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에너지는 어떻게 소진되나?
기로에 선 대한민국
우리 연구팀(코넬대학의 Edward Lawler 교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Shane Thye교수)은 사회가 변화할 때 어떻게 혼돈의 블랙홀 에 빠지지 않고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내는 지를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이 연구 결과를 집대성한 책이 캠브리지 대학에서 출간한 <혼돈의 가장자리(On the Edge of Chaos)>라는 책이다.
우리가
제시하는 사회가 건강하게 조직되는 방식은 양자 물리학자들이 질서를 예측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각자의 사회가 사회적 에너지를 생산하고 이 생산된 에너지를 이용해 의미 있는 질서로 자기조직화 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성숙한 사회는 다양하게 발생한 에너지를 내재적으로 자기 조직화해서 손실을 막아내는 고유한 방식을 가진다. 지속 가능성을 잃어버린 사회는 비생산적인 갈등과 혼돈으로 무질서가 경계를 넘어 발을 헛딛고 블랙홀로 빠져 사라지는 사회다. 사회적 에너지 잔고가 급격하게 소진되는 사회다.
양자 물리학자들에게 살아 있는 유기체로서 인간을 묘사하라면 아마도 에너지 덩어리와 에너지의 교환에 대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양자물리학자들에게 인간은 에너지 덩어리로 몸의 각 기능을 돌리는 신진대사를 위해 축적한 에너지를 사용한다.
사람과의 관계도 에너지 교환의 관점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 사회생활을 통해 서로에게 필요한 에너지를 교환한다. 의도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면 에너지는 높은 사람에게서 낮은 사람에게 이동한다. 우리는 정상적 사회생활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교환을 통해 얻어야 한다. 교환을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팔아야 하는데 에너지는 다양한 형태가 있어서 교환할 때 변환이 요구되고 이 변환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상실한다. 이 변환과정에서 에너지 손실로 무질서가 증가하는 현상을 엔트로피라고 칭한다.
경제학에서는 에너지 상실을 방지하기 위해 돈이라는 매체를 통해 교환하도록 했지만 돈으로 에너지를 교환한다고 에너지 손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서로 에너지를 교환하기 위해 계약을 할 때도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계약의 비계약적 요소에 대한 거래비용이 발생한다. 에너지를 사고 팔 때 흥정하는데 시간과 돈을 써야 하고 계약이 성사되어도 언제든지 계약을 위반할 개연성이 있어서 이것을 막는 법적 분쟁에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 법적분쟁에 천문학적 돈을 쓰는 사회는 에너지를 자기조직화하는 방식을 잃어버린 엔트리피 사회다. 거래비용이 치솟는 것도 엔트로피로 무질서가 증가하는 현상이기 떄문이다. 돈으로 치환할 수 없는 다양한 에너지 교환을 모두 돈으로 획일화 시킨 것이 신자유주의 경제학이 사회에 초래한 비극이었다.
어떤 경우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기업들은 상품이라는 에너지 소스를 팔 때 포장을 더 많이 해서 쓰레기라는 엔트로피를 더 많이 생산해낸다. 네이버나 구글이 정보 에너지를 생산하고 교환할 때 발생하는 손실된 열을 식히는데 엄청난 에너지와 물을 소비한다. ESG 운동은 자연과의 에너지 교환, 사회 공동체에서 사람 사이의 에너지 교환, 조직 내부에서 에너지 교환에서 필요 없는 에너지 손실을 막자는 취지다. 자기조직화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엔트로피 증가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인류가 발전한 역사는 불이라는 에너지의 진화의 역사다. 프로메데우스로부터 얻은 불을 에너지로 지키고 변환시켜 인류는 지금의 문화를 만들어냈다. 불은 산업시대에 증기기관이라는 에너지로 전환되었고, 정보화 시대에는 정보를 담을 수 있는 메모리라는 에너지로 전환되었고, 지금과 같은 디지털 혁명 시대는 양자 컴퓨팅 에너지로 변환을 거급하고 있다.
