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의_역설 #믿음의_역설

지금과 같이 변화가 상수가 된 시대에는 잘못된 믿음과 이념에 대한 맹목적 순종은 한 사회의 질서를 송두리째 무너트리는 블랙홀이다.

믿음(이념)의 감옥에 갇히면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비극적 사건들이 시작되고 이 비극들이 모여 한 곳으로 지향점을 가지고 진행되면 블랙홀이 되어 사회를 무너트린다. 이런 시대착오적 믿음은 사이비 종교에서 가장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사이비 정치와 사이비 과학, 사이비 기업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성공이 믿음을 통해 비극을 산출하는 철칙에서 개인도 예외가 되지 못한다. 특히 자극적인 성공을 체험한 개인들은 벗어날 수 없다.

우리가 선의를 가지고 순종해왔던 믿음이 어떻게 비극에 이르는 시한폭탄으로 작용하는 것일까?

믿음이나 이념은 그 시대의 지평보다 높은 곳에 떠 있을 때에만 북극성으로 역할을 수행한다. 문제는 이런 살아 있는 믿음이 가져오는 성공이 문제다. 살아 있는 믿음은 반드시 성공의 체험을 가져다준다. 비극은 세상이 바뀔 때 시작된다. 믿음은 인간이 나서서 개입하지 못하면 스스로는 바뀌는 세상에 맞춰 공진화해가며 살아남지 못한다. 공진화되지 못한 믿음은 관성의 감옥으로 전락한다.

어떤 믿음이 충분한 성공을 이끌었어도 성공이 축적되어 세상을 바꾸어 놓는 임계점을 지나면 더 이상 주창하던 이념과 믿음이 북극성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믿음을 통해 성공했던 아련한 기억은 살아 있어서 어려운 순간에 직면할 때마다 믿음에 더 순종하고 몰입하게 만든다. 스스로 믿음의 감옥에 갇히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상황이 더 악화될 때 비극이 시작된다. 믿음을 북극성으로 새롭게 공진화 시키기 보다는 과거의 믿음에 순종을 넘어 맹종하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과거 믿음에 맹종할 때 각자가 믿음의 감옥으로 만들었던 싱크홀에는 지진이 발생하고 싱크홀들이 무너져 내리며 블랙홀로 전환된다.

인간 뿐 아니라 동물도 믿음의 감옥에 갇힌다. 환경이 바뀌면 이 동물은 비극적 사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꿀벌 실험이 한 예이다. 꿀벌을 잡아다 거꾸로 선 유리컵에다 가두고 막힌 쪽을 향해서 빛을 가해보라. 이 상태에서 꿀벌은 빛이 오는 쪽으로만 지향하게 되어 있어서 결국은 다른 한 쪽으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굶어 죽는다. 반면 파리를 한 마리 잡아서 똑 같은 실험을 해보면 파리는 이와 같은 빛 지향성이 없기 때문에 좌충우돌 왔다 갔다 하다 결국은 유리컵 밖으로 빠져 나와 목숨을 구하게 된다. 꿀벌은 과거 생존을 보장했던 햇빛 지향적 행동에 대한 믿음에 갇혀 생명을 잃게 되나 이런 지향성에 대한 믿음이 없는 파리는 살아남게 된 것이다. 결국 꿀벌은 빛이 향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믿음 속에 자신을 가두어 자신을 희생한다.

사람과 조직에서도 과거의 성공경험이 만든 믿음에 갇혀서 살고 있는데 상황이 극단적으로 바뀌면 비극적 사건을 맞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미국으로 이민간 호주인들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가 다른 이민자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호주와 미국의 교통체계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달리 호주에서는 차가 왼쪽으로 다닌다. 운전대도 오른쪽에 달려있다. 물론 호주인들은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갱신할 때 이와 같은 내용을 다 숙지해야 한다. 미국운전면허 시험에서 만점을 맞았다 하더라도 이들이 사고로부터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점수를 높이 맞는 호주인들이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인들은 운전을 하려고 자신의 차에 탈 때 무의식적으로 조수석으로 탄다. 당연히 운전대가 없다. 깜짝 놀란 호주인은 어 미국에는 차량강도가 그렇게 많다더니 내 차의 운전대까지 훔쳐갔다고 무의식적으로 결론을 내린다. 그러나 이런 결론이 잘못 된 것임을 깨닫기 위해서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눈을 돌리면 제자리에 운전대가 있기 때문이다. 그제야 자신이 호주가 아니라 미국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쓴 웃음을 짓는다.

비극은 이들이 한적한 언덕을 향해 달릴 때나 밤길을 달릴 때 발생한다. 무의식중에 자신이 미국에서 운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왼쪽 선으로 달리다가 반대쪽에서 오는 차와 부딪혀 큰 사고를 당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아직도 호주에서 이용하던 운전에 대한 믿음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게 되면 호주에서 가져온 믿음의 감옥을 포기하게 되나 이런 행운은 행운아들에게나 주어진다. 과거 성공했었던 경험에 대한 생각들이 믿음의 감옥이 된 것이다.

