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정조시대의 문장가 유한준(1732-1811)이 김광국의 석농화원(石農畵苑)’이라는 화첩 발문에 쓴 글귀를 전 문화재청장이던 유홍준 교수가 찾아내 문화재를 사랑할 때 문화재가 보인다는 뜻으로 의역한 말이다.

원문은 ‘知則爲眞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지즉위진애 애즉위진간 간즉축지이비도축야)’이다. 해석하면 "알면 곧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니 그것은 한갓 모으는 것은 아니다"이다.

아는 것, 사랑하는 것, 보이는 것의 인과적 관계가 섞여 있지만 사회심리학을 오랫동안 공부해온 본인에게 인과관계를 설정하라면 "사랑이 비전을 만들어준다" 쪽을 택할 것이다.

이런 주장은 우리가 사랑하면 콩깍지를 쓰게 되고 콩깍지를 쓰면 눈을 먼다는 상식과는 다른 주장처럼 들린다. 어떤 것이 맞는 주장일까?

둘은 같은 문제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온전한 관심을 보인다는 이야기이고 온전한 관심으로 상대를 감싸면 자신을 내려놓고 상대의 멋진 점 뿐 아니라 상대가 가진 아픔 조차도 보이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는 긍휼을 체험한다. 이런 긍휼의 관점은 평소 자신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내려놓아야 드러난다. 특정한 한 사람 상대를 위해 자신의 관점이 내려 놓아지는 것을 주변사람이 목격하고 "사랑하니 눈이 멀었다"고 충고해주는 것이다.

신은 동물과 인간을 구별하기 위해 사랑을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해 일정한 나이가 되면 홀몬 주사를 놓아준다. 이 홀몬 주사가 작동되는 동안은 본인도 주체할 수 없는 불꽃 같은 사랑이 일어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거나 애인을 사랑하는 사랑은 홀몬 주사를 맞아서 생긴 사랑이다.

사랑이 이런 자식이나 남녀 간의 특정한 한 사람에 대한 홀몬 사랑을 넘어설 때 세상을 더 깊게 보고 멀리 보고 미래를 통찰하며 보는 비전을 획득한다. 주변에 보이는 더 아픈 사람들의 아픔을 그대로 보기 위해 자신이 쓰던 관점의 가면을 내려놓고 사랑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은 이 사람을 콩깍지를 쓴 사람이라고 묘사하지는 않는다. 리더의 통찰과 혜안을 가진 사람으로 칭송할 것이다. 가족이나 남녀 간의 배타적 사랑을 넘어서는 리더의 사랑 법이다. 리더는 이런 사랑 법으로 아픈 사람들의 아픔을 인식해서 자신의 아픔으로 받아들이고 아픔을 이들과 협업으로 해결하기 위해 혁신적 행동에 나선다.

자신의 관점에 대해 판단중지하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긍휼로 사랑하면 상대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더 잘 이해한 상대는 새로운 현실을 보여준다. 사랑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새로운 현실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것이 리더의 비전이다. 리더의 비전이란 눈물의 눈으로 본 세상이다.

#호르몬_사랑 #자녀사랑 #연인사랑

이런 사랑과 비전은 우리가 주변의 상대들에게 보내는 의식에서 시작된다. 우리가 돈을 생각하지 않고 상대를 긍휼로 사랑한다면 해줄 수 있는 것은 Paying "Attention"이다. Attention이란 내 살아 있는 의식을 상대에게 보내 상대를 전체로 감싸 안아가며 상대에서 나오는 생명의 표적을 통해 상대에 대한 이해를 다시 구성하는 행동이다. 우리가 상대에게 보내는 온전한 Attention에 긍휼의 마음을 담는다는 것은 상대에게 따뜻한 울타리를 제공하고 상대가 필요한 물과 산소를 제공해주는 것과 같다. 상대에게 울타리를 제공하고 물과 산소를 제공하면 상대도 물과 산소를 통해 자신의 껍질을 벗고 자신의 의식을 보여준다.

이런 이야기는 은유적으로 생각해낸 이야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후서얼의 의식 현상학과 실존주의 현상학에서 연구해왔던 내용이다. 의식이란 우리가 상대에게 Paying Attention으로 보낸 리트머스 종이와 비슷하다. 이 의식의 따뜻함에 끌리면 상대는 자신의 가면을 내려놓고 자신이 간직한 고유한 무지개 색깔의 잉크를 리트머스 종이 위에 풀어놓는다. 우리가 보낸 의식이 상대를 온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상대가 내가 보낸 리트머스 종이 위해 자유롭게 자신을 풀어 그린 무지개를 통해서다.

#pay_attention #bracketing #판단중지

#간주간성 #구성된_현실

사회를 구성하는 원리도 서로 간 사랑하는 의식을 주고 받음을 통해서다. 공동체를 구성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의례로 자신의 의식을 서로에게 Paying Attention하면 서로에 대한 새롭게 알려진 바들이 새롭게 구성되고 이렇게 간주간적으로 구성된 현실이 공동체이고 사회다.

사랑은 우리가 자신의 의식의 가면을 내려놓고 상대에게 보낸 따뜻한 마음의 의식이다. 내가 상대에게 보낸 차가운 마음의 의식을 상대가 인식하면 상대는 절대로 가면을 내려놓지 않는다. 내가 상대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오관으로 포착되는 겉할기 수준으로 이해한 상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Attention은 내가 상대에게 보낸 의식의 전령이다.

요즈음은 SNS가 너무 발달해서 상대의 Attention을 끌기 위한 쟁탈전이 도를 넘는다. 심지어 좋아요 숫자로 많은 Attention을 획득한 의식에는 광고가 붙어서 돈이 지급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 상대를 더 잘 알게 만들던 현실 인식의 도구였던 Attention이 상업적으로 사고 팔리는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어느 순간 우리가 보내는 의식의 주인 자리를 빼앗긴 것이다. 사랑이 사라진 Attention으로 구성된 세상은 거대한 광고주가 자신의 물건과 서비스를 팔기 위해 세상을 허구적으로 구성해낸 무질서한 시장통이다. 한 눈을 파는 순간 우리는 이런 시장통에 노예로 전락했고 자신의 Attention이라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는 돈벌이에 나선 형국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마음챙김이란 의식의 주인이 자신임을 주장하는 운동이다. 이런 의식은 명상 등을 통해서도 만들어질 수 있지만 명상은 이미 근원적으로 상처 당한 의식을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 반창고이자 진통제일 뿐이다. 의식의 주인으로 세워지는 근원적 처방전은 자신의 아픔에 대해 Pay Attetion하는 자기긍휼(Self Compassion)에서 시작된다. 자신의 아픔을 긍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따뜻하게 감싸 안을 수 있는 사람들만 자신이 의식의 주인임을 회복해서 광고주가 아니라 자신 주변에 더 아픈 사람들을 감싸고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Mindful한 혁신가가 된다.

#마음챙김 #자기긍휼

의식의 전령인 Attention을 보낸 주인이 자신임을 망각했다는 것은 세상을 주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잃은 것이다. 광고주와 인플루언서와 남들이 알려주는 허구적 현실을 그냥 현실이라고 받아들인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도 잃고 현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비전도 상실한 것이다. 장님이 된 것이다. 비전을 회복하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싸구려로 자신의 의식을 파는 일을 멈춰서야 할 것이다. 의식과 Attention을 생각없이 파는 것은 자신의 영혼을 파는 행위다.

Paying Attention과 Selling Attention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