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과학

한덕수 부총리가 어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국민의 불안에 대응해 대통령을 대신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담화의 요지는 세계의 과학자들이 안전하다고 인정하는데 야당과 일부 세력이 괴담을 퍼트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총리에게 정말 과학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이야기 하시는 지를 묻고 싶다. 한 총리가 언급하는 과학자는 원자력에 자신의 이득이 걸린 핵공학자이거나 국제원자력기구 IAEA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한 총리의 발언에는 이들 정치색이 농후한 핵 공학자만을 과학자로 본다는 뉴앙스를 담고 있다. 한총리의 발언은 나와 같은 사회 과학자들에게도 불편하게 들렸는데 이런 정치적 관심에 대해 중립을 지켜가며 제대로 된 진리를 밝히기 위해 불철주야 연구에 몰두하고 있는 자연 과학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의 옷을 입었지만 과학적 진실과는 상관없는 주장을 하는 과학자를 유사과학자(Psuedo Scientist)라고 부른다. 주술사가 뇌과학적 주장을 교묘하게 끌어 들여가며 자신의 예측이 마치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처럼 주장한다면 이 주술사는 대표적 유사과학자이다.

한덕수 총리와 오염수 반대의 근거를 괴담이라고 몰아붙이는 정부에게 이들은 과학을 어떻게 정의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과학의 옷을 입고 자신의 숨겨진 욕망을 펼치는 주술사와 같은 유사과학자가 아닌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경험적 자료에 근거한 과학이 성립하려면 최소한 제공된 데이터의 신뢰성(Reliability), 주장의 타당성(Validity), 반복검증가능성(Replicability)이 만족되어야 한다.

신뢰성은 오염수 탱크 1천개에서 뽑아낸 데이터가 얼마나 믿을 만한지의 문제다. 일본은 1천개 중 4분의 1의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의 신뢰성이 있으려면 1천개 탱크 전부에서 겉으로 뜨는 비교적 맑은 물이 아니라 밑 바닥에 가라 앉은 핵종 찌꺼기까지 무작위적으로 섞은 다음 시료를 채취하거나 아니면 이런 방식으로 섞은 1000개 탱크에서 무작위 방식으로 4분의 1을 뽑아내서 데이터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당성이란 알프스를 통해 핵을 다 걸러낼 수 있어서 처리수는 안전하다는 주장이 얼마나 근거가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지금도 알프스로 처리된 오염수는 72%가 기준치를 초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다시 알프스로 걸러서 희석시키면 된다고 주장하지만 희석해서 기준치 아래로 내려갔다고 핵종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희석될 수 있는 것으로 주장하는 삼중 수소수는 오염수의 본질이 아니다. 사고가 없는 원전에서 방출되어 희석되는 삼중 수소 농노로만 따지자면 대한민국 원전, 중국원전, 불란서 원전 세계 어떤 원전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아마도 통계가 존재하는 중국 원전이나 불란서 원전의 초기 삼중수소 농도는 일본이 지금 방류하는 농도를 상당한 수준에서 상회할 것이다.

문제는 정상적으로 처리되는 오염수가 아닌 사고에 의해서 발생한 폐기수에는 물과 화학성분이 비슷해 걸러지지 않는 다양한 무거운 핵종(세슘, 스트롬톤, 플로토늄, 요도129)들이 방류된다는 사실이다. 결국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서 배출하겠지만 그렇다고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핵종이 30년간 바다에 축적되 생태계 먹이 사슬에 미칠 재앙을 고려하면 안전하다는 주장은 전혀 타당성이 없다. 일례로 알프스는 반감기가 5천 4백년으로 알려진 탄소 14는 근본적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번 거를 때마다 28%정도만 안전기준을 통과하는 알프스가 모든 핵종을 처리해서 안전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마지막으로 반복검증가능성(Replication)의 문제는 핵에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제 삼의 과학자들이 더 중립적이고 독립적이고 열린 방식으로 검증했을 때 같을 결과를 추론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일본은 핵공학자나 핵공학을 지지하는 IAEA를 제외한 독립적인 과학자에 의한 열린 검증을 반대하고 있다. 심지어는 한국에서 검증을 위한 직원을 상주시켜 달라는 요청도 거부하고 있다. IAEA는 독립적이고 열린 재검증 기관이라기보다는 일본이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기 위해 검증한 결과를 그냥 추인한 핵공학 지지 기관이다. 가제는 게편인 핵공학자들이 의심스런 자료를 내놓고 서로에게 과학의 옷을 입혀주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과학을 미시적이고 추상적 수준에서 접근하는 사람들과 과학을 미시와 거시를 연결하는 현실적이고 다수준 생태계 차원에서 접근하는 학자들 사이의 논란이다. 과학을 미시적 수준에서 접근하는 과학자들은 초기값이 마지막 결과값이라고 주장한다. 미시적 과학자들은 지금 일본이 내놓은 결과를 보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고 또한 이것이 큰 바다에 방류되어 희석되면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수준 생태학적으로 접근하는 과학자는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일본이 내놓은 데이터는 과학적 투입의 초기값에 불과할 뿐이고 이 초기값이 시간적 반복을 거쳐 모두가 먹이 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바다 생태계에 축적이 될 경우는 상상할 수 없는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생태학적으로 초기값이 희석되기 전의 핵종들은 일본연안에 서식하는 물고기와 프랭크톤에 영향을 미쳐서 이들을 숙주로 핵종을 전파할 수 있다. 또한 배의 평형수로 버려지는 바닷물과 깊은 심층해류를 타고 전개되는 생태계는 태평양을 돌고 희석되어 들어오는 핵종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다수준 생태 과학자들은 미시적 과학자가 추상적 초기값 데이터만을 보고 태평양을 돌고 4-5년 후에 희석되어 돌아오는 핵종에 초점을 맞춘 결과를 중심으로한 현실성이 없는 예측을 경고한다.

