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발에서 컨설팅을 흔히 조직 닥터(Organizational Doctor)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의사는 환자가 병이 걸리면 나을 때까지 진단과 처방을 반복하는 것처럼 조직 닥터는 병에 걸린 조직이 나을 때까지 진단과 처방을 반복한다. 조직의 건강을 의한 의사 역할이 외부에서 주어질 수도 있지만 요즈음은 조직은 조직 닥터를 내부에서 육성한다.

전략적 HR 부서에서 담당해야 하는 역할이 내부 조직 닥터 역할이다. 병의 소견이 보이는 조직의 구성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조직에 필요한 것은 양 의사에 의한 처방보다는 한의사에 의한 처방이 더 맞다는 생각을 한다. 본인은 외과적 컨설팅을 받는 경우는 양의에 의한 치료로 평소 내부에서 훈련된 전문가에 의한 컨설팅은 한의사에 의한 한방병원 비유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해왔다.

21세기 초뷰카 시대 HR이 전략적 파트너 차원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양의가 아니라 조직의 한의사 역할이다. HR은 한방병원이고 내부 HR 컨설턴트는 한의사다.

양의가 심장에 청진기를 대고 심장 박동수를 통해 환자의 건강성을 측정한다면 한의는 심장보단 손목의 맥박을 통해 환자의 건강을 진단한다. 맥박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심장을 진단하는 것과 철학이나 진단방식에서의 의미가 전지차이다. 맥박은 중심인 심장에서 보낸 혈류가 동맥의 줄기의 줄기인 몸의 마지막 부분인 실핏줄에까지 제대로 도달하는지를 본다. 한방적 소견으로 심장이 아무리 건강하게 뛰고 있어도 여기서 보낸 산소와 영양소가 몸의 마지막 부분에 도달하지 못하면 몸은 정상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한의학에서 진맥은 심장을 넘어 몸이 심장과 제대로 교류해가며 영양소를 받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교류가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교류가 자연스럽지 못해 저항이 생기면 생체는 통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전달교류 체계의 어느 부분에 결석이 생겨 소통이 안되는 상태가 지속되면 병이 발생한다. 교류가 끊어져 소통이 안되면 통증이 심해지고 이 통증을 그대로 놔두면 고통으로 진행하고 고통이 정신적 문제까지 확장되면 고뇌가 된다.

한의사는 진맥을 통해 심장의 파동이 몸의 끝 부분까지 맥박으로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지 Pulse를 파악해 환자의 전체적 기저질환의 상태를 알아낸다. 고혈압, 비만, 당뇨가 교류 상태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삼대 기저질환이다.

조직도 기저질환을 경험한다. 조직 당뇨병은 평가와 보상이 원인과 과정이 아니라 결과 중심적으로 짜여진 조직이 걸리고, 조직 비만은 조직의 업이 정의되지 않아서 가짜 일과 유사 일에 많은 시간을 쓰는 기업들이 걸리고, 조직 고혈압은 장기적 성과보다는 단기적 스프린트 성과에 주로 올인하는 기업들이 걸린다.

당뇨, 고혈압, 비만이 해결되지 못하면 심장에서 전달하는 영양소가 몸의 마지막까지 전달되지 못하고 몸의 마지막 실핏줄에서 산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 때 생긴 노폐물이 버려지지 못하고 쌓이게 된다. 결국 결석이 생기거나 실핏줄이 터지거나 등으로 문제를 축적하다 외부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면 적응하지 못하고 급사(Sudden Death)하거나 살아는 있지만 산소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의식이 없는 식물 인간으로 전락한다.

조직의 한의사로 HR 닥터가 해야 할 일이 심장 박동이 실핏줄에서도 느껴지는지를 통해 문제를 진단하고 근원적 처방을 내리는 일이다.

HR 한의사를 제대로 규정하고 있는 회사들은 HR(Human Resource)라는 말을 내려놓고 이름을 People & Culture라고 고쳐 부르는 경향이 있다. 종업원은 회사에서 돈을 받은 만큼 최소한의 역할을 해줘야 하는 Resources의 측면도 있지만 인간이 자원을 넘어 정신, 마음, 몸이 살아 있는 유기체라는 측면을 간과하면 인간이 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잠재적 기여의 상당 부분을 놓치기 때문이다.

이들 HR 한의사들이 하는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일이 기혈음양을 점검하고 보충해주는 역할이다. 우리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요소로서, 기(氣)는 에너지를, 혈(血)은 영양물질을, 음(陰)은 차고 안정적인 성질을, 양(陽)은 뜨겁고 활동적인 성질을 의미한다. 기혈음양이 충분하고, 건강 상태가 잘 유지될 때 심장이 뛰는 힘이 몸의 마지막 지점에서 안정적 맥박으로 느껴진다.

맥진은 전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맥박이 빨리 뛰고 뜨거우면 열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고, 맥박이 느리고 차갑으면 찬기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맥박이 불규칙적이면 질병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맥진을 통해 질병의 경중도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맥박이 약하고 불규칙적이면 질병이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맥박이 약하지만 규칙적이면 질병이 가볍거나 회복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에서 조직의 에너지가 떨어질 때 에너지를 보충해주는 HR 한의사 역할을 전통적으로 Fire Watcher라고 불렀다. Fire Watcher는 조직의 모든 구석을 면밀히 관찰해가며 에너지가 떨어지는 곳을 찾아서 진맥해주고 불(에너지)가 소통될 수 있게 꺼진 불을 다시 붙여주는 사람들이다. 조직의 경계 안에 모닥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Fire Watcher라고 불렀다. 이들의 핵심역할은 조직에 에너지가 소진될 때 긍휼감으로 따뜻함을 채워주는 역할이다.

인간은 물건처럼 사용하다 사용가치가 떨어지면 폐기처분 되는 대상이 아니다. 종업원이 회사의 문제를 풀다가 당한 상처를 회사가 먼저 알아주고 부상 군인으로 예우해주고 치유해주는 회사가 초우량기업이다. 종업원은 환자가 아니라 치유된 온전한 몸의 상태일 때 맡겨진 소임을 수행하는 전사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HR이 해야할 역할은 조직에 환자를 찾아내 내보내는 역할이 아니다. 조직 안에 이런 한방 병원과 한의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을 복원해 숨겨진 환자들을 치유하고 다시 전문가로 세우는 일이 초뷰카 시대 전략적 HR의 책무다. 한방 병원으로서 HR의 책무는 몸 마음 정신이 모두 살아 숨 쉬는 공동체의 복원이다.

조직에 한방 병원을 운영하는 초우량 기업들이 가진 두 가지는 공통점은 존재목적에 대한 공유된 믿음과 고통을 근원적이고 혁신적으로 치유하려는 긍휼한 마음을 가진 경영자들이 울타리로 존재한다는 점이다.

시시각각으로 부는 플랫폼 사막의 모래바람 때문에 조직의 에너지가 어느 때보다 쉽게 꺼질 수 있는 지금과 같은 초뷰카 시대에 초우량 기업의 열망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급하게 해야 할 것은 조직 안에 한방 병원을 세우고 HR 전문가들을 한의사로 키우는 일이다. 요즈음에 많은 기업에서 코칭을 도입하는 이유는 문제해결에 장애가 생겨 병에 걸린 구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