 날씨도 더운데 날씨 좋을 때 만들어진 사랑을 믿고 짜증을 부린다면 관계에 치명적일 수 있다. 특히 긍정적 정서를 분출해 건강한 관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아내를 날씨를 핑계로 화나게 한다면 둘의 사랑하는 관계는 치명적으로 손상 받을 개연성이 높다.
최근 사랑의 기상청에서 폭염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짜증과 치솟는 화로 온열 환자가 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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