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권력(Power)이라고 하면 상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이 개념은 사실상 모든 사회과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사회과학의 창시자 Weber나 정치사회학의 창시자 Dahl이 만든 파워의 정의이다.

Weber나 Dahl은 권력을 "상대의 의지와 반해 내 의지를 관철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라고 정의한다.

이런 종류의 권력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노상강도를 연상해보면 된다. 노상강도가 칼을 들고 나에게 지갑을 내놓라고 한다면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지갑을 양도해야 한다. 이것이 상대의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익을 관철시킬 수 있는 개연성이라는 권력의 정의다.

이런 노상강도 짓은 조직에서 리더십을 직책과 혼동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비일비재하게 사용하고 있다. 직책자가 부하에게 자신의 직책을 기반으로 부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킨다면 이것은 리더십 행사가 아니라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리더에 의해 행사된 권력은 갑질이라고 칭해진다. 갑질행위에서 직책이 노상강도가 들고 있는 칼인셈이다. 리더십은 이런 권력의 행사가 아니라 상대방의 자발적 동의에 근거해서 상대가 일하게 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갑질이 권력으로 정당화 되는 이유는 베버나 달이 제시한 전통적 권력 개념이 시대의 성숙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 권력은 강제적으로 상대 것을 빼앗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전쟁행위다. 전통적 권력 개념은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에게 무자비 하게 행사할 수 있는 강제적 힘이고 약육강식 전쟁을 통해 뺏어오고 뺏끼는 제로섬 개념이다. 이런 권력의 개념은 약육강식이라는 진화론이 통용되는 동물세계에서 차용한 것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것은 한번의 게임이 아니라 연속된 게임이기 때문에 전번 게임에서 파워를 행사했다면 역설적으로 다음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는 파워의 기반을 잃는다. 권력의 무모한 사용이 권력을 잃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서로에게 자발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리더들이 사용하는 요즈음의 파워개념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는 쌍방향의 관계적 행위이다. 리더의 영향력에 자발적으로 따르는 이유도 리더에게만 도움이 되고 자신에게는 손해가 아니라 리더와 부하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플러스 섬을 염두에 두고 행사되기 때문이다.

우리 연구팀(코넬대학의 Lawler 교수, 사우스 캐롤라이나 대학의 Thye, 이화여대의 본인)은 지난 30년간 연구와 많은 논문을 통해 권력에는 베버와 달 류의 전통적 제로섬적인 측면을 넘어 플러스 섬적이 측면도 있다는 점을 환기시켰다. 제로 섬 권력 개념을 탈주해서 플러스 섬 권력개념의 의미를 이해할 때 생산적 관계와 관계맺음의 공동체가 공진화 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혀왔다.

우리가 제시한 플러스 섬 파워 개념에서는 파워의 기반을 의존성이라고 규정한다. 내가 상대에게 어떤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것은 평소 내가 상대에게 도움이 되어 상대가 나에게 의존하는 지에 달려있다.

모든 일상적 관계에서는 무자비한 물리적 힘이 아니라 상대가 나에게 의존하게 되는 의존성을 기반으로 상대에게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상대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나에게 많이 의존하면 할수록 나는 상대에게 더 많은 파워의 기반을 형성한다. 이런 파워의 개념은 일방적이라기보다는 상호적이다. 서로의 성공을 위해서 서로에게 많이 의존할수록 서로의 파워는 늘어난다. 플러스 섬에서 권력의 기반을 만들기 위해서 평소에 상대에게 투자를 해서 관계적 잔고를 늘려야 한다. 의존성이 동시에 늘어날 수 있도록 평소에 서로 도움을 많이 주고 이 도움의 잔고를 기반으로 내가 필요할 때 상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일상적 관계에서 파워 행사이다.

예를 들어 말단 사원이어서 회사가 나에 대한 의존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내가 회사의 어떤 사항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이를 토로할 경우 회사는 나에 대한 의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 불만을 들어주기보다는 나를 불평 불만이나 일삼는 사람으로 낙인 찍을 개연성이 높다. 결국 회사가 나에 대한 의존성이 없어서 파워기반이 없는 상대에서 나의 불만행위는 그나마 있는 파워의 기반도 상실하게 만드는 단초다.

하지만 우리가 주창하는 의존성에 기반한 플러스 섬의 개념은 내가 파워를 행사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나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야 기반이 마련된다고 본다. 내가 불만을 토로하기 전에 나의 일이라던지 전문성으로 회사에 충분히 기여해서 나에 대한 회사의 의존성을 높여야 내가 회사를 위해 파워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회사에 대체불가능한 전문성으로 기여할 때 회사는 나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내가 이야기하는 불만을 불만으로 생각하지 않고 생산적 기여를 위한 제언으로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내가 회사에 충분히 기여해서 내가 어떤 일탈적 발언과 파워를 행사해도 회사가 용인하는 것을 특별잔고 (Idiosyncratic credit)라고 부른다. 특별잔고에 기반해 파워를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은 내가 회사에 충분히 기여해서 회사가 성공을 위해 나에게 의존하는 의존성이다.