반감기가 긴 탄소14(반감기 5400년), 아이오딘129(반감기 1570만년) 같은 핵종들은 장기간 추적 측정해야만 그 존재를 알 수 있고, 유전적 변이를 통해 환경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정부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자료는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초기값에 불과할 뿐이다. 희석시킨다고 핵종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데 마치 사라지는 것처럼 주장한다. 이 초기값이 방류가 지속되는 30년 동안 누적되어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미칠 영향은 과학이 증명해야 할 진실의 본질이다.

바다는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 물고기를 비롯한 유기체들이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 살아 있는 생태계다. 설사 방류시에는 기준치를 통과했다 해도 사라지지 않는 방사성 핵종이 일본 근해에 서식하는 생태계를 중심으로 누적적으로 영항을 미친다. 이런 오염은 먹이사슬 위에 존재하는 물고기와 바닥에 존재하는 식물성 플랑크톤과 같은 작은 유기체를 통해 먹이 사슬 정점에 있는 인간 유기체로 해류와 상관없이 전이 된다. 방사성 핵종은 생태계의 네트워크를 따라 축적되어 굴이나 바닷가재와 같은 해산물도 오염시킨다. 이들을 인간이 섭취할 경우 DNA 및 RNA 세포를 손상할 수 있을 만큼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

모든 것이 연결된 지구 생태계에 초기값으로 작동한 작은 유입이 큰 변이를 일으키는 현상을 혼돈이론에서는 나비효과라고 설명한다. 북경의 한적한 마을에 나비가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대부분의 날개짓은 그냥 공기에 미세한 파장을 만들고 사려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비의 날갯짓이 태평양에 태풍을 만들고 맨하탄의 건물을 쓰러트리는 폭풍이 되었다.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나비효과가 발생하는 원리는 지구 생태계가 모두 직접 간접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촘촘하게 살아 있는 생태계로 연결되어 있고 이런 연결을 타고 나비의 날갯짓이 폭풍을 일으키는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이런 나비효과가 일상이 된 지금과 시대를 초뷰카시대(Hyper VUCA Era)라고 부른다.

일본 과학자나 한국정부가 주장하는 과학적 데이터는 나비의 날갯짓만 분석한 초기값에 불과할 뿐이다. 이들은 날갯짓이 미미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마치 과학적인 주장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앞으로 30년간 지속적으로 투기될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초깃값이 바다라는 프랭크톤의 먹이사슬로 촘촘히 연결된 생태계에 폭풍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이런 주장의 당사자가 유사과학자들이다. 이들 유사과학자들은 생태계의 동학에 대해서 블랙박스 취급하고 마치 초기값이 우리에게 미치는 최종적 결과인 것처럼 자료에 과학의 옷을 입혀서 호도한다.

이런 유사과학자들은 과학을 인용해가며 심령술을 펼치는 심령술사보다 더 질이 나쁜 사람들이다. 과학자도 아니면서 교묘하게 과학의 옷과 모자를 쓰고 해가 될 수 있는 주장을 일삼고 있기 때문이다. 천진난만한 주술사에 비해 이들 주장에는 정치적 숨은 의도가 숨겨져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의 입장에서는 오염수가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주장이 괴담이다. 초기값을 결과값이라고 주장하는 미시적 과학자들의 주장을 마치 신실한 과학자의 주장인 것처럼 인용하는 사람들이 사람 잡는 선무당이다. 선무당들이 나서서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엄한 사람 잡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IAEA와 핵과학자들의 초보 과학적 주장을 받아 적어가며 선무당짓을 일삼는 유사과학자 정치인 때문에 아무 발언권도 없는 미래의 어린이들이 파국을 겪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