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영역은 검증 가능하고 반복 가능하고 복사 가능한 세상을 다룬다면 신앙의 영역은 믿음에 의해서 무에서 유가 만들어지는 창조의 영역을 다룬다. 과학이 서로 알려지지 않았던 두 영역을 연결하는 원리를 찾아서 새로운 것을 발명할 수 있다. 여기서 발명이란 없음에서 있음을 만드는 창조는 아니다. 복제는 지능을 가진 모든 동물이 할 수 있는 영역이지만 믿음을 세워 협업하고 조정하고 온전히 새로운 것을 창조해갈 수 있는 능력은 인간만이 고유하게 발전시켜온 능력이다.
발견과 복제의 영역인 과학과 믿음을 통해 창조를 담당하는 신앙은 서로 다른 영역이다. 아무리 과학의 옷을 입은 신앙(예: 창조과학)과 신앙의 옷을 입은 과학(예: 유신론적 진화론)을 만들어도 사이비 과학이거나 사이비 종교일 뿐이다. 과학의 목적은 새롭게 찾아낸 유용한 것을 복제해서 퍼트리는 것이고 신앙(믿음)의 영역은 이런 복제된 세상을 질료로 삼아 더 온전하게 더 새로운 세상으로 만드는 창조다. 과학과 신앙은 서로를 정복해서 제압하려는 이원론을 넘어서 서로 협업의 파트너로 일류를 위해 한 몸임을 증명해야 한다. 과학이 새로운 변화를 위한 날줄이라면 믿음은 씨줄이다. 과학의 날줄과 믿음이라는 씨줄을 서로 교차해서 직조해낼 수 있을 때 우리는 공시적 공진화(Synchronic Coevolution)라는 가장 높은 수준에서 최적화된 변화를 향유한다. 믿음의 창조력 없이 복제의 원리만을 따르는 과학과 지능만 있었다면 동물과 인간을 구별해주는 지금과 같은 인간 세상도 존재할 수 없었다.
성경 창세기에서 인간에 대한 창조를 언급하는 대목을 보면 흙으로 인간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마지막에 하나님의 호흡을 불어넣은 것으로 설명된다. 하나님이 불어 넣은 호흡은 생명이 시작되는 생명의 기원이기도 하지만 하나님의 호흡에는 생명을 넘어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 담겨 있다. 호흡만 살아 있는 상태는 진화생물학이 주창하듯 인간과 자연을 구별해주지 않겠지만 하나님의 모습을 따서 만든 인간은 믿음을 세워서 유에서 무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받았다.
믿음을 세워 이 믿음을 씨줄로 세상을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님처럼 창조한 인간의 본질이다. 실제 창세기 1장 27절과 28절 그 짧은 내용 안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드셨다는 내용이 3번 반복해서 나온다. 거기에다 동일한 뜻인 “우리의 모양대로”란 말까지 포함하면 네 번이나 반복된다. 네번 씩이나 반복해가며 하나님 닮은 인간에게 생명과 더불어 부여한 권능은 진화론의 복제를 넘어 믿음의 씨줄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다.
창조는 믿음으로 어둠에서 빛을 만들어내고, 혼돈에서 질서를 만들어내고, 부존재에서 존재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생물학적 진화론에서 이야기 하는 카피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이 세상을 더 높고 평평한 곳으로 옮겨서 세울 수 있는 창조의 능력이다. 진화론의 복제론을 넘어 주어진 세상의 지평을 날줄로 받아들이고 믿음의 씨줄로 직조해 세상의 지평을 더 높은 곳으로 옮겨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이 하나님 닮은 인간의 고유한 모습이다.
기독교의 문제는 이런 신앙을 새롭게 변화해가는 세상에 맞춰서 공진화시킬 수 있는 씨줄의 역할을 상실한 것이다. 복제의 원리를 따르는 진화론의 영향으로 교리주의 신앙과 믿음을 지키고 복제하고 전파하는데만 신경을 쓰다가 새롭게 융기한 세상이 떠올랐음을 놓쳤다. 믿음을 공진화 시켜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씨줄로 세우는 창조의 임무를 방기했기 때문이다. 고린도 전서 15장 31절에서 바울은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고 설파한다. 믿음이 생명을 가지고 살아 있기 위해서는 매일의 죽음을 통해 새롭게 고쳐지고 변화하는 세상에 맞게 떨림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함을 설파한다. 성경 문자주의와 율법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믿음의 죽음을 장사 지내는 행동이다. 역설적으로 있는 그대로를 복제하는 원리인 진화론에 종교가 오염된 것이다. 진화론을 반대해가며 정작 본인은 진화론의 숙주이자 하수인으로 나선 셈이다.
창세기 1장 31절은 하나님께서 창조를 끝내시고 "보기에 심히 좋았더라"는 말씀으로 마무리 된다. 좋았더라는 말인 Tob는 창조된 상태가 온전하고, 선하고, 아름답다는 진선미가 구현된 세상을 의미한다.
세상에 적응해가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진화론의 원리에 따라 세상에서 지금 통용되고 있는 지평을 복제하고 학습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만든 하나님의 미션을 간파한다면 이런 복제된 세상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고 이 울타리 안에서 믿음의 씨줄을 세워서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좋은 세상을 만드는 창조의 임무를 완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님의 창조의 권능을 믿는 기독교인들이 말로는 진화론을 반대해가며 실제 자신의 삶에서는 유전자 복권만 향유해가며 창조하지 않고 복제만 하고 복제물을 자식에게 배타적으로 물려주는 것을 목적으로 정하고 산다면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에 개입이 끝나는 죽음의 시점에 하나님이 나서서 우리에게 네가 지금까지 한 일이 보기에 좋았더라는 칭찬을 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을 다녀감에 의해서 세상이 더 살기 좋아지고. 건강해지고. 행복해지는 것에 대한 나 자신의 존재목적에 대한 믿음의 씨줄을 내 삶의 날줄에 끼워 넣어 실현할 수 없다면 기독교인으로 "보기에 좋았다"라는 칭찬을 들을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생물학적 진화론의 유전자 복제를 넘어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긴 창조의 임무를 완수한 사람들만 결국 세상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자유를 향유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초뷰카시대 착하게 남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사는 삶이 기독교인이 누릴 수 있는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줄 수는 없다. 기독교인들의 자유는 목적에 대한 믿음으로 좀 더 온전해진 자신을 일으켜 세워 세상을 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선한 영향력의 주체가 되어 창조의 유산(Inheritance)을 내러티브로 남긴 사람들이 향유할 것으로 보인다. 누구에게 영생, 구원, 부활이 허락될 것인지는 자명해보인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남겨주신 것은 창조의 초기값이다. 하나님의 모습으로 태어난 인간은 하나님의 대리인이다. 대리인으로서 인간은 하나님이 남기신 창조물의 초기값을 진화시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라는 책무를 부여받았다. 과학과 믿음을 날줄과 씨줄로 직조해 우리가 손수 창조해낸 세상이 하나님이 보시기에도 "흡족하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다면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언제든지 마무리하고 자신의 의지에 따라 눈을 감을 수 있는 자유를 획득한 것이다. 기독교인의 책무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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