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서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는 경제 정책이나 경제 활동의 상위 계층에서 하위 계층으로 이어져 나가는 현상을 나타낸다. 경제 성장 정책에서 낙수효과는 일반적으로 상위 계층인 부유층이 더 많은 자본과 소득을 가지고 있어 이들의 투자나 소비를 촉진하면 경제 활동이 하위 계층으로 확산되어 경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부유한 계층이 경제적으로 성공할 때, 그들의 소비와 투자가 경제 활동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결국에는 하위 계층에게도 혜택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논리다.

가장 보수적 국가 경제정책을 이끄는 IMF도 최근 경제적 낙수효과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보고서에 밝히고 있다. 오히려 이런 신화적 믿음이 부의 양극화를 더 키우고 있음을 시인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부유층의 경제 활동이 반드시 하위 계층에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 보고 경제 정책의 주요 초점을 하위 계층의 직접적 소득 증대와 사회적 안전망 강화에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유럽형 복지 모형이 이런 주장을 근거로 실행되고 있다.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런 복지모형도 허구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경제를 가지고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은 아무리 세련된 방법을 사용해도 순환론 함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경제나 복지를 드라이버(Drivier)로 걸어 사람들을 뛰게 만들고 실제로 뛴 사람들을 평가해 경제나 복지를 차별화해 강화제(Reinforcer)로 나눠주는 것이 순환론이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는 돈 놓고 돈 먹는 정책은 경기가 좋을 때는 작동하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지속적 불경기인 L자 경기로 꺾기는 시점에서는 극단적 양극화와 극단적 부작용의 주역이다. 이런 순환론은 점점 어려워져 가는 경제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매번 그레이하운드 경기로 내몰지만 그레이하운드 경기에서 혜택을 보는 사람은 항상 정해져 있다.

근원적 문제해결은 앞에서 사람들을 뛰게 만드는 드라이버를 미래에 대한 내재적 가치로 걸고 뒤에서 사람들을 격려하는 강화제를 실제로 미래의 가치가 실현될 때 이 경제적 가치를 평가해서 공정하게 나눠줄 때 가능하다. 토한 일정 부분의 경제적 가치를 뛸 때 넘어진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사용한다. 드라이버와 강화제를 구별하지 않고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경제가 좋던 나쁘던 낙수효과가 작동하는 상황은 부의 낙수효과가 아니라 목적과 같은 내재적 가치가 드라이버로 장착되어 낙수효과를 일으킬 때다. 한마디로 부가 아닌 목적의 낙수효과다.

목적의 낙수효과에서는 목적이 실현된 미래를 구성원들이 자신의 운명으로 공유하고 이것을 드라이버로 삼는다. 각자 구성원은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이 목적을 실현하는 협업에 나서서 목적을 실현한다. 목적을 실현한 결과가 나타나면 이것을 공정하게 평가해서 일정 부분을 분배하고 남은 부분을 안전망을 구축하는데 사용한다. 목적의 낙수효과에서 드라이버는 공유된 미래의 운명이고 강화제는 경제적 보상 및 복지, 안전망과 같은 외재적 가치다. 드라이버를 구성하는 요소는 목적이라는 내재적 가치이고 활동의 결과를 평가해서 보상하는 강화제는 경제적 가치다. 내재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드라이버와 강화제로 차별적으로 설정한 시스템만 그간 경제학이 만든 실패를 만회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개인들이 번성하는 삶의 원리도 순환론을 벗어나지 못하면 쳇바퀴도는 삶으로 이어지고 결국 점점 쇠진해져 몰락한다. 목적을 실현한 자신의 미래의 모습을 드라이버로 걸고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각자도생이 아니라 다양한 네트워크를 동원해 혁신적으로 협업하고 이 혁신과 협업의 결과가 자신에게 경제적 여유를 선물하는 강화제로 작용할 경우에만 번성을 경험한다.

공유된 목적은 생명수처럼 우리의 의식에 떨어져서 잠자는 의식을 깨운다. 잠자는 의식을 깨우는 것을 소명(Calling)이라고 부른다. 소명으로 영혼이 잠에서 깨어나면 마음과 몸이 일으켜 세워지고 일으켜 세워진 몸과 마음으로 목적의 약속을 혁신적으로 실행하는 과제를 만들어낸다. 이런 목적에서 약속한 과제를 만들고 수행하는 것을 사명(Mission)이라고 부른다. 목적, 소명, 사명이 가세해서 몸과 마음이 일으켜져 일하는 사람들이 만든 결과와 억지로 몸과 마음을 강제노동에 동원한 사람이나 오직 경제적 이득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만든 결과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목적, 소명, 사명으로 일으켜 세운 몸, 마음으로 일하는 사람들만 더 많은 경제적 유익을 제공받는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는 우리를 영혼을 일깨워주거나 우리 몸과 마음을 자발적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목적을 상실한 것에서 기원한다. 목적을 상실해서 삶의 의미를 잃은 상태를 아노미라고 부른다. 이런 아노미 상태의 삶은 오아시스 없는 사막에서의 삶과 같다. 목적의 드라이버와 경제적 유익이라는 강화제를 차별적으로 설정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결국 물없는 없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 헤메다 쓰려질 운명이다.

지금 MZ 젊은이들이 공정성에 목을 메고 달려드는 이유도 사막에서 쓰러지기 직전인데 어떤 사람들이 점점 고갈 되어 가는 물을 조금이라도 더 취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젊은이에게 민감한 이슈가 된 공정성은 미래와 목적을 상실한 것에 대한 불안을 엉뚱한 곳에서 공정성을 핑계로 분풀이하는 형국이다. 목적이 제대로 실현되어 미래의 불확실성이 해결된다면 젊은이들이 지금처럼 공정성에 목을 메고 달려들 이유가 없다.

삶의 번성을 가져오는 낙수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오직 목적의 낙수효과 뿐이다. 목적을 찾아서 구성원들의 마음 속에 낙수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 사람들이 진성리더다. 어느 순간 대한민국 기업이나 정치 사회에 이런 리더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이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