전환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은 엔트로피 증가를 초래한다. 엔트로피는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나름의 알고리즘이 없는 무질서가 생성해낸다. 자신을 중심으로 에너지 낭비가 많아서 엔트로피가 증가하면 삶은 점점 소진되고 무의미해진다. 사회적 무질서란 에너지 교환을 통해 취득하는 서로의 에너지보다 엔트로피가 더 증가하는 현상이다. 결국 성공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자신의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생산하고 다른 사람과 교환할 때 큰 손실 없이 변환하는 자기 나름의 효과적 조직화 방식인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도 평화롭고 질서 있고 성숙한 사회는 사회차원에서 나름의 효과적 에너지 조직 방식을 운용하고 있는 경우다. 미래의 에너지 생산과 효과적 운용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죽은 이념을 부활시켜 벌이는 이념 논쟁은 사회의 에너지를 급격하게 소진시키는 블랙홀이다.
이런 블랙홀이 증가할 수록 상식적 수준에서 이해할 수 없든 행동들이 여기저기서 발생하게 되고 결국 사회적 엔트로피 수준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된다. 무질서를 통해 증가하는 의미 없음에 노출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이유없이 자살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유없이 자살하는 현상이 아노미 자살이다. 아노미 자살은 일반 사람이 보기에는 이유없이 자살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에너지를 생산하고 소비해가며 열심히 살게 만들었던 이유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누구에게나 발생한다. 아노미 자살은 사는 이유가 사라진 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에서 수 년 간 수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의 90% 이상은 아노미 자살이다. 아노미 자살률을 이끌고 있던 쌍두마차는 청소년과 노인이었다. 하지만 이런 자살이 사회의 의미 있는 에너지 생산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교사분들에게로 전염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고 건강한 에너지원의 꿈나무를 길러내는 교사분들의 자살은 우리 사회가 심각한 수준의 아노미 상태에 도달했음에 대한 경고다. 또한 교사분들이 목숨을 읽는 것이 사회적 사건에 도달했다는 것은 이미 돌아가신 분과 같은 자살의 충동을 느끼는 교사분들의 숫자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급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금까지 연구한 <혼돈의 가장자리>를 벗어나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낸 선진국가를 종합해보면 국가의 책무가 분명해진다.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은 다양한 에너지원을 담고 있는 주체들이 에너지를 교환해서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자기조직화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래를 위해 자기조직화된 질서를 만들어내는 국가는 철 지난 이념 논쟁으로 에너지를 소진하지 않는다. 철 지난 이념논쟁은 과거로의 역주행으로 사회적 엔트로피를 급증하게 만든다. 국가는 다양한 이념을 담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더 생산적이고 의미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교환할 수 있는 포용적 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현대적 국가라면 다양한 국민들이 참여해 의미 있는 미래 질서를 자기조직화 할 수 있는 플랫폼의 선봉장이 되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이런 미래 자기 질서를 조직화하는 기반이 아니라 사회적 엔트로피의 블랙홀이다. 철 지난 이념논쟁은 미래를 향한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아 국가의 플랫폼을 붕괴시킬 뿐 아니라 블랙홀을 만들어 사회적 에너지를 급격하게 고갈시키고 있다.
지금은 국가가 국가를 찬탈하는 것이 용인되던 제국주의 시대가 아니다. 제국주의 시대에는 일제합병과 같이 한 순간에 국가를 잃어버려 국가의 명운이 각 국민 개인의 명운과 같은 때도 있었다. 제국주의 시대 국가의 힘은 남의 국가를 침범해서 찬탈할 수 있는 군대의 힘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국가간 찬탈이 불가능한 현대 시민국가 시대에 강한 국가의 힘은 자국민들이 국가의 울타리 안에서 생생지락하는 지에 의해서 정해진다. 시민 국가에서 국가의 책무는 국익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심리적 안정지대라는 울타리를 제공해서 이들이 이 안에서 따뜻한 이불을 덮을 수 있게 만드는 일이 책무다. 이 울타리 안에서 국민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며 시시각각으로 찾아오는 아노미 자살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생생지락 해가며 삶을 자기 조직할 수 있도록 운동장과 울타리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주의 이념에 잘못 경도 되어 국가가 자국민조차 지키지 못해 국민들이 오송, 이태원, 학교, 군대에서 죽어나가는 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의식이 있는 누군가는 나서서 지금처럼 죽은 유령들이 군대와 군국주의의 국가주의를 부활시켜가며 국가의 에너지를 급격하게 소진시키는 것을 막아야한다. 이런 철 지난 유령들이 출몰해 국가의 여기저기에 싱크홀을 파고 이 싱크홀을 블랙홀로 전환시키는 행동들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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