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윤정구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

(발문2) 지금처럼 L자 불경기가 새로운 일상이 되고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어 변화가 특이점을 향해 치솟고 있는 초뷰카 시대에는 리더가 답을 갖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생각을 밀고 나갈수록 리더는 갑질의 주범으로 몰린다.

최근 필자에게 리더십과 코칭 사이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이들이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코칭이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리더십에 문제가 생긴 사람들에게 개별코치가 붙고 이 개별코치가 생긴 문제들을 해결해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코칭을 할 수 있다면 리더십 문제는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에서 특정 직급의 사람들을 모아서 하던 대단위 리더십 교육이 팀 코칭으로 전환된 것도 한몫했다. 이런 현상에 편승해서 코칭 펌에서는 코칭이 마치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코칭 리더십이 주목 받는 이유

이런 잘못된 믿음이 생기게 된 더 근원적 이유가 있다. 기존 신자유주의 시대 리더십의 모범적 답안으로 제시되던 변혁적 리더십 혹은 카리스마 리더십이 시대와 환경이 바뀌었음에도 마치 답안인 것처럼 강요될 때 생긴 부작용이 이바지했다. 경기가 좋던 시절에는 높은 목표를 비전으로 설정하고 이 목표를 향해 구성원들을 일사불란하게 뛰게 할 수 있으면 리더십이 성공적으로 발휘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리더십에 대한 답을 갖고 있는 것은 리더이고 구성원은 리더의 답을 실현하는 도구였다. 구성원이 리더에 의해 도구로 동원되는 것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풍성한 인센티브, 승진, 보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L자 불경기가 새로운 일상이 되고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어 변화가 특이점을 향해 치솟고 있는 초뷰카 시대에는 리더가 답을 갖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이런 생각을 밀고 나갈수록 리더는 갑질의 주범으로 몰린다.

이런 리더십의 공백을 파고든 리더십 스타일이 코칭 리더십이다. 코칭 리더십은 리더십의 갑질로 많은 상처를 받고 살던 사람들에게 그 자체로 힐링이자 환대였다. 코치는 리더에게 답이 있다는 가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구성원에게 답이 있다고 가정하고 이것을 찾아내기 위해 따뜻하게 질문해준다. 코치는 구성원이 답을 찾아서 행동한 결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피드백해 준다. 이런 코칭 리더십 스타일은 카리스마 및 변혁적 리더십에 의해 상처받고 살았던 사람들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운 환대였다. 코칭은 변혁적 리더십으로 상처받아 움츠러들었던 사람들에게 최고의 환대 체험이었다.

시대가 바뀌어 리더십 스타일이 카리스마나 변혁적 리더십에서 코칭 리더십으로 전환됐다고 해서 코칭 리더십이 리더십 자체를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코칭은 리더십의 한 스타일일 뿐이다. 리더십에는 변혁적 카리스마 코칭 이외에도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고, 리더는 이런 상황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을 수단으로 동원해서 구성원에게 약속한 변화를 완성할 수 있을 때 온전한 리더인 진성 리더(Authentic Leader)로 태어난다. 진성 리더란 리더로서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모두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리더십의 충분조건과 필요조건

리더십에서는 리더의 충분조건과 필요조건을 구별한다. 코칭을 포함해 리더십의 다양한 역랑과 스타일은 모두 필요조건이다. 리더의 충분조건은 약속한 목적으로 구성원을 임파워먼트 시켜 협업을 통해 약속했던 변화를 실현하는 것이다.

진성 리더란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리더십의 다양한 스타일을 목적에서 약속한 변화의 실현을 위해 도구로 동원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고유한 리더십 모형을 구축한 리더다. 진성 리더는 리더십 스타일로 제시되는 다양한 필요조건을 동원해서 자신이 약속한 변화를 실현하는 리더십의 필요조건과 충분조건을 갖춘 사람이다. 이를 위해 자신만의 고유한 리더십 모형을 완성한 사람이 진성리더다.