필요한 시점에서 파워를 행사하기 위해 평소 상대에게 도움을 많이 주어 의존성을 높이는 이해관계의 잔고를 넘어서서 상대에게 평소 준 도움이 더 감동적일 수록 나는 상대의 마음 속에 준거로 심어진다. 서로가 만들어낸 준거를 기반으로 서로에게 어떤 도움을 요청할 때 진정한 의미의 순도 100%의 영향력이 만들어진다. 리더십이란 이런 준거적 파워에 기반한 순도 100%의 영향력이다.

우리가 30년 전부터 주창해온 플러스 섬 파워 개념은 리더십 학자들에게 채용되어 "파워는 주는 것"이라는 "Em + Powerment" 개념을 산출하는 이론적 근거가 되었다.

우리가 주창하는 플러스 섬 파워는 모든 성공과 실패에 대한 상호 임파워먼트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서로에 대한 임파워먼트가 높아져서 서로가 서로에 대해 높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태를 관계적 응집력(Relational Cohesion)이라고 불렀다. 조직에 이런 관계적 응집력의 잔고가 많은 것을 커뮤니티 자산(Community Capital)이라고 불렀다. 한 조직이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는지의 문제는 다른 회사와 경쟁해서 이길 수 있는 전략적 자산(Strategic Capital)도 필요하지만 빙산처럼 보이지 않는 커뮤니티 자산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의 문제다. 조직의 자산의 총합은 전략적 자산과 커뮤니티 자산의 합이다. 많은 회사가 커뮤니티 자산에 해당하는 빙산의 밑둥을 무시하고 빙산의 보이는 전략적 자산만 강조하다 결국은 침몰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플러스 섬 권력 개념이 기업들이 초연결 플랫폼 시대에 경쟁을 통해 만들어내는 전략적 자산을 넘어 반드시 구축해야 할 커뮤니티 자산을 만들어낸다. 기업이 서로에 대한 의존성이 높아지는 초연결시대에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제대로 행사되어야 서로가 윈윈하는 관계로 관계적 응집력이라는 커뮤니티 자산을 만들 수 있는지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시대착오적 제로 섬의 권력개념에 천착해 조직을 온갖 잘못된 권력를 획득하기 위한 약육강식의 싸움터로 만들어 몰락시키는 우를 범한다.

초연결 플랫폼 시대의 지속가능한 기업은 성공의 기존은 남들의 성공을 돕는 일에 플랫폼을 통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를 조직의 경계 안에 구축할 수 있는 지에 달려있다. 어떤 주체가 남들의 성공을 도울 수 있는 큰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이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다면 이 플랫폼을 설계한 주체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 진정한 영향력으로 성공의 극치를 맛보고 싶다면 남들을 돕는 일에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설계해서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성공시키는 체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초연결 디지털 시대 진정한 파워를 행사하고 싶다면 줄 수 있을 때 남들에게 많이 주는 것이 최고의 전략이다. 약육강식의 진화론에 의해 장악된 동물 세계와 달리 인간세상에서 권력은 뺏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Empowerment)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행사할 수 있는 총자산은 남들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적 자산 플러스 자신을 통해 남들을 성공하게 만들 수 있는 네트워크 커뮤니티 자산이다. 자신의 존재우위를 구현해가며 지속가능하게 번성하게 만드는 자산은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남들의 성공을 돕는 일에 성공하게 만들 수 있는 커뮤니티 자산이다.

요즈음 한국에서 유행하고 있는 전관 카르텔이란 제로섬 권력 개념을 행사해 운좋게 승리한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내밀한 리그인 정치적 이익집단를 구성하여 공동체의 목초지를 약탈하는 행위다. 이들은 빙산으로 떠 있는 사회를 약탈하는 해적들이다. 제로섬 파워의 기반을 신봉해가며 서로에게 사적 보험을 들어가며 울타리를 세우고 해적질로 사회적 신뢰잔고를 고갈 시키는 범죄자들이다. 사회가 이들 카르텔 세력에 의해서 무너지면 이들의 대범함은 극에 달한다. 이번 양평고속도로 사건에서도 목격했듯이 이들은 자신이 카르텔의 몸통임에도 공적장면에까지 출현해 자신의 자그만 이득조차 넘겨주지 않기 위해 만용을 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