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번성(Sustainable Thriving)을 누리는 조직을 설계하는 기본적 원리(101)는 제대로 된 드라이버(Driver)와 혁신적 시스템(System), 필요한 강화제 (Reinforcer)라는 삼 요소를 모두 구비하고 이들을 서로 정렬되게 만드는 것이다.

조직설계의 원리는 마차가 움직이는 원리와 같다. 그림의 마차가 보여주는 것처럼 앞에서 끄는 요소가 드라이버이고, 뒤에서 밀어주는 요소가 강화제이고, 마차의 본체가 시스템이다. 드라이버와 강화제는 인적요소이고 시스템은 물적요소다.

번성하는 조직을 살펴보면 내재적 가치로 만들어진 차별적 드라이버가 있다. 모든 조직은 단기적 성과를 달성해야 생존할 수 있다. 하지만 번성하는 조직에는 단기적으로 조직이 달성해야하는 성과목표가 왜 자신들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지를 소구하고 약속하는 비전, 미션, 사명, 가치으로 설정되어 있고 구성원들이 이 내재적 가치에 대한 믿음과 약속을 공유하고 있다. 시스템은 네모난 바퀴를 둥그런 바퀴로 바꾸는 것과 같은 혁신 과정이 작동되는 터전이다. 강화제는 성과를 달성했을 때 이것을 공정하게 평가해서 보상하는 연봉, 인센티브, 복지 등의 외적 보상시스템이다.

망하는 조직은 드라이버가 내재적 가치가 아니라 단기적 성과나 단기적 보상과 같이 외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으로 설정되어 있고 강화제도 외재적 보상으로 채워져 있다. 드라이버와 강화제가 같은 내용이어서 이렇게 설계된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들은 쳇바퀴 속을 도는 다람쥐와 같은 삶을 벗어나지 못한다.

조직설계의 드라이버와 강화제도 모두 외재적 보상과 가치로 채워져 잘못 설계되기 시작한 것은 경기가 붐을 이루고 있었던 시절에 경영의 원리로 채용되었던 신자유주의와 전략적 성과관리가 만든 논리다. 경기가 좋을 때는 누구든 열심히 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고 목표를 달성하면 열매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목표에다 인센티브와 보상이라는 멋진 포장지를 씌워서 드라이버를 만들고 실제 달성하면 달성한 사람들에게 보상하고 달성하지 못한 사람들을 퇴출시켰다. 실제 경기가 좋아 성장의 공간이 무궁무진할 때 신자유주의 원리를 채용한 전략적 성과관리는 마약처럼 받아 들여졌다.

이런 조직설계방식은 지금처럼 경기가 L자 불경기로 침체되는 국면에 접어들면 재앙을 초래한다. 드라이버로 설정된 외재적 보상은 한 해에 실제로 달성해서 채워지면 다음 해에는 더 큰 보상으로 바꿔 제시되어야 한다. 지난해에 맛보았던 같은 크기의 보상과 인센티브가 또 다시 기준으로 설정되면 이 기준은 더 이상 드라이버로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처럼 경기가 어려워져 지난해 달성한 보상보다 작거나 같게 설정한 보상은 더 이상 구성원을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동인이 되지 못한다. 경기가 안 좋아져서 매년 줄어드는 성과와 보상으로 드라이버와 강화제가 설계된 조직에서 일하는 구성원은 어느 순간 조직을 감옥으로 생각한다. 조직이 일하는 동기를 잃어버린 종업원을 잡아다 강제노동을 시키는 시스템으로 전락한 것이다.

심지어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조직 형태보다 이런 파행적 조직원리에 물들지 않을 것같은 교회의 설계 원리에도 채용되고 있음을 목격한다. 신자유주의에 오염되어 드라이버와 강화제를 모두 외생적 가치와 보상으로 장착한 교회를 종종 목격한다. 번성을 누리던 초대 성막 교회에서 드라이버는 하나님 나라를 지상에 건설하겠다는 약속이었다. 초대교회는 이 사명에 대한 약속을 달성하기 위해 교회의 지원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했고 여기에 감화받은 성도들도 사명을 자신의 삶으로 가져왔다. 이런 혁신의 결과로 교회에 세속적으로도 성공하고 번성하는 성도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신성한 사명에 대한 약속이 교회의 드라이버에서 내려지고 대신 삼박자 구원이나 성도의 숫자 등 드라이버가 외재적 가치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천막의 성소가 파괴되고 그곳에 백양목으로 치장한 화려한 성전이 세워지자 하나님에 대한 드라이버가 점점 사라졌다. 밤에 붉은 빛으로 도시를 밝히는 교회의 십자가가 신자유주의의 상징으로 전락했다. 교회가 회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상태가 된 셈이다.

