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표된 자료를 보면 미국 500대 기업의 여성 CEO는 41명이다. 한국의 경우는 더 처참하다. 최근 여성신문 기사에 따르면 상장사 748 중 여성이 CEO인 기업은 46(5.8%)이고 이들 중 74%는 창업주가 자신의 딸, 며느리, 부인에게 물려준 것이다. 결국 스스로가 경력을 개척해서 CEO에 오른 여성 비율은 1.5%이다.

지금까지 여성 파이프라인이 막히는 문제의 핵심을 자녀의 양육과 노부모를 돌보는 돌봄에 대한 책임이 여성들에 불공정에서 찾았다. 한 마디로 돌봄의 사회화 문제가 여성인재의 파이프라인을 막고 있는 핵심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성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막고 있는 다른 한 가지 숨겨진 원인으로 여성들만이 겪고 있는 폐경의 시작과 연관된 갱년기의 문제를 거론하는 학자들과 매체가 늘어나고 있다. 폐경 및 갱년기 문제는 시작에서 끝날 때까지 평균 10년간 여성들을 괴롭히는 문제다. 더 큰 문제는 경력 상 가장 중요한 시점에 여성들을 괴롭힌다는 점이다.

여성들이 시니어 리더십 포지션을 위해 경쟁하는 기간은 40대에서 50대이다. 여성들은 평균 45세에서 55세 사이에 폐경이 시작되고 이로 인한 극심한 갱년기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EO가 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되는 시기와 교묘하게 맞아떨어진다. 마음은 경력을 위해 달리고 있는데 몸이 배신한다는 것을 경험한다. 홍조, 무릅통증, 요뇨문제, 과다월경, 부정출혈, 부종, 체중 증가, 여드름, 감정기복, 두통, 불면 등 문제로만 끝나지 않고 이런 신체적 문제 때문에 생기는 불안, 우울증, 자신감 결여는 덤이다. 경력상 중요한 시기에 이런 문제 때문에 중요한 미팅에 참석하지 못하거나 출장에 다른 사람을 대신 보내야하는 입장이 승진경쟁에서 얼마나 불리한지는 당해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힘들다.

영국에서의 한 연구는 이런 문제 때문에 30%의 여성이 실제 회사를 결근하고 11%의 여성은 승진을 포기하고, 8%의 여성이 지금 있는 직책에서 내려온다는 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이나 의료의 도움을 받아 폐경을 스스로 선택하는 여성도 늘고 있지만 폐경으로 인한 갱년기 문제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몇몇 선도기업에서는 여성이 겪는 갱년기 문제를 자연스럽게 회사에 이야기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회사 사무실의 환경을 바꾸고, 건강보험에 반영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업들에 비해 이 문제를 쉬쉬해가며 여성 개인이 내밀하게 혼자 해결해야 할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기업들이 더 지배적이다.

몰론 같이 경쟁해야 하는 남성들도 비슷한 시기 중년의 위기를 경험한다. 남성들이 겪는 중년의 위기는 자신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성취에 대해 회의가 시작된다. 정체성에 대한 위기가 찾아온다. 중년의 위기는 지금까지 해 낸 성취를 뒷바침해주던 머리, 외모, 건강, 재능 등의 힘이 빠지기 시작할 때 찾아온다. 남성들에게 중년의 위기는 부모가 물려준 생물학적 DNA에 대한 영향력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40대 중반을 넘어 55세 시점에 찾아온다. 유전자의 힘이 떨어지면 자신이 혼자 순수하게 노력해서 만들어낸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허무함과 정체성에 대한 자괴심 때문에 고민한다. 지금까지 공들여 해오던 일이나 파트너를 버리고 새로운 삶을 찾아나선다.

남성들의 겪는 중년의 위기도 여성들의 갱년기와 비슷환 생물학적 시간에 찾아오지만 여성들에게 찾아오는 몸의 배반과는 다른 종류의 문제다. 일부 남성들은 늦게 철들었음을 통해 다른 일과 다른 상대를 찾아나서지만 대부분의 남성들은 중년의 위기를 승진, 돈, 명예에서 더 큰 성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다. 비슷한 시점에 CEO 포지션을 놓고 경쟁한다면 선천적으로 여성들이 불리할 수 밖에 없다.

오늘 뉴스에 네이버에 한성숙 대표(54세)의 후임으로 최수연 글로벌사업지원부 책임리더를 승인했다는 기사가 떴다. 최 책임대표는 1981년 생으로 만 41세다. 최근에 불거진 많은 문제로 새로운 CEO가 임명되었지만 네이버의 여성리더의 성공 여부는 다른 기업들에게 여성 리더십의 분수령를 제시할 것이다.

돌봄의 사회화 문제에 더불어 갱년기 문제에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여성인재를 육성하자는 이야기는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