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교육부 사무관이 자신의 자녀를 담당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보낸 갑질 메시지가 화재다. 심지어 이 사무관은 자신의 메시지 대로 따르지 않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해 직위해제 처분을 받게 했다.

기자들에게 "민중은 개 돼지" "신분제 공고화해야"라는 막말을 거침없이 퍼붓던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악몽을 다시 소환했다. 나라의 교육을 관장하고 있는 교육부의 고쳐지지 않는 선민의식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칼 융은 이런 희화적이고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이보다는 부모의 삶 중 "아직 살아내지 못한 삶"에 대한 회한과 좌절 속에 숨겨져 있다고 보았다. 부모가 실현하지 못한 꿈, 열망, 혹은 발굴하지 못한 잠재력을 추구하는 자신만의 진정성 있는 삶을 실현하려는 열정을 포기했을 때 비극의 씨앗이 시작된다. 이런 부모의 실현되지 못한 삶의 고통을 숨기고 고통을 자식에게 투사하기 시작할 때 가족 구성원의 심리적 건강은 심각하게 손상 받는다. 부모는 숙주가 된 아이를 사랑해서라고 지속적으로 세뇌 시키지만 부모가 말하는 사랑은 자기애를 실현시키기 위한 가스라이팅 도구일 뿐이다.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문제의 근원이 아이가 아니라 IMF 이후 30년 간 경쟁과 단기성과를 통해 살아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신자유주의에 경도된 삶을 유지해왔던 부모에게서 발원되고 있다는 증거다. 이번 강남 초등학교 사건도 결국 자신의 열망에 한계를 느꼈거나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못해 상처 받은 부모가 자신의 상처를 아이에게 전염시켰고 아이는 다시 선생님께도 전염시키려는 시도 때문에 발생했다는 생각이다. 학폭도 결국은 부모가 숨겨온 상처가 아이라는 숙주를 통해 다른 집 아이에게 전염되는 현상이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가족이 공동체로서의 기능이 붕괴되었음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속담대로 한 아이를 온전하게 키우기 위해서 전 마을이 나서지는 못해도 이기적 유전자 복권에 의해 장악된 가족이 치유와 환대의 공동체로 일어서는 일이 급선무다.

부모가 먼저 바뀌지 않는다면 학폭, 선생님에 대한 갑질, 교육의 혁신은 불가능한 일이다. 많은 학생을 돌보고 있는 선생님에게 오은영 박사 식의 금쪽이 처방을 욕구하는 것은 지나친 요구다. 선생님의 역할은 아이들에게 지적 훈련을 시키는 것이지 육아가 주요 역할은 아니다. 이번 사건도 선생님에게 부모 본인이 문제의 원인으로 보이는 아이의 육아 문제를 선생님에게 떠 넘기는 과정에서 초래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교육부는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자신의 유전자 복권을 넘겨주는 창구로 전락했다. 교육부가 그냥 해체되면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의 70-80%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를 해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최소한 교육부가 나향욱 전 정책기획관이 꿈꾸던 민중을 개 돼지로 교화하는 공작소가 되거나 자신과 자녀를 왕의 DNA를 가진 혈통으로 세우는 실험실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