유럽의 공군기지에 파견되어 생활하던 미 공군 조종사들이 본국으로 송환되면 비슷한 사고를 많이 당한다. 비행기의 탈출시스템의 차이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탈출구가 밑에 달려 있어서 탈출해야 할 상황에 이르면 비행기를 한 바퀴 빙글 돌린 후 탈출단추를 누르게 되어 있다. 오랫동안 이와 같이 훈련받은 조종사가 본국으로 귀환하면 다시 훈련을 받는다. 미국 전투기는 탈출구가 위에 달려 있어서 탈출단추만 누르면 되게 되어 있다. 송환훈련을 무사히 마쳐 시험에서는 만점을 맞은 조종사들이 편대에 배치된다. 그러나 문제는 위급한 상황에서 여기는 미국이므로 그냥 탈출버튼만 누르면 된다는 지식이 전혀 쓸모없게 된다는 점이다. 위급한 상황을 당했을 때 조종사들은 그냥 단추만 누르는 것이 아니라 본능적으로 유럽에서처럼 비행기를 한 바퀴 빙글 돌려 버튼을 누르게 된다. 과거의 성공이 만든 믿음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해 저지르는 실수이다.

생각보다 머리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들보다 상황이 극단적으로 바뀌었음에도 과거 성공이 만들어 놓은 믿음의 감옥에서 탈출하지 못해 비극적 종말을 맞이한다. 과거의 성공경험이 믿음으로 작용해서 이 믿음에 집착하게 만들고 상황이 바뀌어 더 심각해질수록 과거의 믿음에 대한 집착이 파국을 가져오게 만든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는 지적으로는 날고 긴다는 컨설턴트들이 수두룩하다. 이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에서 MBA를 받고 고액의 연봉을 챙기는 성공의 상징이다. 이들의 과거는 성공의 연속극으로 채워져 있다. 머리로 하는 공부에서는 다른 누구도 이들을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성공에 대한 심취는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은 성향을 길러내 이들에게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실수를 할 경우 과거 자신의 영광을 지켜내기 위해서 자신을 변호하고 문제를 남들에게 전가 시키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들의 고객으로부터 불만이 고조되고 이것이 회사에 피드백 되더라도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다 결국은 회사에서 퇴출당한다. 한번 자신감을 상실한 이들은 끝없이 표류에 표류를 거듭하다 인생의 종착역에 다다르게 된다. 과거 성공경험이 이들을 믿음의 감옥에 갇히게 만든 것이다.

조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과거의 성공경험이 만든 믿음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회사들은 결국 퇴출되게 마련이다. IBM이 과거 자신들이 장악한 거대한 메인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컴퓨팅 산업의 믿음을 고집하다가 거의 망할 뻔한 상태에서 기사 회생했다. 대부분의 업계에서 한때 일등의 자리에 앉았던 기업들이 업계가 변했음에도 자신이 잘 나갈 때 구축해 놓은 성공의 덫에 갇혀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일등의 자리에서 밀려나는 것은 대부분이 과거 성공경험이 만든 믿음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한 경우이다. GM을 비롯한 미국자동차 회사들이 일본이나 한국의 자동차에 의해서 밀려나게 된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믿음과 이념은 그 사회의 지평을 초월해 미래를 향해 북극성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공진화되어 질 때만 기능적으로 작동한다. 이런 믿음을 통해 현실이 만들어지고 지평이 높아졌음에도 과거의 믿음과 이념을 고집한다면 이 믿음은 북극성이 아니라 싱크홀을 만들어낸다. 믿음은 세상이 변화한다면 이 세상을 초월해가며 길을 제시할 수 있어야 살아 있는 믿음이 된다. 시대에 맞게 공진화되지 못한 죽은 이념과 죽은 믿음은 과거의 성공경험을 인용해가며 더 극단적 행동을 자극하지만 결국 이런 행동은 파국을 앞당길 뿐이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사회가 성숙하지 못했을 때에는 종교가 북극성의 역할을 수행했었으나 대부분 대한민국 토착 종교는 자신들의 믿음과 철학을 새로운 세상에 맞춰 초월적으로 공진화 시키는데 실패했다. 위기에 처하면 종교도 마찬가지로 과거의 믿음에 더 집착해가며 순종만을 강요해 결국 파국에 처한다. 믿음, 철학, 이념을 시대에 맞게 공진화 시켜 북극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성직자들의 책무였다. 이들은 위기에 처하자 믿음에 대한 순종을 검열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믿음을 새롭게 변화한 상황에 맞춰 해석하고 공진화 시키는데 실패했다. 믿음의 공진화에 실패하면 종교는 포용과 사랑의 운동장이 아니라 분열과 배제의 전쟁터로 전락한다.

현재의 대한민국이 경제적 선진국에 도달했다는 성공 체험과 다음 시대의 지평을 이끌 수 있는 제대로 된 북극성 역할을 할 수 있는 철학과 믿음의 부재에 대한 불안이 지금의 잘못된 이념 논쟁을 촉발했다. 대한민국 미래에 북극성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념의 공진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쓰레기 통에 폐기처분해 있던 뉴라이트 메카시즘과 같은 죽은 믿음을 재생 시키는 일에 정치가들이 앞장 서고 있다. 죽은 믿음이 부활해 리더에게 악령의 세례를 퍼부어가며 국가를 악귀들의 싸움터로 만들어 갈기 갈기 찢어 놓고 있다. 믿음과 철학에 대한 일말의 진정성도 없는 악령이 벌이는 범죄행각이다.

믿음과 이념이 북극성인지 악령이 부활한 것인 지를 판단하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통합하게 만드는지 싸우고 분열하게 만드는 지의 차이이다.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갈라 치기하고 나누는 자가 범인이다.

다양성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을 한 울타리로 통합할 수 있는 이념과 철학만이 살아 있도록 공진화한 차세대 이념이다. 국가의 존재목적을 위해 협업할 수 있도록 다양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일으켜 세우는 차세대 믿음과 철학의 공진화를 위해서 국민 모두가 일어서서 행동해야 할 때다. 믿음은 그자체로 공진화하지 않고 반드시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개입해야 살려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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