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와 씨앗,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대부분 사람들은 열매를 선호한다. 씨앗으로부터 열매를 얻기까지는 자신의 땀과 노력으로 길러내야하는 수고로움을 감내해야한다. 이렇게 자신의 땀과 몸으로 길러내는 수고로움이 없어도 열매를 갈구할 때마다 열매가 주어지면 사단이 난다. 사람들을 떠 먹여주는 것에 익숙해지는 자기 근력이 없는 어린이로 만들기 때문이다.

열매 속 씨앗을 찾아내고 이 씨앗을 자신의 몸에 심어서 뿌리를 내리게 하고 묘목과 과일나무로 길러내 이 과일나무를 통해 자신만의 열매을 만드는 과정을 자기조직화 과정이라고 부른다. 자신을 통해 만들어지는 모든 유의미한 변화는 다 자기조직화 과정의 결과이다. 자기조직화 과정은 평생 앉은뱅이로 살 운명인 자신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삶의 근육을 만들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자기조직력이 있는 기독교인은 기도 때마다 성령의 열매를 갈구하는 삶을 넘어선다. 이들의 마음은 농부의 마음이다. 농부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열매가 아니라 씨앗(종자)이다. 이들은 해마다 얻어낸 결실중 가장 알곡이 듬실한 씨앗을 골라내 종자로 자기 조직화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땀이 배어있는 열매를 만들어낸다. 이들은 성령의 열매는 성령의 열매에 대한 기도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씨앗을 통해서만 산출된다는 것을 안다. 성령의 씨앗을 통해 자신만의 성령의 열매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어린이 기독교인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예수도 나병환자를 고치거나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울 때 나에 대한 너희의 믿음이 너를 일으켜 세운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에 대한 너의 일인칭 믿음이 너를 일으켜 세웠음을 강조했다. 성령의 열매가 아니라 성령이 씨앗이 자신의 몸에 일인칭으로 심어지고 발아될 때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음을 가르쳤다.

미국에 가기 위해 누구나 비행기를 타야한다는 객관적 사실에는 100% 믿음을 가지고 있어도 내가 비행기를 타도 안전할 것이라는 나의 믿음이 없다면 나를 비행기에 태울 수는 없다. 다른 사람들도 가지고 있는 삼인칭 믿음과 내가 발아시킨 일인칭 믿음의 차이다. 삼인칭 믿음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행동하게 만드는 믿음이 아니라 단순한 지식으로 전락한다. 삼인칭 믿음만 있는 사람들은 지식을 믿음이라고 착각한다.

아무리 교회를 열심히 다니고 십일조도 꼬박하고 열열히 기도도 많이 드리고 심지어는 성경통독으로 성경귀절을 다 외우고 있어도 일인칭 믿음이 없다면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온전한 기독교인은 아니다. 삼인칭 믿음은 지식으로 전락한 믿음이다. 자신을 일으켜 세우고 행동하게 하는 믿음은 아니다. 일인칭 믿음없이 삼인칭 믿음으로 무장한 사람들은 기독교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일 뿐이지 믿음의 아버지 아브라함의 자손은 아니다.

기독교인라면 성령의 열매를 달라고 기도하기 전에 기독교인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성령의 씨앗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열매가 아닌 씨앗이 삶의 이스트나 효소로 작용해 삶을 풍성하게 숙성시킨다.