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신교(Protestant)가 21세기 시대의 지평이 다르게 융기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쓰는 여러 개념 중 가장 일순위가 "순종"이라고 생각한다. 순종의 숨은 의미는 하나님 말씀은 다 성경의 율법과 계율에 담겨 있다고 믿는 것을 넘어서 성경을 문자적으로 해석해서 옳고 그름의 잣대로 삼는 것을 의미한다. 순종주의자들은 성경과 율법을 문자적으로 믿는 순종자와 믿지 않는 불순종자로 이원화 시켜 옳고 그름의 잣대로 사용한다. 이들은 순종하는 사람들을 믿음이 좋은 옳은 사람으로 불순종하는 사람들은 믿음이 없는 틀린 사람으로 갈라치기 한다.

따지고 보면 성경을 문자적으로 믿는 사람들은 형상을 만들지 말라는 하나님의 계율을 제일 먼저 위반한 사람들이다. 문자는 형상의 최첨단 도구이기 때문이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여서 문자적으로 따르지 않은 사람들을 불순종자로 몰아세우는 행위는 앞장서서 하나님을 우상화시키는 것이다. 하나님의 살아있음을 문자라는 물건으로 우상화시키고 물건으로 화석화 시키는 행동에 앞장 서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의미가 있을 때는 성경이 대중에게 보급되지 않고 설사 보급되었어도 평신도들이 문맹이어서 성경을 읽는 것이 불가능했을 중세 시대에나 적용할 수 있는 원리다. 이 당시에는 성경을 제대로 해석해주는 성직자의 역할이 필수적이었다.

지금처럼 오히려 평신도들도 성직자 만큼 성경에 대한 지식과 해석이 가능한 시기에 성경을 자신의 맥락에 맞게 해석하지 못하게 하고 획일적 해석을 강조하는 문자주의는 신도를 신앙 감옥에 가두는 행동이다. 성인을 신앙의 어린이로 만들어 훈육시키는 작업이다.

예수는 바리세인들과는 달리 성경을 화석화된 문자적 삼인칭 믿음이 아니라 자신의 믿음으로 일인칭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때 믿음이 생명처럼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선포했다. 율법주의자들이 주장과는 달리 성경을 잣구 그대로 획일적으로 해석하는 삼인칭 믿음에서 해방을 선언한 것이다.

열두 해 동안 하혈이 멈추지 않았던 여인을 고쳐주시며 예수는 말씀하신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태 9,22). 예리코에서 눈 먼 이에게 빛을 되찾아주셨을 때도(마가 10,52), 갈릴래아 인근에서 나병 환자를 낫게 한 뒤에도 (루카 17,19).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라고 선포한다.

예수는 예수자신의 권능에 대한 믿음, 즉 삼인칭 믿음이 여인과 맹인과 나병환자를 고친것이 아니라 "너 자신"에 대한 "너의" 믿음 즉 일인칭 믿음이 너희를 고쳤다고 선포한다. 하나님은 사람들의 삶에 개입하는 분이 아니고 개입은 당사자가 그 믿음을 일인칭으로 받아들여 자신을 일으켜 세웠을 때에만 가능하다는 것을 설파했다. 예수가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잘못된 해석을 강요하는 바리세인들의 삼인칭 믿음을 해체하고 기적은 오직 자신의 일인칭 믿음으로 스스로가 행동으로 개입해서 만들어낸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예수가 가르치려고 시도한 것은 삼인칭 율법주의적 믿음과 일인칭 믿음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이 아니다. 삼인칭 믿음을 날줄로 자신의 믿음을 씨줄로 결합해 자신만의 믿음의 태피스트리를 직조해내고 이 태피스트리로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켜 믿음이 살아 있는 생명이라는 것을 증명하라는 것이다. 생명이란 자신의 몸을 향초로 삼아 하나님의 말씀을 빛을 만드는 과정이다.

기독교에서 생명(生命)의 명(命)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다. 예수의 일인칭 믿음에 대한 가르침은 이 믿음에 단순히 삼인칭으로 순종하는 차원을 넘어서 이 믿음을 성령의 씨앗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몸과 마음과 정신의 토양 속에 겨자씨로 뿌리를 내리게 하고 자신의 몸에 큰 나무로 자라게 하는 책무를 완성하는 사람들만이 믿음을 살려내는 생명의 사람들이라는 가르침이다. 이들이 하나님이 살아 있음을 자신의 몸으로 증거하는 사람들이라는 가르침이다.

성경 속에 맥락화된 하나님의 의도를 생명의 말씀으로 살려내지 못하게 하고 율법주의를 내세워 신도를 순종의 감옥에 어린이로 가두고 재단하고 교회적으로 체벌하는 행동은 개신교를 오히려 중세시대로 퇴행시키는 행동이다. 순종을 강요하는 행위는 개신교(Protestant)가 맹목적 순종이 아니라 중세 율법주의에 대한 저항과 항거(Protest)로 시작했다는 뿌리를 잊고 있다는 증거다. 프테스탄트의 의미는 믿음의 지평에 안주하여 갇히지 말고 하나님이 전하는 시대의 뜻을 읽고 다시 해석해서 지평을 끊임없이 끌어올려 아픈 소수의 사람들도 같이 뛰어 놀 수 있는 더 평평한 운동장을 만들라는 절대명령이다. 예수는 바리세인과 율법주의자에 저항하는 청년정신을 몸소 실천하고 가르쳤다. 순종에 대한 맹목적 강요는 21세기 융기된 지평에 개신교를 싱크홀로 전락시켜 몰락하게 만드는 행동이다.

21세기의 지평을 이해하는 제대로 된 교회라면 순종의 싱크 홀에 빠진 신도들을 구해내 신도가 만든 믿음의 반석에 스스로 올라서서 이 믿음을 자신의 몸과 영으로 살려내 성령의 열매를 스스로 체험하는 영적 성장을 돕는 플랫폼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