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컨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기관(Organum)"을 발전시킨 신기관(Novum Organum, 1620)이라는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진리를 더 심도있게 추구할 수 있는 방법들을 논증해냈다. 이 책에서 베이컨은 진리 활동을 방해하는 것을 우상이라고 규정했다. 베이컨에 따르면 우상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리에 접근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단순히 많이 아는 것이 아니라 우상에 오염되지 않고 제대로 아는 것이 힘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우상을 숭배하는 것은 국지적 경험과 잘못된 귀납으로 자신의 머리 속에 만든 정신모형이라는 지도를 맹신하는 것에서 생긴다. 자신의 정신모형은 스스로가 사이비 과학자가 되어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이비 과학자의 방식으로 만든 지도를 자신의 몸과 오관으로 체험한 데이터로 만들었기 때문에 순도 100% 맞는 것으로 믿는다. 우리는 논증에서 밀리면 "무슨 소리야, 내 눈으로 직접 봤는데?"라고 주장한다. 내 눈으로 직접 본 것은 다 진실이라고 믿는다. 이 지점이 우상숭배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자신의 국지적 경험과 비과학적 추론으로 만든 자신의 정신모형의 존재에 대해서 깨달지 못할 때 이 정신모형으로 보이는 세계를 추앙한다. 자연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한 경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연의 한 대상을 우상숭배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신이 만들어낸 정신모형이 사이비 과학에 근거해서 만들어졌음에도 과학적 진리와 같은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 우상숭배에 빠진다. 똑 같은 대상을 인식할 때도 자신의 경험에 근거해서 만들어진 정신모형이라는 필터에 의해서 인식하기 때문에 다르게 본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상대를 틀렸다고 규정하기 시작한다.

우상은 자신의 정신모형에 포착된 세상과 같은 세상에 대한 확증편향이 만들어낸 허구다. 같은 대상을 인지하는데 상대를 틀렸다고 몰아세우는 확증편향과 편견과 차별을 가진 사람들은 정신모형의 감옥에 갇혀서 자신의 정신모형만을 우상숭배하는 사이비 과학자들이다. 상대가 나와는 다른 정신모형을 가지고 있어서 같은 대상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만 알아도 편견과 고정관념의 80-90%는 사라진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사이비 과학자가 되어 자신의 정신모형을 우상화할 때 생기는 네개의 우상을 언급하고 있다.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다.

종족의 우상은 자신과 유전적으로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믿는 현상이다. 남성이라면 남성을 더 신뢰하고 여성이라면 여성을 더 신뢰하고 백인이라면 백인을 흑인이라면 흑인을 더 신뢰하는 현상이다. 이들이 같은 종족을 신뢰하는 이유는 자신과 비슷한 정신모형을 형성했을 개연성 때문이다. 학연, 지연, 혈연, 일연이 같은 사람들만 금쪽같은 내편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종족 우상숭배자들이다.

동굴의 우상은 동굴 속 그림자에 비친 한정적 현상을 가지고 세상을 다 이해했다고 주장하는 현상이다. 우물안의 개구리가 자신이 마치 세상을 다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주장하는 현상이다. 자신의 정신모형에 그려진 지도가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지도임에도 이 지도로 세상을 다 이해했다고 주장한다면 자신의 문제가 많은 정신모형을 과대하게 신봉하는 현상이다.

시장의 우상은 시장잡배들의 비과학적인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시장은 결과물을 판매하는 장소다. 결과물이 같다면 이것이 생성된 원인에 대해서 따지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도 자신의 정신모형을 우상화한 사람들이 빠지는 오류이다. 결과만 같다면 원인은 따지지도 않고 같다고 추론한다. 다른 상황에서 벌어졌지만 같은 결과를 가져온 현상을 자신의 입장의 옳음을 주장하는 증거로 과도하게 일반화한다. 벤치마킹이나 자기개발서에 빠져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시장우상 숭배자들이다.

극장의 우상은 유명한 사람, 성공한 사람, 인플루언서의 이야기를 과도하게 신봉하는 현상이다. 자신의 정신모형을 통해 세상과 일치하는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낼 근력을 상실했을 때 유명인사나 아이들을 추앙해가며 이들의 짝퉁으로 나서 자신 정신모형을 이들의 밈으로 전락시킨다. 다른 사람의 정신모형을 맹목적으로 숭배하는 것은 가장 위험한 우상숭배다.

사이비 과학자로서 자신 정신모형에 대한 우상숭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정신모형의 감옥에 갇혀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각성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자신이 만들어낸 정신모형이 과학적 추론을 통해 만든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 경험과 주변 추종자들의 잘못된 영향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이런 우상숭배에서 벗어나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까? 세상에 대해서 안다는 믿음에 의문부호를 던지고 좀 더 공부해야 할 것으로 괄호로 묶어놓고 보다 세밀하게 연구하는 괄호치기 훈련이 필요하다.

같은 대상에 대해 이야기해도 정신모형의 작용으로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과학적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급선무이다. 사람들은 자연에 대해서 판단할 때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만 사람들에 대해 이해하고 판단할 때는 정신모형이라는 색안경을 낀다. 이때문에 현자들은 인간의 원리를 이해할 때 자연의 원리에서 배울 것을 강조했다. 자신이 본 세상이 자신의 정신모형에 의해 구성된 주관적 세상임을 인지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정신모형에 대해 물음표를 던져야 한다. 물음표에 의한 탐구가 끝나서 상대의 정신모형과 자신의 정신모형을 통합하는 정신모형을 조형해내야 한다. 더 높은 차원의 정신모형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볼 수 있다면 더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칭송될 것이다. 상대의 정신모형에 대한 호기심의 물음표로 시작한 여정이 통찰의 느낌표로 변화하는 성장체험을 하는 단계다. 성장체험에 대한 각성을 가져오는 느낌표는 물음표의 굴곡(의문)이 해결되어 펴진 것이다.

편견과 오만과 차별은 모두 자신의 구성해낸 정신모형을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동질성의 믿음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태극기 부대, 일베, 메갈리스트, 검찰공화주의자들이 만들어지는 원리다. 이들은 자신의 정신모형에 대한 잘못된 우상숭배가 만들어낸 사회적 비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