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신화에 나오는 신인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지나가는 사람을 잡아다 자신이 만든 침대에 눕히고 이 침대보다 길면 손 발을 자르고 침대보다 작으면 다리를 늘려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다.

21세기에 부활한 프로크루테스도 자신의 이념과 가치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신봉하고 이것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잡아다 감옥에 가두고 주기적으로 불러다 동질성의 침대에 눕혀 놓고 손과 발과 몸통을 자르는 의식을 치룬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 세상은 손발이 잘리지 않은 극소수와 손발이 잘려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다수로 채워진다. 손발이 잘린 사람들이 대다수인 사회가 몰락하지 않는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는 것과 같다.

이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다 그림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자기와 같은 편인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그림을 보여주면 어떤 사람은 자기 쪽으로 와서 9로 읽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동을 거부하고 반대편에 서서 6으로 읽는다.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를 운용하는 사람들은 이런 작의적 동질성 시험을 통해 자신들 이념만이 가장 중요한 이념이라고 믿게 만들고 이 이념에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잡아다 동질성 감옥에 가두어 판단하고, 심판하고, 정죄한다.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이념과 가치의 다양성이 전제되지 못하고 동질성이 강조되기 시작하면 세상은 필연적으로 피라밋 세상으로 전락한다. 피라밋 세상은 획일적 가치로 평가된 가장 꼭데기를 점하고 있는 1%의 사람만 행복하고 나머지는 99% 사람들은 불행하게 만드는 잘못된 거버넌스다. 신자유주의 이념이 추동한 잘못 이해된 자본주의가 대표적 사례다. 신자유주의는 모든 다양한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획일화 시켰다. 모든 가치를 단일한 경제적 가치로 환원해서 서열을 만든 결과가 양극화이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가치에 대한 강조는 동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공자는 소인과 군자를 나눌 때 이런 동질성의 침대를 운용하는 사람인지 아닌 지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두었다. 동질성의 편견과 환각 상태에서 벗어난 사람을 군자라고 명명한다. 군자 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이 의미하는 바이다. 군자 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이란 군자는 남들이 자신과 다르다고 난동을 부리지 않고 자신의 기준을 벗어난 사람들과 화합하는 반면 소인은 자신이 정한 기준을 벗어난 사람들을 비난하며 이들과 싸우고 화합하여 지내지 못한다(同而不和)는 의미이다. 공자에 따르면 프로크루테스가 운용하는 동질성의 공화국은 한 마디로 소인배들의 나라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은 가치의 다양성에 대한 존중에서 시작된다. 이 다양한 가치에 대한 존중을 통해 모두가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 자신의 기둥을 세우고 이들이 협업해 기둥들을 연결하고 직조해서 더 높은 곳에 평평하게 세워진 운동장인 플랫폼의 상판을 만들어낸다. 다양한 가치가 기반이 될 때만 구성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재능을 자발적으로 모아서 협업을 진행한다. 협업을 통해 미래의 운명을 공유하는 더 평평한 공의의 운동장을 진화시킨다. 편견과 차별이 사라진 공의의 운동장에서 유전자 복권을 타고 나지 못한 불운한 사람들도 주인으로 일어서서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기 위해 기여하는 삶을 산다.

지금 대한민국 여기저기에 불고 있는 뉴라이트 메커시즘의 광풍은 다양성을 통해 만들어간 공의의 협업 운동장을 파괴시키는 공작이다. 뉴라이트 메커시즘이라는 30년 전의 철 지난 유령을 부활시켜 모든 사회적 가치를 <반공산 및 친일>로 획일화 시키고 이 가치에 따르는 사람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분류하여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를 운용한다.

우리 선조들이 오랫동안 땀 흘려 만들어온 소중하고 의미 있는 다양성과 공의를 향한 질서를 한 순간에 30년 전의 세상으로 함몰시키는 블랙홀이 만들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