코로나 시국이 전개되자 결국 이런 외재적 가치로 드라이버, 시스템, 강화제 모두를 연동해서 운영하는 교회에 출석하는 성도들은 교회에 출석하는 것이 감옥소로 향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전치된 신자유주의 설계원리를 가진 교회를 중심으로 가나안 탈출이 감행되기 시작했다. 잘못 전치된 조직설계 원리가 자리잡자 신도들이 어느 순간 교회가 가나안이 아닌 감옥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암담한 사실은 신성한 믿음을 드라이버로 걸어야 하는 교회조차 오염되었다면 기업은 대부분 오염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교회조차 혁신의 주체가 아니라 혁신의 대상으로 전락한 암울한 현실이다.

개인의 번성하는 삶을 설계하는 원리도 비슷하다. 누구든 생존을 위해서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기본이다. 하지만 이 목표를 왜 자신이 자신의 몸과, 정신과, 마음을 다 바쳐서 주체적으로 달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인 사명과 목적과 가치에 대한 믿음을 드라이버로 설정하는 것이 번성하는 삶의 시작이다. 생존의 목표만 있고 목적을 향한 드라이버를 상실한 삶이 번성을 구가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들어가는 것보다 어렵다. 특히 지금처럼 생존자체가 문제가 되는 시점에 생존을 드라이버로 건 목표는 절대로 최소한의 생존도 담보하지 못한다. 삶을 시시포스 돌굴리기로 전환시키기 때문이다. 제대로된 사명과 목적이라는 내재적 가치로 설정된 드라이버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현재 자신이 운용하는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삶을 위해 스파크를 일으킨다. 결국 이런 혁신적 삶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외재적 보상이라는 강화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든다. 조직이든 개인이든 번성하는 삶은 내재적 가치가 앞에서 이끌고 외재적 보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만든 설계다.

내재적 가치인 목적과 사명을 앞세우고 시스템을 혁신하고 외재적 보상을 따라오게 만드는 시스템을 운용하는 구성원들은 책임(Responsibility)와 책무성(Accountability)구별한다. 책임은 한 해가 끝나서 정산할 때 달성한 결과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고 책무성은 결과에 대한 정산이 행해지기 훨씬 전의 다양한 시점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전문적 역할로 자신에게 할당한 성과에 연동된 사명을 달성하고 있고 달성할 수 있는지를 관련된 사람들이 묻는다면 언제든지 설명할 수 있는지의 문제다. 책무성이 드라이버 및 혁신과 관련된 것이라면 책임은 강화제에 관련된 문제다. 책무성이 선행되지 못한 책임은 모두에게 차가운 소나기다. 책임만 강조하는 조직은 모든 구성원에게 마지막 순간에 벼락 천둥과 차가운 소나기만을 선사하는 기분 나쁜 조직이 된다. 책임만 강조하는 조직에는 마지막 순간에 개인에 대한 질책만 있고 혁신을 위한 공동 운동장이 설계될 방법이 없다. 책임만 강조하는 조직은 잘못을 고칠 수 있는 개입이 불가능한 마지막 순간에 평가된 성공과 실패만 있고 실패를 성공으로 연결하는 학습과 실험이 없다.

드라이버도, 강화제도 모두 외재적 가치와 외재적 보상에 연동된 조직 구성원들은 성과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한 해에 달성된 단기적 성과에 모든 것을 올인하는 성향을 보인다. 드라이버와 시스템의 효율성과 강화제가 제대로 설계된 회사에서 언급되는 성과는 지속가능한 성과다. 지속가능한 성과란 자신이 회사에 개입해서 개입이 끝나는 정년퇴임까지 성과의 막대 그래프를 그렸을 때 이 막대그래프의 기울기를 의미한다. 기울기가 주가처럼 등락을 거듭하지 않고 우상향 곡선을 만들 때 지속가능한 성과와 번성을 누린 사람으로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