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마음 속 아우슈비츠 수용소
자신에 대한 우상숭배
우리 인간은 마음 속에 자신만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우고 자신이 비축한 모든 권력, 금력, 명예를 동원해 자신과 교류하는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교화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산다. 자신이 만든 수용소에 갇혀 사는 사람의 숫자를 성공의 숫자로 과시한다. 저항하는 사람들에게는 프로크루스테스가 사용했던 침대를 동원한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희랍신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다가 자신의 침대에 눕혀보고 침대보다 손과 발이 더 길면 잘라서 침대크기에 맞췄다. 침대보다 작으면 늘려서 맞췄다. 우리가 만든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갇히기 싫어하는 주체성이 높은 사람들을 만나면 교화를 위해서 자신의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에 눕히고 이들의 손발을 자르는 만행을 태연하게 저지른다.
우리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통해 성취하려는 것은 세상을 자기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다. 한 마디로 자기 우상화다. 자기 우상화에 성공하면 자신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착각한다. 힘 있는 사람의 자기 우상화는 자신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잡혀 온 포로들을 동원해서 자기자신을 확증편향, 편견, 차별, 혐오, 고정관념을 대량생산하는 제조공장으로 만든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만든 지도인 정신모형을 은유한다. 정신모형은 지금까지 세상을 살아오면서 성공과 실패를 반영해서 만든 삶의 네비게이션이다. 네비게이션이 자기 우상화와 확증편향으로 일정 기간 동안 업데이트가 되지 않으면 네비게이션은 자신을 가두는 감옥소로 전환된다. 세상에 대해 편견, 차별, 혐오를 쏱아 붓는 사람들은 자신의 네비게이션 감옥에 갇혀 사는 사람들이다. 갇혀 산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알아도 인정하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네비게이션에 갇힐 확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자신이 거둔 성공과 실패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학습하는 능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도 이유다.
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기관(Organum)"을 발전시킨 신기관(Novum Organum, 1620)이라는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진리를 더 심도있게 추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논증해냈다. 이 책에서 베이컨은 진실을 실현하는 삶을 방해하는 것을 우상이라고 규정했다. 베이컨에 따르면 우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우상에 오염되지 않고 "제대로 아는 것이 힘"이라고 설명한다. 베이컨이 언급하는 우상은 세상이 변했음에도 오랫동안 업데이트 되지 못한 자신의 정신모형에 갇혀 살고 있음에도 이 정신모형의 감옥에 갇혀 사는 자신을 우상화 시킨 상태를 의미한다. 자신이 운용하는 아우슈비츠의 감옥소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자신을 눕혀 놓고 자신을 우상으로 교화시킨 상태를 말한다.
우리가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국지적 경험과 잘못된 귀납으로 자신의 머리 속에 만든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맹신하는 것에서 생긴다. 자신의 정신모형은 스스로가 사이비 과학자가 되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이비 과학자의 방식으로 만든 지도를 자신의 몸과 오관으로 체험한 데이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순도 100% 맞는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논증에서 밀리면 "무슨 소리야,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라고 주장한다.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이 뒷통수를 보거나 속마음을 들여다 본 것이 아님에도 본 것은 그냥 다 진실이라고 믿는다. 이 지점이 우상숭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자신의 국지적 경험과 비과학적 추론으로 만든 자신의 정신모형의 존재에 대해서 깨달지 못할 때 이 정신모형으로 보이는 세계를 추앙한다. 자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의 한 대상을 우상숭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이 만들어낸 정신모형이 사이비 과학에 근거해서 만들어졌음에도 과학적 진리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우상숭배에 빠진다. 똑 같은 대상을 인식할 때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정신모형이라는 필터에 의해서 인식하기 때문에 다르게 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를 틀렸다고 규정하기 시작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사이비 과학자가 된 사람들이 모여 정신모형을 공유할 때 생기는 네 개의 사회적 공동 우상을 언급하고 있다.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다. 종족의 우상은 유전자 복권을 타고 난 머리 좋고, 좋은 머리로 공부 잘해 좋은 학교 나오고, 재능이 있고, 외모가 출중한 사람들이 자신들끼리 모여 감옥소를 운영해 자신들을 우상숭배할 때 만들어진다. 동굴의 우상은 우물안의 개구리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을 우상화 시킬 때 만들어지고, 시장의 우상은 포장과 겉모양과 결과 중심적으로 사는 시정 잡배들이 모여서 만든 결과중심주의 우상숭배이고, 극장의 우상은 성공한 사람, 인플루언서, 유명한 사람들을 추앙하는 소위 빠들이 만든 우상숭배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자신을 감옥에 가두어 만들어내는 우상숭배에서 벗어나서 세상을 진실의 눈으로 보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까? 우상숭배에서 벗어나는 첫 걸음은 자신 정신모형이 세상에 보내는 시선, 행동, 말, 태도에 대해 괄호를 치고, 여기에 의문 부호를 달고, 판단중지해 블레케팅(Bracketing)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세상에 대해서 다 안다는 믿음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좀 더 공부해야 할 것으로 괄호로 묶어 X로 표시해놓고, 지금 섣불리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앞으로 더 세밀하게 연구해야 할 대상으로 지정하는 괄호치기 훈련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편견과 오만과 차별은 모두 자신의 구성해낸 정신모형을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동질성의 믿음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아픈 사람들에 대한 혐오 부대인 빠부대, 일베, 메갈, 뉴라이트, 여성혐오, 검찰 공화국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대한민국 대부분 국민이 경험하고 있는 혐오와 갈등과 편견과 차별은 자신의 정신모형에 대한 잘못된 우상숭배가 만들어낸 사회적 비극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 마음 속에 세워진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부술 것을 기대할 수 없다면 아무 것도 못 가진 평범한 시민들이 먼저 나서 자신 마음 속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허무는 솔선수범을 보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물어지고 상한 마음들이 모여 아래로부터 세상을 다시 자기 조직화 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역사를 바꾼 근원적 변화의 원리는 항상 이런 자기조직적 내재적 원리에 의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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