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같은 모임에 있던 여성 임원분으로부터 내년에는 근무하던 회사를 떠나 다른 행보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전갈을 받았다. 여성임원의 선두에 서 있던 분이어서 실망감을 지울 수 없었다.

여성이 임원을 넘어 회사의 CEO나 C level의 꽃인 사내이사로 성장하는데 가장 큰 장애는 네트워크 다양성과 전문가 사고를 넘어서는 전략적 리더십이라는 것이 학계의 알려진 정설이다.

남성들이 리더십의 지배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남성과 제휴를 통해 네트워크 다양성을 확장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네트워크의 다양성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회사라는 공적인 생활 뿐 아니라 사적생활도 연관시켜야 하는데 사적으로 관련을 맺을 때 이상한 시선으로 보는 눈들을 극복하기 힘들다. 미국의 부통령 펜스는 자신은 사적인 장소에서 여성 동료를 절대로 안 만난다는 펜스룰을 소개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여성은 자신의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범위가 여성에게로 한정되어 있다. 남성들이 리더십의 다수를 점하는 시점에서 네트워크의 반을 희생한 여성들만의 네트워크가 다양성을 기반으로 지속가능성을 누리기는 힘든다. 한국에도 다양한 여성 기업인 및 여성 전문가 네트워크가 활동하고 있지만 구성원을 보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다양성 네트워크라기 보다는 고립된 섬으로 보인다. 고립된 섬 사람으로 살다보면 세상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눈인 통찰력을 잃는다.

리더십에서 언더독인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겨가며 짝퉁남성처럼 연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런 전략으로 결국 CEO까지 오른 여성리더들은 여성성까지 숨겨가며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뚫었던 경험을 가장 고통스러운 경험이었다고 토로한다. 다시 기회가 되면 같은 오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두 번째 이슈인 전략적 리더십은 첫째 이슈와 면밀하게 관련된 이슈이다. 여성들은 남성들보다 네트워크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각 전문성을 연합해 회사가 제시한 전략적 목표와 사명 프로젝트를 달성하는데 장애를 겪는다. 결국 살아 남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전문성을 소구하는 것이다. CEO라면 전문성을 연합해 고객의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데 자신의 고립된 전문성으로 승부하다보니 전문성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여성 임원의 전문성 강조 노력을 회사는 자신과 부서 이기주의를 넘어서지 못하는 장애로 생각한다. 이런 평가 누적되면 결국 회사를 나올 수 밖에 없다. 고립된 전문성의 독제현상이다.

남성과 여성을 초월해 지속가능한 성공을 누리는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이 구축한 네트워크가 커미티를 구성해 새로운 프로젝트나 기회가 생길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추천하는 메카니즘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진 경우다. 심지어 경쟁자도 이 커미티에 들어가면 자신을 추천하게 만든다. 공식적 추천위가 구성되어도 자신이 구축한 연결망과 연계되어 자신을 추천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자신이 명시적으로 암묵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속 모두가 나서서 본인의 성공을 위해 돕는 형국이다.

이들은 기본적 실력도 있지만 삶자체가 오랫동안 사심을 넘어서 목적에 대한 진정성을 소구해온 사람이다. 지금 당장 자신의 승진과 운명을 결정한 소수의 위사람에게 눈이 멀어 이들에게 정치적으로 구애하는 전략이 필요할지 몰라도 네트워크가 암묵적 추천위원회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지속가능한 경력의 필요충분조건을 달성한 것은 아니다. 승진을 위해 매번 눈에 보이는 위 사람에게만 집중적으로 충성하는 정치적 전략은 네트워크 다양성을 스스로 파괴하는 하수전략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전히 진화 생물학적 남성 중심적 세상을 기본질서로 받아들이고 이들에게 포획되어 교화된 상태로 살아가는 대문자 남성과 대문자 여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 남성을 넘어 인간존재로서의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고 다양성의 관점을 뉴노멀로 생각하는 소문자 남성이나 소문자 여성도 많아지고 있다. 소문자 여성과 소문자 남성이란 진화 생물학적 성 정체성이 배경으로 빠지고 자신의 고유성을 드러내는 정체성이 더 밖으로 나온 사람들을 의미한다. Z세대인 우리 학생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정체성의 중심에서 생물학적 성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AGI와 로봇 기술의 발달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선천적 차별적 역량의 벽을 무너트리고 있다.

소문자 여성들이 소문자 남성과 자유롭게 연대하고 생물학적 성이 다양성을 구축하는데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 세상이 오고 있는 셈이다. 이런 세상의 승자는 경쟁우위를 넘어 자신이 왜 전략적 파트너가 되어 더 높고 평평한 곳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협업으로 공의의 운동장을 세워야 하는지를 아는 분들이다. 존재우위의 삶을 추구하는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