리더십의 충분조건은 단 한 가지다. 리더가 목적으로 약속한 변화의 완성이 충분조건이다. 충분조건과 비교하면 리더십의 필요조건들은 리더십 학자들의 숫자만큼 많다. 변화와 위기가 상수로 찾아오는 초뷰카 시대를 맞이해 가장 많이 거론되는 리더십 스타일들을 선별해서 그림처럼 정리해보았다.

서번트 리더십, 변혁적 리더십, 코칭 리더십, 공유 리더십, 적응적 리더십, 정서 리더십 등등이 초뷰카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 리더십 스타일로 거론된다. 코칭 리더십과 변혁적 리더십도 이런 다양한 리더십 스타일 중 하나로 필요조건을 구성한다.

서번트 리더십은 자신이 리더로서의 직책을 내려놓음을 통해 구성원에게 목표를 넘어 목적에 대한 서약을 계약해낼 수 있는 리더다. 서번트 리더는 목적에 대해 구성원이 몰입하는 대가로 자신이 내려놓을 것이 충분히 있는 높은 직급 리더만이 해볼 수 있는 가장 고차원의 리더십 스타일이다.

코칭 리더십은 과거 수퍼 리더십과 셀프 리더십을 현대에 맞게 다시 재해석해서 부활시킨 것이다. 구성원들이 답을 갖고 있다고 믿고 이 답을 찾기 위해 구성원이 의존하고 있는 암묵적 가정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정을 찾아 성장을 시도한다. 성장과 관련해 필요한 생산적 피드백을 제공하는 스킬에 초점을 맞춘다.

공유 리더십은 목적과 협동을 넘어 협업을 기반으로 구성원 모두가 리더십을 공유하는 스타일을 지칭한다. 각자의 전문성을 협업으로 동원해서 변화를 완성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협업에 참여한 리더를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공유 리더로 육성한다. 공유 리더는 협업을 통해 협동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법을 익힌다.

적응적 리더십은 답이 있는 문제와 답이 없는 문제를 정의해내는 역량이 핵심이다. 답이 있을 때는 답을 가진 사람이 주도하는 톱 다운(Top Down)의 방식을, 답이 없을 때는 답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들 중심의 바텀 업(Bottom Up) 방식으로 유연하게 임파워먼트 해줄 수 있는 리더십 스타일을 취한다.

정서 리더십은 단순한 상대의 정서를 이해하는 공감을 넘어 긍휼감으로 상대가 가진 고통의 원인을 파악해서 이를 혁신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주도하는 혁신적 리더십의 스타일이다.

리더십 스타일은 리더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 요구되는 역량을 모아 놓은 것이다. 그것은 리더십의 본질인 변화를 수행하기 위한 역할이자 도구의 집합일 뿐이다. 변혁적 리더십이 퇴조하고 코칭 리더십이 각광 받는다고 해도 코칭이 이런 다양한 역할이 요구되는 다른 스타일을 평정해가며 리더십 스타일들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변혁적 리더십에 대한 반동으로 코칭 스타일이 떠오른다고 해도 코칭 리더십이 다른 요구되는 모든 리더십 스타일이 해결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에 그런 믿음을 갖고 있다면 코칭을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잘못된 만병통치약에 대한 잘못된 믿음은 환자의 아픔을 치유하기보다는 더 악화시킨다.

리더십이란 조직의 공유된 목적과 사명을 복원하고 구성원에게 기대하는 바와 고객이 기대하는 바를 바르게 세워서 이것들이 변화로 실현되는 체험을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코칭을 비롯한 스타일이 제공하는 다양한 역할이다. 코칭이 카리스마나 변혁적 리더가 일상적 갑질을 해결하고 상처받은 자신의 아픔을 환대해가며 자긍심을 높이는데 크게 이바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리더십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코칭에 몰입하는 것은 좋지만 코칭에 대한 지나친 애정으로 리더십의 몸통을 흔들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