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오는 대부분 보고서에 따르면 생성형 AI가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는 AGI 수준으로 전개되면 의사, 변호사, 회계사, 등등 사자 이름이 붙은 대부분의 직업들을 먼저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자 이름이 붙은 전문가들이 경쟁력을 누렸던 것은 차별적 전문성인데 AGI는 이런 수준의 전문성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값싸게 무한대로 제공한다. 전문성의 민주화 시대다.

이와 같은 시대적 전망에서 인간 노동이 대체되지 않고 살아 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시간의 개념에 대한 근원적 전환에 숨겨진 실마리가 있다. 지금까지 일터에서의 시간 개념은 물리적으로 재는 시간의 개념인 크로노스의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를 성장시키는 시간은 체험된 시간인 카이로스다. 예를 들어 60까지 아무 체험과 공부를 하지 않고 보냈다면 크로노스의 시간은 60세지만 카이로스의 시간은 0세나 1세에 불과하다.

베르그송은 카이로스의 시간 개념이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는 점에서 크로노스를 시간의 빈배로 여기에 체험으로 가득찬 배를 카이로스의 배라고 비유했다. 채워진 시간의 정도를 지속(Duree)이라고 불렀다 .

시대는 디지털 플랫폼 상에서 매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초뷰카 세상으로 변했지만 시간개념은 산업화 시대 생산 노동자에게 적용해왔던 시간개념인 물리적 시간 즉 크로노스 시간을 벗어나지 못했다. 화이트 컬러 직종에 있는 사람들에게 크로노스의 시간개념에 따라 일을 평가하면 혁신이 일어날 방법이 없다. 시간 당 임금이 책정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생산성을 늘리는 혁신을 할 이유가 없다.

주 4일제 근무를 도입하고 있는 글로벌 초유량기업에서 착안한 것도 바로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개념이다.

이런 기업에서는 자신이 열심히 해서 4일만에 끝내고 3일 만에 끝내면 일을 마친 것으로 규정한다. 굳이 5일 동안 출근해서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회사에서는 이런 체험된 시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몸, 마음, 정신이 온전하게 통합되어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체험된 시간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일하는 장소를 제약하지 않는다. 회사가 집중하기 편하면 회사에서 일하고 공유 오피스가 편하면 공유 오피스에서, 집이 편하면 집에서 일하는 플랙을 허용하는 이유는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물리적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체험된 시간의 질을 높이기 위함이다. 물론 일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므로 이들도 구성원과 협업을 전제로 근무장소와 시간을 협상한다. 이런 회사에서는 시간을 물리적으로 규정해서 만든 WLB라는 개념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런 회사에서 재택근무인지 회사근무인지는 자신이 잘 아는 체험된 시간을 극대화 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본질적 이슈는 아니다.

이런 글로벌 회사에서 노인 인력을 전략적 파트너 인력으로 규정하는 것도 인상적이다. AGI가 가져온 전문성의 민주화는 젊은이가 더 빨리 배울 것이라는 가정을 의미 없는 가정으로 만들었다. 노인과 젊은이가 AGI라는 코파일럿을 동원하는 경우 업무들 처리하는데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노인들은 젊은이들보다 회사의 목적과 가치를 이해하고 목적과 가치를 자신의 일에 내재화 해서 일하는 체험하는 시간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런 목적과 가치를 기반으로 일을 최적화해서 처리하는 능력은 젊은이들이 가진 집중력과 체력 상의 문제를 충분히 보상하고 남는다.

이런 체험된 카이로스 시간이 적용되어 일터가 근원적으로 혁신되기 시작하면 사실 은퇴라는 것은 본인이 선택할 수는 있겠지만 의미 없는 용어다.

출생률 때문에 미래가 암울해진 대한민국이 그래도 어느 정도 미래를 연장할 수 있는 방법은 노령화된 인력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다. 이들은 그냥 인력의 예비군이나 잡일과 소일하는 인력이라는 편견을 버리고 이 분들을 전략적 파트너로 대우해가며 이들에게 기술적 진보를 업스킬링 시킬 수 있는지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나이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세대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의 문제다. 오랫동안 생산직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물리적 시간이라는 시간의 개념을 체험된 시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당분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고령화된 인력에서 찾아야 한다.

안타까운 일은 임원 인사철인 지금 신문을 장식하고 있는 기사는 우리나라 최고의 굴지 대기업에서 30대가 대기업 임원으로 승진하고 용퇴하는 나이에 대한 이야기 일색이다.

인간의 모든 혁신은 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체험된 시간의 문제다. 체험된 시간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모든 혁신은 물건너간 것이다. 울만의 <청춘>이라는 시를 단순히 시로 읽을 때가 아니다. 시간에 대한 혁신의 단서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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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첨부된 HR Insight 컬럼은 노령인구를 어떻게 전략적 파트너로 육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통찰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